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 하고 고용인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문 정부 출범 첫해 인상률이 16.4%였고, 둘째 해엔 10.9%였는데, 이번에 2.87%로 3년에 걸쳐 32.7%나 인상했다.

강태공(姜太公)이 말한 ‘엎질러진 물은 그릇에 다시 담을 수 없다(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는 고사성어가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임기 내에도 1만원 도달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으니 ‘엎질러진 물’이 된 결과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삶을 절망에 빠뜨려 놓고 뒤늦게 인상률을 낮춰봤자 무너진 서민경제가 다시 살아날 리도 없고 떠나간 민심을 다시 잡을 수도 없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임금의 64.5%로 OECD 37개 회원국 중 6위이 고,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내년 실질 시급은 1만300원에 달해 OECD 최고 수준이다. 낮은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이미 우물에 독이 퍼졌는데 독을 더 타느냐 덜 타느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절규한 소상공인연합회장의 말을 문 정부 정책결정자들은 귓등으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노동 약자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분배 악화 로 이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사실상 입증이 끝났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2년 새 25.9%나 줄어 소득 양극화가 심 화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또한 2018년 들어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음식점 종업원처럼 최저임금에 민감한 취약층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졌다.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고용이 1~4월 중 16만 명 줄었고, 임시직·일용직은 64만 명이나 급 감했다.

고용부 추산으로는 내년 최저임금 2.87% 인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는 노 동자는 최대 41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일하는 사람 5명 가운데 1명꼴로 최저임금 대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니 웬만한 중소기업에는 아무리 낮은 인상률이라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고통 받고 있는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 자영업자들의 눈물 섞인 하소연을 들어줘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인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44%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에 찬성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8590원은 실질 시급 1만300원에 달한다. 따라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조기에 달성한 셈이다. OECD도 “한국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대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고용부 통계도 나왔다.

경제 현실을 무시한 망국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 정권이 경제실험 정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먼저 최저임금 폭탄을 막기 위해선 동결이 최소한의 조치이다. 고용부 장관은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지역·업종·기업규모별 차등화를 시행해야 하고, 주휴수당을 개편하고 전문직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각 지역의 생계비가 천차만별이고 호황·한계업종, 대기업과 편의점의 지급능력이 천양지차다. 무엇보다 선진국들도 다 하는 데 왜 한국은 못 하는지 정부 당국에 묻고 싶다.

최저임금의 논의·결정 주체 역시 정부의 일방통행을 막고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대신 국회로 바꾸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는 공자(孔子)의 말이 있다. 문 정부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이외에도 주 52시간제, 탈 원전, 4대강 보 철거, 자립형 사립고 폐지, 공무원 17만 명 증원, 청년수당 등 국민정신을 갉아먹는 포퓰리즘 공약들을 하루 빨리 접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좌파 이념정책으로 발생한 고용참사, 마이너스 경제성장, 수출 감소, 기업의 탈한국, 민생 파탄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