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근로자 생존권 보장 위한 공정한 도급계약 이뤄져야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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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 가보면 A건설이라는 대형 건설회사가 시공하는 곳이라도 다른 건설회사, 예컨대 아파트 현장이라면 철골 업체, 설비 업체, 조경 업체 등 소속 회사가 다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의 경우 모든 공정을 자동차 회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하도급(하청) 회사로부터 각종 부품을 받아서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건설업이나 제조업 등에서 모든 공정을 하나의 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은 경제성이나 효율성, 그리고 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대부분 도급계약 등을 체결해 하도급(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도급 회사와 소속 근로자들은 도급사(원청 회사)와의 관계에서 소위 ‘을(乙’)의 위치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고, 도급사가 도급비용 등을 지불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약금액을 제시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기준법에서는 건설업 등 도급사업에서 임금 지급에 대해 여러 가지 특례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원칙적으로 임금지급의무는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은 사업주가 직접 부담해야 하지만, 도급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에서는 수급인(도급하는 업체) 등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임금지급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도급사업에서의 임금지급 연대책임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해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해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하청 회사의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 직상수급인(하청회사에 직접 도급을 준 회사)이 도급비용을 주지 않은 경우에는 하청회사와 직상수급인이 함께 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만일, 직상수급인이 임금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벌칙(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적용된다. 

도급사업에서의 임금지급 연대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대법원 판례에 따라 1차 도급만 이루어진 경우에도 인정)이 이뤄져야 하고, ②직상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존재해야 하며, ③하수급인이 직상수급인 등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 연대해 책임 지는 것이므로 ‘직상수급인 등의 귀책사유 때문에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도급사업에서의 임금지급 연대책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직장 수급인의 귀책사유”인데, 이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 수급인의 귀책사유로는 ①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 금액 지급일에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②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원자재 공급을 늦게 하거나 공급을 하지 아니한 경우, ③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의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해 하수급인이 도급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가 포함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서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로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도 임금지급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근로자는 직상수급인과 실제 사업주인 하수급인 중 1인 또는 양자 모두에 대해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임금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건설업에서의 임금지급 특례제도

건설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도급관계가 매우 많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임금체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근로기준법에 특별한 제도를 두고 있다. 건설업에서의 임금지급 연대책임 및 건설업의 공사도급에 있어서의 임금에 관한 특례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서는 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에 대하여 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11호에 따른 도급이 이뤄진 경우 같은 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시공참여자)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해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고,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 소위 ‘시공참여자’ 또는 ‘십장, 오야지’ 등이 개인 사업자의 형식으로 여러 명의 근로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시공참여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에게 임금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건설현장에서 근로하는 다수의 일용근로자들은 여전히 시공참여자를 통해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44조의3에서는 건설업의 공사도급에 있어서 임금에 관한 특례제도를 정하고 있는데, “공사도급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하도급 대금 채무의 부담 범위에서 그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가 청구하면 하수급인이 지급해야 하는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이 제도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하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직상수급인에게 임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이 특례제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①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을 대신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뜻과 그 지급방법 및 절차에 관해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이 합의한 경우, ②민사집행법 제56조제3호에 따른 확정된 지급명령, 하수급인의 근로자에게 하수급인에 대하여 임금채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같은 법 제56조제4호에 따른 집행증서, 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7에 따라 확정된 이행권고결정,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③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 대해 지급해야 할 임금채무가 있음을 직상 수급인에게 알려주고, 직상 수급인이 파산 등의 사유로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정확한 예상은 힘들지만, 앞으로 건설업이나 제조업 이외에도 다른 여러 업종에서도 전문성과 효율성 등을 위해 분업화가 계속 진행돼 도급계약은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도급관계에서 하도급 소속의 근로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정한 도급계약이 이뤄지고, 임금지급이 최우선시 되도록 관련 법령들이 개선‧강화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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