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월 전당대회(전대)에 출마한 것은 다소 의외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전대 출마에 의견이 분분했다. 출마를 점치는 쪽에선 한국당이 오너가 없는, 권력공백이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라 봤다.

당 대표가 되면 당내 세력을 쉽게 구축할 수 있고 대권에 성큼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불출마 쪽에선 관료 출신이라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 봤다. 관료 출신은 의전에는 강하지만 돌발변수의 연속인 정치권에선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황 대표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 전망했다.

황 대표는 전대에 출마했고 무난하게 당선했다. 당선 후 대여투쟁을 이끌면서 당을 황교안의 당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보수층 결집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당권 확보와 함께 보수의 대표 주자로 부각됐다. 출마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점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보다 권력의지가 앞서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황 대표의 대권 가도가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대략 네 가지의 장애물이 놓여 있다. 첫째, 확장성 입증이다. 둘째, 2040의 한국당 비토정서 완화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 극복이다. 넷째, 2020년 총선 선전이다.

우선 확장성부터 살펴보자. 지난 18일 서울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 대표는 14.0%의 지지율을 획득하여 이낙연 국무총리(15.9%)와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적인 확장지표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20대 이하와 30대에선 각각 4.0%2.2%에 그쳤다.

40대에서도 5.6%에 머물렀고 50대에서만 조금 앞섰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이 총리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와 무당층에서도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여론조사와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젊은층, 2040의 한국당 비토정서도 심각한 장애물이다. 2040은 전체 유권자의 약 55%를 차지한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들은 촛불시위를 주도하면서 정치관심이 크게 늘었다. 2040의 최근 한국당 지지율은 1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이런 지지율이 내년 총선까지 유지된다면 한국당의 선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황 대표가 당선 이후 젊은층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의 한국당 지지율은 변화가 거의 없다.

세 번째 장애물은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다.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쳤다. 국민은 그에게서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황 대표의 지지층은 박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지난 전대에서도 그들의 도움을 주로 받았다. 한국당의 주요 당직도 친박이 맡고 있다. 국민은 황 대표에게 그만의 정치를 찾을 수 없다.

네 번째 장애물은 내년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냐는 것이다. 선전의 기준은 1당 또는 그에 준하는 의석 확보다. 만약 100석 남짓에 그친다면 황 대표의 리더십은 훼손될 수 있다. 2022년 대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 정도 의석으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한국당 후보에 선뜻 표를 줄 수 없게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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