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무역전쟁이 민족간 감정전으로 치닫고 있다. 휴가철을 맞이해 일본여행 간다는 한 초등학생은 친구들이 친일파냐고 놀려 가족들이 몇 개월 준비한 휴가계획을 포기하게 만든 사례가 들린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12을 언급했고 조국 민정수석은 죽창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채보상운동을 거론했다. 모두 반일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있어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 특히 36년간 일제강점기를 지낸 우리 민족으로서 당연하다. 그래서 빛나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다. 일본은 정명가도’(征明假道, 조선 선조 때에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정부에 대하여 중국 명나라를 치는 데 필요한 길을 빌려 달라고 요구한 말)를 들어 조선을 자극해 임진왜란이 터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적인 군사국가였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조선은 상대하기 벅찼다. 그래서 나온 자신감이 정명가도. 하지만 우리민족의 입장에서는 조선을 취하기 위한 술수로 보고 적극 대응해 일본을 물리쳤다. 세계적인 역사학자들은 당시 일본과 조선을 현대의 미국과 이디오피아로 비견할 정도로 조선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일본을 대패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순신 장군을 그래서 우린 성웅’(聖雄)이라고 부른다.

우리민족의 자존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주변 강국들 사이에 단일민족을 이루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미국을 X’로 중국을 X’으로 일본을 XX’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미국은 세계 제1위 경제 대국이고 일본은 2, 독일에 이어 중국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기업의 배상책임 판결을 내렸다고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대법원 판결은 핑계이자 명분일 뿐 이미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베총리가 일본 참의원 선거에 활용하기위해 꺼낸 카드란 시각은 전부가 아닌 일부다.

오히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향후 한국과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반도체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포석 측면이 강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정작 정책 입안자들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보다는 민족 자존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문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국제기구 조사를 의뢰했다. 겉으론 일본은 반대하고 있지만 속은 다르다. 지난 410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가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 29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발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3.5억불로 15위이고, 일본은 141억불로 4위를 차지했다. ODA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경제원조 금액을 말한다. 과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편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또한 일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금액이 833억달러다. 한국 돈으로 98조다. 절반만 회수해도 준 IMF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도미노처럼 해외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정부가 반일감정을 부추켜 국채보상운동을 하고 일본을 적대시하게 만드는 게 과연 최선인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에서 취업이 힘들어 일본으로 간 젊은 취업자수도 6만 명에 육박한다.

문 정부내 대일 강경파도 필요하지만 온건파와 관망파도 필요하다. 모두 강경파면 대화 자체가 안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관측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현 정부가 대처를 잘 못한 책임도 있다. 이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구국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 한일관계에 분위기 쇄신도 하고 반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 강대강의 최악은 경제위기로 그 대가는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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