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사학 혁신법 모두 ‘상식’…상식의 법제화가 중요”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치원 3법으로 일약 주목받는 의원 반열에 올랐다. 당시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의 반발에도 불구, 끊임없는 공론화를 통해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 이 법안은 별 다른 논의 없이 국회를 표류하는 형국이다.

'유치원 3법'과 '사학 혁신법'으로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치원 3법'과 '사학 혁신법' 발의로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유총, 총선 앞두고 알량한 몇 표 쥐고 흔들면 결코 좌시치 않을 것”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이어 사학 혁신법을 발의, 교육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운영에 있어 회계 투명성 강조가 골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유치원 3법은 국회에서 논의가 더디게 진행돼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일요서울은 박 의원과 지난 18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의 현주소와 이번 사학 혁신법 발의 배경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180일을 허비한 채 지난달 25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유치원 3법 논의가 더딘 것에 관한 견해는.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극히 상식적인 법이다. 온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억지 논리로 국회 논의를 막아서면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법안심사 발목잡기, 정쟁으로 시간 끌기 등 한유총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침대축구’ 지연 전술로 국회의 정상적인 법안심사 논의를 사실상 가로막았다. 그러자 한유총 측은 ‘유치원3법이 아직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교육부는 왜 우리에게 에듀파인 사용을 강요하느냐’며 도리어 큰 소리 치고 있다.

-유치원 3법 논란 당시 한유총은 에듀파인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이 잠잠해질 무렵 ‘에듀파인 도입은 위법하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한유총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는데.

▲한유총은 앞서 개학 연기 투쟁을 통해 학부모와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놨다가 오히려 비판을 받게 되자 에듀파인을 조건 없이 모두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까지 걸며 반격하고 있다. 모두 국회가 지지부진하게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지 못해 생겨난 문제들이다.

실제 사립유치원 측에서 행정소송을 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치원 비리로 감사에 적발된 원장들이다. 소송에 나선 이들 중 70% 정도가 비리 적발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고, 대부분이 기존 한유총 소속이다. 또 해당 유치원 대다수는 100~200인 이상의 대형 유치원들로,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그 동안의 불투명한 회계 문제가 드러나거나 주먹구구식 회계를 통해 이득을 봤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들이다.

따라서 한유총이 투명한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반대하는 이유는 당장 자기 주머니 배불리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3법이 통과되기 위해선 한국당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 ‘나 홀로’ 투쟁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의견도 제기되는데. 법안 통과와 관련한 당내 분위기는 어떤가.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0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발의가 이뤄졌다. 이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면서 정치적 부담을 동료 의원들과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함께 지게 됐는데, ‘나 홀로’ 투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다.

이 법안은 절대 나 혼자서 한 것이 아니다. 이해찬 당대표의 결단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추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동료 의원들의 뒷감당이 있어 가능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실제 지역 유치원 원장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일로 나는 박수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역위원장과 광역·기초의원, 동료 의원들이 뒷감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유치원 3법에 이어 지난달 17일 사학 개혁을 위한 ‘사학 혁신법’을 발의했다. 입법 발의 배경에 관해 설명해 달라.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즉각적으로 책임지는 곳이다. 이 가운데 사립대학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여기부터 바꿔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학비리는 사립유치원 비리의 확대 복사판이다. 사립대학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7조2000억 원으로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그동안 교육부와 감사원의 감사, 수사 당국의 수사를 통해 확인된 비리내용이나 회계부정 등을 다 더하면 2600억 원 상당의 규모에 달한다. 

이마저도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으로 자진 보고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여러 대학들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내지 않았다. 국민의 혈세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등록금, 학부모가 힘들게 벌어서 낸 등록금이나 교육기여금이 다 엉망으로 쓰였다는 말이다. 

사학 혁신법은 사학재단 이사장과 친인척 비리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립자와 이사장의 친족은 개방이사가 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개방이사 비율도 4분의 1에서 절반 이상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재단 임원이나 총장이 회계 부정을 저지를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고, 이사회 회의록도 발언자와 내용을 모두 기재해 공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학 혁신법을 두고 ‘사학 때리기’가 아니냐는 반발이 있다. 

▲이 법은 절대로 사학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사학 운영은 사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엔 국고 7조2000억 원과 학부모, 학생들이 피땀 흘려 번 등록금이 들어간다. 이런 돈이 엉터리로 쓰이는 것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적어도 세금이 쓰이는 곳에는 감사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상식이다. 아주 상식적인 얘기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사학 때리기’가 아니라 회계 부정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개교 이래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학이 절반을 넘는다. 심각한 문제다. 학교 운영의 공공성 강화가 목적이라 대학의 자율성 침해와는 다른 문제다.
상식의 법제화가 중요하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을 법으로 입법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파고들어 ‘삼성 저격수’라는 별칭도 있다. 유치원·사학개혁도 큰 사안인데, 너무 ‘센 곳’만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재벌 개혁, 유치원 개혁, 사학 개혁 모두 초선 국회의원이 혼자 짊어지고 가기엔 무거운 짐이 맞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에 국민 여러분을 믿고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가고 있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지역구의 경우 유치원 원장들의 의견이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지역구 상황은 어떤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영향력이 겁났다면 아마 유치원 3법 발의 등은 하지 못했을 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에서 현역 국회의원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유치원 3법의 11월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한유총 등 사립유치원이 총선을 앞두고 알량한 몇 표를 쥐고 흔들며 민심을 뒤집으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눈앞의 몇 표가 아니라 국민만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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