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열증] 주요 4대 원인 비열(脾熱), 음허(陰虛), 혈허(血虛), 간기울결(肝氣)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는 여성이라면 날이 더운 여름은 오히려 편할지 모르지만 유독 더운 날씨만 되면 손발이 화끈거려서 불편하다고 내원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밤에 잘 때에는 발은 늘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잔다. 좀 덥다 싶으면 발을 수시로 찬 물에 담갔다 꺼내기도 한다. 또한 열 때문에 손과 발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져 심한 불편감을 호소한다. 보통 손발이 차서 생기는 수족냉증에 대해서는 많은 여성들이 호소하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손발이 뜨거워지는 병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손발이 뜨거워지는 증상에 대한 한방용어로는 기본적으로 손바닥 발바닥에 열이 있을 때는 수족심열(手足心熱)이라 하고, 수족심열(手足心熱)에 추가적으로 가슴까지 달아오르면 오심번열(五心煩熱)이라고 한다. 오심번열에서 오심이란 양 손바닥, 양 발바닥 그리고 가슴(심장)의 다섯 부위를 의미한다. 이 다섯 부위가 뜨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불안해지는 증상은 실제로 체온이 올라가는 열(실열)이 아니라 가짜 열(허열)로서 본인만이 열을 자각할 뿐이지 체온계로 측정해도 온도는 변함이 없다.

손발이 뜨거워지는 증상의 원인으로 현대의학에서는 자율신경실조증, 갱년기장애증후군, 갑상선기능의 이상, 말초혈액순환장애 등으로 보고 있으며 한방에서는 비열(脾熱), 음허(陰虛), 혈허(血虛), 간기울결(肝氣鬱結)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먼저 비열(脾熱)이란 가슴과 손·발바닥이 달아오르면서 온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약하며 입맛이 떨어지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땀이 나는 증상으로 치료는 속에 쌓인 열을 풀어주면서 막힌 기운을 뚫어줘야 한다. 주로 어린이들이 찬 것을 먹고 체했을 때나 여름철 냉한 음식을 너무 자주 먹을 때 비위(소화기)의 기운이 통하지 않아 열이 쌓이고 막혀서 생긴다. 

두 번째는 음허(陰虛)로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 평상시에 체력을 과하게 써서 몸이 항시 피로한 사람 등에 많으며 갱년기 여성들의 호르몬 저하와도 연관이 있다. 한방에서 말하는 음(陰)이란 자동차로 따지면 기름 또는 엔진오일과도 같다. 엔진오일이 없거나 기름이 없다면 엔진이 과열되고 엔진의 동력을 잃는 것처럼 사람도 몸 안에 진액(津液)을 많이 소모하게 되면 몸이 항시 피곤하며 열이 생겨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오심번열 증상과 함께 식은땀을 흘리고 피부가 건조하며 입이 마르고 맥이 세하고 빠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찬 증상이 동반된다. 주로 허약한 체질이나 신경이 쇠약한 사람에 많고 중년 갱년기 여성, 결핵환자, 당뇨고혈압 등의 환자들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세 번째 원인인 혈허(血虛)는 심장의 펌핑기능이 저하되어 손발까지의 말초순환은 이루어지나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동력을 잃은 경우 혹은 혈관의 순환장애 등으로 말초까지 간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손과 발에 머물러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장이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 혹은 후천적 심장의 기능저하로 인한 혈액공급이 적어지는 경우에는 피드백으로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심장의 펌핑이 과항진되는데 이 때는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어지럼증이 생기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말초혈관계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심리적 영향으로 인한 자율신경실조와도 연관이 많은데 한방에서는 이를 심혈허 등으로 변증한다.

네 번째 원인으로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오심번열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거나 몸과 마음이 긴장되는 경우가 많으며 불안, 초조, 화를 잘 냄 등의 특성이 있다. 여성들의 경우 월경장애도 생길 수 있으며 입맛이 쓰고 열이 얼굴로 올라 눈이 침침하고 충혈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입 안까지 헐어서 혓바늘이 돋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간의 기운이 통하지 않는 상태가 오래되어 심장까지 열이 차게 되는 경우로 흔히 알려져 있는 화병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위의 4가지 원인들에 근거하여 비열이 있는 경우는 소화기 문제를 도와주어 뭉친 열을 풀고 기운을 통하게 하면 되고 음허한 경우는 음액을 보충하는 치료와 동시에 충분한 휴식을 주며 혈허한 경우는 심장의 기능을 강화시켜주거나 말단의 혈액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나 화병이 있는 경우는 간의 울체된 기를 소통시키며 울화까지 풀어낼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수족의 열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병인이 있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타고난 체질에 원인이 있어 건강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체질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손발이 덥다고 하는 호소하는 증상은 사상체질 중에는 소양인이 상대적으로 많고 소양인 중에서도 열이 많은 열성 소양인에게 쉽게 나타난다. 이들의 특징은 늘 속에 열이 많아서 따뜻한 온수보다는 냉수를 즐겨 마시는데 날씨가 추운 한겨울에도 냉수를 먹을 수 있고 간혹 연세가 중년이 넘어 건강 때문에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물을 먹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체질은 비뇨생식기가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면 하체 쪽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자의 경우 전립선의 문제, 발기부전이 오기 쉽고 여자의 경우 잦은 소변, 방광염, 자궁난소의 질환 등에 잘 이환된다. 이와 같이 손발이 뜨거운 열성 소양인의 체질에 대해 한방에서는 선천적으로 신장의 기운을 보강하는 침이나 약물 요법으로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생활요법으로는 구기자, 한련초, 귀판, 별갑, 지골피 등을 차로 끓여서 아침, 저녁으로 먹으면 증상개선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부엌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쓰이는 알루미늄 호일을 적당히 잘라서 발바닥을 감싼 후에 고정시키고 자면 발바닥에 느껴지는 열감이 다소 줄어든다. 인삼(홍삼), 꿀, 하수오 등 건강식품에 대한 것은 체질마다 용법이 다 다르니 반드시 전문 한의사에게 제대로 진찰과 처방을 받고서 복용해야 한다. 체질을 모르고 몸에 좋다고 함부로 복용하면 오히려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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