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됐다. 정의당 대표로는 두 번째 취임하는 것으로 당내 경쟁자가 없이 무혈입성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압도적 승리로 당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떠난 정의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고육지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심상정 정의당 신임 대표는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후보 단일화는 우리 당의 원칙이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이름으로 승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아 달라. 정의당은 정의당의 길을 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용인하던 자세에서 확실하게 노선 전환을 이룰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달 2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던 심상정 의원을 향해 야당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그저 집권여당의 용병정치인을 자처하고 있다”, “영혼을 거래하고 여당의 돌격부대를 자처하는 야당 같지 않은 야당이라고 말했던 것이 뼈저리게 아팠던 모양이다.

어쨌든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5당대표 회동을 통해서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한 심상정 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선출한 정의당 당원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제1야당을 교체하겠다고 한 것은 허언에 가깝지만, 그 말이 품고 있는 속뜻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그렇다면 심상정 대표는 어떤 전략을 통해 21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지난 424일 대표 발의하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을 살리기 위한 플랜 B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 생존전략의 플랜 B였던 더불어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너무도 일찍 문을 걸어 잠가 버렸다. 그렇다면 심상정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플랜 B는 정의당 독자생존 전략일 수밖에 없다.

심상정 대표는 15일 있었던 정의당 대표 이·취임식에서 다음과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저와 정의당은 1800만 촛불의 염원, 촛불 들어 내 삶을 바꾸고자 했던 촛불시민의 꿈 위에 있다. 내년 총선 반드시 승리해서 1800만 촛불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우뚝 설 것이다. 진보집권의 시대를 열어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이 땅에서 차별받고 불평등에 고통 받는 보통 시민의 삶을 지키겠다.”

심상정 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은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 야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확실히 하겠다, 촛불민심으로 태어났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권과 촛불민심을 놓고 한 판 겨뤄보겠다는 문재인 정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선전포고인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존폐를 걸고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불퇴전의 각오인 것이다.

필자는 아직 정의당이 독자생존이 가능할 정도의 무기와 실탄을 준비하고 있는 징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독자생존의 방향성만큼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판단된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민심으로 태어난 정권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촛불민심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독점하고 있었는데, 정의당이 이에 도전하겠다는 것 아닌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심상정 대표의 몫이 크겠지만, 정의당은 확실하게 진보를 표방하는 것이 우리니라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옳은 길이다. 당의 명운을 걸면 국민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겠는가?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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