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강골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725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윤 총장이 내정부터 임명되기까지 검찰 18개 지검장 중에서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인사는 9명이고 8명의 선배 기수 지검장은 버티고 있다. 절반 이상이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정관계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현재 지검장별로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하지만 윤 검찰총장의 등장에 따라 원칙대로수사가 이뤄져 정관계에 사정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7월8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박지원 의원에 인사하고 있다. 2019.07.08. 뉴시스
7월8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후보자(후보자 윤석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박지원 의원에 인사하고 있다. 2019.07.08. 뉴시스

 

- 중앙지검, 의정부지검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 수사박차
- 전국 지검장 중 9사의’ 8유지’ ‘윤석열 사단부상

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하면 떠오르는 문구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사건을 지휘했다. 윤 검찰총장은 채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수사를 강행하며 외압이 있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무관치 않다고 폭로해 항명 파동에 휩싸였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는 윤 검찰총장의 등장만으로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정관계 인사들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정관계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유야무야됐던 검찰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서초동 분위기다.

총장, 등장하자마자 황창규 비자금 수사 급물살

이미 오래전부터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지지부진했던 KT 황창규 회장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7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이틀에 걸쳐 KT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15일에는 서울 광화문지사 등 3곳을, 16일 성남 분당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경영고문 부정 위촉 등 채용비리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T 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활동은 지난 3월 황 회장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황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전직 정치인 등 권력 주변의 인물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총 20억 원가량을 보수로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액의 자문료를 주고 로비에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이 이미 전직 국회의원과 현직 국회의원의 전 보좌진을 포함한 관계자 10여 명을 참고인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적절한 경영고문을 위촉한 의혹을 받는 황 회장 측의 배임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T 내부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수사 당국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45월부터 201710월까지 KT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이 비자금 일부는 여야 정치인 99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사지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양석조)에서 하고 있다. 중앙지검장이었던 윤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동기인 이성윤(23) 대검반부패강력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정부 지검이 수사 중인 사립유치원 설립자인 K이사장 관련 정관계 감사 무마 및 횡령 의혹 수사도 주목받고 있다. 일명 골드바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K이사장은 현재 의정부지검 산하 고양지청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본지는 단독으로 K이사장이 목사 출신임을 내세워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녹취록을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녹취록 단독입수] '골드바 택배 사건' 사립유치원 K이사장 정치권 로비 의혹 2, 2019.03.01) 당시 녹취록에는 여야 전현직 정치인 6명이 실명으로 등장했다.

특히 현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진급 의원 K, M 의원 등이 등장했다. 또한 여당 소속 나머지 2명은 현직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한명은 단체장이 됐고 또 다른 인사인 Y의원은 당적을 옮겨 야당 의원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검찰 캐비넷숨겨둔 정관계 X파일 꺼내들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 K씨와 H 전 의원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K이사장이 친분을 과시한 6명의 정치인 중에서 2021대에서 유치원 등 사립학교를 관리·감독하는 전현직 교문위 소속 의원들만 3명이 존재했다. 그 중에서 본지는 녹취록에서 언급된 한국당 출신 인사 중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K이사장의 수상한 관계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다 돼도록 검찰은 관련 수사를 더디게 진행했다. 이로인해 ‘K이사장 검경 유착설부터 정관계 비호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 임명 이후 검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참고인 수사도 시작했다.

특히 양부남 의정부지검장이 윤 검찰총장의 선배기수로 금명간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더해 윤석열 사단 중 한명이 임명될 경우 관련 수사가 정치권을 향할 수 있을 것으로 고발인들은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국회 선진화법 고발 사건 역시 윤 검찰총장 등장과 맞물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16일에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17일에는 윤준호·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7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고 23일에는 송기헌 의원이 조사를 받았다.

반면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4명의 의원들은 1차 출석을 거부해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낸 상황이다. 윤 검찰총장 성향상 출석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들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윤 검찰총장(23)보다 한 기수 위인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은 15일 사의를 표명해 후임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작년 초 대구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청탁리스트를 확보 했지만 지지부진 하다. 이번에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여부가 밝혀질지 관심이 높다. 당시 대구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자료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 채용 청탁 내용 등을 정리한 표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박윤해 대구지검장은 윤 총장보다 한 기수 선배다.

한편 윤 총장의 등장으로 정관계 관련 수사뿐만 아니라 검찰 내 고위직 검사들의 줄사퇴와 버티고 있는 인사들의 향후 거취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개방직인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18)까지 포함해 사의를 표명한 검찰 고위 간부는 송인택(56·21) 울산지검장, 김호철(52·20) 대구고검장, 박정식(58·20) 서울고검장, 이금로(54·20) 수원고검장, 권익환(52·22) 서울남부지검장, 김기동(54·21) 부산지검장, 윤웅걸(53·21) 전주지검장 등이 있다.

반면 남아 있는 윤 검찰총장보다 선배인 검찰 고위인사는 조은석 법무연수원장·황철규 부산고검장(19), 김오수 법무부 차관(20), 노승권 사법연수원 부원장·박균택 광주고검장·한찬식 동부지검장(21), 김영대 서울북부지검장·김우현 인천지검장·박윤해 대구지검장·양부남 의정부지검장·차경환 수원지검장·이영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22) 12명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