한국과 일본 관계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일본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한·일위안부 합의서 파기를 비롯한 일련의 반일 행태에 반발, 7월1일 경제제재 보복 조치를 선언했다. 이어 그는 7월7일 경제제재의 이유로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도 추가했다. 

일본의 경제제재는 한국을 ‘화이트 국가’ 대우 명단에서 빼는 보복 조치이다. ‘화이트 국가’ 대우는 일본이 전략물자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특혜다. 한국이 이 특혜에서 배제되면, 세계 1위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결정적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한국은 2.2%, 일본은 0.02% 국내총생산이 감소된다고 한다. 한국 산업의 급소가 찔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제재로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그는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나라는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한 해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단기적인 대응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적인 접근이다.

먼저 단기적인 해법은 두 정상들이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타협점을 찾는데 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된 대법원의 일본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한·일위안부 합의 파기에 대해 일본 측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아베 총리는 한국의 일본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 장기적인 접근은 두 나라 정면충돌을 계기로 한·일 수교 이후의 54년 관계를 서로 되돌아보며 호혜 존중의 길을 찾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과거 식민찬탈에 유의, 가해자의 입장에서 겸허해야 한다. 일본은 독일처럼 가해자로서 프랑스 등 주변 피해국들에 사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일본이 독일같이 피해국에 낮은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면 한국 대법원의 일본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 같은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 

한편 한국도 8.15 해방된 지 74년이 지났는데도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거듭 요구만해선 안 된다. 독일과 프랑스같이 서로 사이 좋게 근린 우방으로 가야 한다. 식민통치 당시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였으나 지금은 우리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다. 아베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새삼 부각된 데로 일본의 앞선 기술들이 우리 산업에 크게 도움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대법원의 일본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행정부의 일방적인 한·일위안부 합의서 파기 등은 국제관례에 비추어 볼 때 일본 정부를 자극하기에 족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대북제재 강경정책이 자신의 대북유화책에 걸림돌이 된다고 간주, 반일 발언을 자주 토해냈다. 외교상 바람직하지 않다. 그 밖에도 한·일 간의 군사 레이더 충돌, 중국도 수용한 한국만의 욱일기 배척, 반일 코드에 맞춘 KBS 등 일부 언론매체들의 일제통치 혐오감 증폭 등도 일본의 반한감정을 덧들였다. 일본인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경제보복에 58%나 지지했고 반대는 24%에 불과했다. 일본인들의 반한 감정 골이 깊다는 징표이다. 한·일 정면충돌은 저렇게 그동안 쌓여 가던 두 나라의 반감이 곪아 터지고 만 셈이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공산주의 팽창 저지에 함께 나섰고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하며 이념적으로 자유민주 시장경제 국가이다. 두 나라는 북한·중국·러시아 독재국가들에 맞선 동북아의 자유민주 보루이다. 둘은 충돌 말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 과거사 문제로 싸울 때가 아니다. 북방 독재국가들의 적화책동을 막고 자유민주체제 보존과 평화·번영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