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받으러 갔다가 ‘참변’

파손당한 A씨의 차량 [사진=피해자 가족 제공]
파손당한 A씨의 차량 [사진=피해자 가족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이중 주차’는 너무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골목골목 불법 주차된 차량도 너무 많고, 심지어 공영주차장 같은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중 주차를 했다고 사람을 (차로 수차례) 친다는 거는...어디 무서워서 차 끌고 다니겠느냐. 또 (가해자가)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며 용서해달라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른바 ‘제주대병원 주차장 사건’ 50대 여성 피해자 A씨의 딸 B씨는 기자에게 이 같이 하소연했다. 제주대병원 주차장 사건은 지난해 12월 30대 남성 C씨가 자신의 차량을 가로막아 주차했다는 이유로 차를 옮기러 온 상대방(A씨)을 차로 수십 차례 들이받은 사건이다. 사건 당시 A씨는 C씨에게 ‘나 여기(제주대병원) 암 치료 하러왔다.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C씨는 ‘암 환자면 잘됐네. 그냥 죽어’라며 다시 차에 올라타 추가로 수차례 들이받았다고 한다.

B씨는 “엄마는 항암 치료 때문에 제주대병원에 방문했다. (C씨가 차량) 충전도 안하면서 충전소에 차를 세워놓으니까 엄마는 (C씨 차량) 뒤에 차를 대고 (전기차) 충전기 선을 끌어온거죠. 충전기를 꼽아 놓으면 충전이 금방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언제든 차를 빼줘야 하니, 차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화장실에 갔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고 하는 사이에 그 사람(C씨)에게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라며 “엄마는 전화를 받고 ‘죄송합니다. 차 빼드릴게요’라고 말했더니 (C씨가) ‘차를 왜 이딴 식으로 대냐’고 소리를 질렀다더라. 엄마도 빨리 갔어야하는데 암 치료를 받는 부위가 골반‧엉덩이 쪽이다 보니, 빨리 뛰어가기 힘들었다. 그 사람(C씨)의 태도 때문에 최대한 빨리 걷는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에 따르면 C씨가 자신의 차가 있는 현장에 등장한 시간과 A씨가 차를 빼주겠다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5분 남짓이었다. B씨는 “빨리 안 왔다고 화가난거겠죠. 객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둘 사이에) 언쟁이 있었을 것이다. 엄마는 충전을 하지 않는 차량이 충전소를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C씨에게) 얘기했을 것”이라며 “(C씨가) ‘XXX 죽여버리겠어’라는 식으로 얘기했대요. 이후 엄마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빼드릴게요. 빼드릴게요’하고 운전석으로 타려고 하는데 그 사람(C씨가)이 갑자기 후진을 했다. 엄마는 골반부터 상체까지 다 문에 껴있는 상태에서 (C씨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C씨는) 계속 밀어붙이더라. 나는 그 상황을 CCTV로 다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소가)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다. 병원임에도. 처음에는 엄마가 ‘살려달라’고 소리 지를 생각 밖에 못하고 클락션(자동차 경적)을 안 눌렀다. (CCTV에는) 그 사람(C씨)이 내리고 엄마가 (운전석 문에) 낀 상태에서 살려달라고 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면서 “(C씨는) 내리더니 뭐라고 말한 다음 다시 차량에 올라타서 추가로 박더라. 이후 엄마에게 이 때 (C씨에게) ‘뭐라고 그랬어’라고 물어보니 ‘제발 살려달라. 나 여기 암 치료 하러왔다. 암 환자다. 살아보겠다고 병원에 왔는데 왜 사람을 죽이려고 하냐’고 얘기했대요. 그랬더니 (C씨는) ‘암 환자면 잘됐네. 그냥 죽어’ 이러고 추가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C씨의 추가 범행이 이뤄질 때 차량 경적을 울렸다고 한다. 경적 소리를 듣고 세 사람정도가 모여들었다. B씨는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그 사람(C씨) 멱살을 잡고 말렸다. 결국 그 사람(C씨)가 차를 앞으로 빼니까 엄마는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지더라. 이후 바로 실려 갔기 때문에 경찰한테 진술할 틈이 없었다”면서 “당시 (관할) 파출소에서 경찰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 사람(C씨가) 경찰에게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후진했다’고 얘기하니까 블랙박스도 확인안하고 그냥 집으로 보냈다고 하더라. 너무 분했다”고 분개했다.

골반 등을 크게 다쳐 입원한 피해자 B씨. [사진=피해자 가족 제공]
골반 등을 크게 다쳐 입원한 피해자 B씨. [사진=피해자 가족 제공]

A씨는 사건 이후 12주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을 했지만 ‘암 환자’인 것은 여전하다. 전보다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 걷는 것도, 앉아 있는 것도, 누워있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B씨는 “(C씨의) 변호사가 재판장에서 하는 말이 ‘현재는 A씨가 일생상활이 가능한 점으로 봐서는 (C씨를) 선처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라며 “엄마는 예전에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는데 항암 치료 때문에 일을 다 그만 뒀다. 현재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하니까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에 간청해서 저녁에만 3시간 정도 일한 것이다.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이것도 이번 달까지만 일하게 됐다. 너무 힘들어서 두 달 정도밖에 일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랑 영화도 못 보고, 엄마에게 한 번씩 내려가면 제가 모든 수발을 해드려야 할 정도다. 엄마는 지금 정말 멀쩡한 상태가 아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피검사를 한 뒤 항암 약을 받아야하는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서 두 번 방문하면 한 번꼴은 약을 못 받는 상황”이라며 “약을 계속 꾸준히 먹어야하는데 백혈구 수치도 낮고 스트레스도 많아서 못 받는다. (사고 당시 C씨의 말을 듣고) 엄마는 ‘그럼 암 걸린 사람은 다 죽어야하나’라면서 엄청 힘들어했다. 심적으로도 힘들어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자기가 살려고 하는 게 죄냐고 말하면서...가족들 가슴은 얼마나 찢어지겠는가”라고 전했다.

B씨는 C씨가 죄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장에서 C씨가 보인 태도 때문이다. B씨는 “재판장 방청석에서 3~4개 정도의 다른 재판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C씨가) 졸고 있더라. 피고인석에 가서는 엄청 죄송한 척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혀 진심이 닿지 않았다”면서 “긴장하거나 이런 모습없이 시작 전부터 계속 졸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무섭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그런 사람을 만날지 모르지 않느냐. 이중 주차라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진짜 너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데 그렇게...엄마가 그 문에 머리라도 꼈어 봐요. 이미 저세상 사람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나마 골반이 많이 낀 상태라...골반이랑 다리가 거의 휘어질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자기가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며 용서를 해달라는 거는 정말 저는 이해가 안 된다”고 흐느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1일 C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당초 경찰은 C씨에게 ‘살인미수’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 조사 단계에서 살인의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살인미수를 특수상해로 혐의를 바꿔 적용했다.

C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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