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기아자동차 11년 연속 판매왕 허영봉 과장

기아자동차 교대점. 오전 10시 30분 십 여 명의 사람들이 전화를 붙잡고 열심히 통화하는 중이었다. 마치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전투적인 분위기. 그 중 기아자동차 11년 연속 판매왕인 허영봉(42)과장을 찾기란 쉬웠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말씨, 그냥 한눈에 ‘저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안녕하세요?” 서로 한눈에 알아보는 프로급 눈썰미. ‘강남에서 봉 잡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봉 과장과의 유쾌하고 느낌있는 대화를 나눴다.


“지난 93년 7월 11일 입사했습니다. 14년 전 일입니다. 그 후로 11년 연속 판매왕을 했으니까 세월도 무척 빨리 흘렀네요.”

‘메뚜기도 한철’ 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연예인도, 스포츠 스타도 하물며 평범한 직장인들도 기복을 타는데 기아자동차 11년 연속 판매왕을 기록한 허영봉 과장은 지난 세월을 덤덤히 생각했다.

“결혼을 하지 못할까봐 기아자동차 영업직에 응시했습니다.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했는데 장인어른은 탐탁지 않았나봐요. 그래서 학원 강사보다 기아자동차 직원 타이틀이 더 좋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천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고객 40%가 기존고객 소개, 감성전략 주효

“처음 입사해서 나이 어린 선배가 4명이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신께서 나를 테스트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그는 구두 굽을 갈아가며 열심히 뛰어다녔다. 신발만 17켤레라는 그는 구두가 한 켤레씩 늘 때마다 자동차 영업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는 것.

“실적 중 40%는 기존 고객 소개입니다. 단순한 영업 테크닉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전략으로 임한 것이 성공 비결 같습니다.”

그는 고객을 만나기전 상대를 철저히 분석한다.

“상대가 여성일 경우 어떤 직업이며 무슨 차를 원하는 지 미리 파악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차를 구해 퇴근 시간에 맞춰 대기시켜놓습니다. 그리고 집까지 직접 시운전을 시키면서 차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메일 명단에 1200명이 저장되어 있는데 한번도 자동차를 사달라는 메일을 발송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날씨, 스포츠, 미용 이야기 등 상대와 나이에 따라서 내용을 각기 달리 적은 메일을 발송해 스팸메일로 구분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

“얼마 전 탤런트 윤다훈이 TV에 나와 정수기 판매왕이 된 사연을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수기 한 대를 팔기위해 아버지 같은 분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에 가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렀다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박장대소했지만 저는 깊게 공감했습니다. 지나치긴 했지만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는 전략은 주효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픈 기억은 있었다,

“입사와 거의 동시에 결혼을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신혼여행지에 도착했는데 삐삐가 울렸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당장 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공항에서 직접 갔습니다. 만나자 마자 고객이 다짜고짜 뺨을 때렸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맞은 후 이유를 묻자 자신이 구입한 차의 옵션이 빠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뺨을 맞은 수모보다는 아내가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는 그는 그 날 새벽 2시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오해를 풀었으며 지금은 가장 큰 고객이 되어 30여건의 소개를 시켜줬다는 것이다.

“고객관리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버는 만큼 쓰는 것에도 열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달에는 경조사비로 270만원까지 지출한 적도 있습니다. 일 년 평균 140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그는 봉사활동에도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지난 2001년부터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사랑밭 재활원에 매달 20만원씩 기부를 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 판매왕이 되었을 때 부상으로 나온 카니발 자동차를 기증했다.

“소리 소문없이 하려고 한 봉사가 홍보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냥 생색내기나 알려지기 위해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반기에도 80여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사명감으로 무장한 판매원 많아져야”

“요즘 젊은 세일즈맨 중에는 뛰어난 판매원들이 없습니다. 시스템도 자체가 안정되어 있고 또 그만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는 입사한 후배들에게 회사에 대한 사명감,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확고한 마음자세가 없다면 소비자에게 어떠한 상품도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의 직업을 누가 묻는다면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저의 마음을 건네고 상대의 마음을 건네받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판매에 대해 단순히 돈을 받고 물건을 건네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가는 그저 그런 영업사원에 불과하게 될 뿐입니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봉과장’의 마음을 건네는 일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그는 11년째 많은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마음을 돌려받았다. 기아자동차에서 확실히 떠버린 봉과장의 마음을 건네는 일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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