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차별성 보여야 할 때... 경쟁력 제고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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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케이뱅크 혁신적 서비스 약하다는 평...‘도태된다’ 우려도

시중 은행들 온라인·모바일 경쟁력 강화...신규 인가 앞두고 재정비 나서야


출범 2년째를 맞이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 기존 금융권과의 혁신성 및 차별성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도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시중은행이 온라인 및 모바일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영역에서 빛을 보인다. 이 때문에 혁신성 및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지금보다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도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인가 사례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당시 경쟁력 있는 혁신적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금융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경쟁에 발을 디뎠다.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관리비 절감 효과의 이점을 금리에 반영했고 기존 은행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여·수신 상품 및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도태되던 시중 은행들의 재생 의지를 불타오르게도 했다. 기존 사용자 ID와 비밀번호 또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로그인 방식이었던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바일 채널에 간편 로그인 시스템과 간편 이체 기능을 선보이자 변화의 바람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로그인 방식에서 패턴 입력이나 지문·홍채 인식 등으로 로그인 시스템을 간편화했고, 자금이체의 경우도 기존 계좌 비밀번호 입력과 유선 또는 공인인증서 확인, 보안카드 사용 등 복잡한 단계를 지문·홍채 인증이나 간편 비밀번호 입력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1~2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이라 평가받던 이러한 서비스를 현재는 대다수의 시중 은행들이 제공하고 있어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평도 따른다. 오히려 시중 은행이 온라인 및 모바일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도태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독창성 주목받지 못해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현재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다. 고신용자 대출만 취급하는 시중 은행과 모습이 비슷하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금리대출(신용등급 4~7등급)이 전체 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와 15.8%로 기록됐다. 그 외는 1~3등급 고신용자에게 대출이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전국은행연합회 대출 금리 공시에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각각 4.1%와 4.2%로 시중은행 대출 금리 평균인 3.99%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익성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15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케이뱅크는 580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나왔다. 케이뱅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9개의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낮은 12.48%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 말 10.71%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말 유상승자로 16.53%까지 올랐고 올해 다시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1분기 BIS자기자본비율이 13.41%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인 10.96%보다 높아졌지만 지난해 6월 말 16.85% 이후 12월 말에는 13.85%로 떨어졌다. |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대출자산이 증가하면서 BIS 비율이 불안정한 수치를 보고 업계는 평가했다. 위험가중자산(RWA)은 늘어나지만, 자기자본은 늘지 못했다. 상품의 차별화보다 금리우대 및 수수료 무료를 통한 영업 전략과 대출 업무에 주력하다 보니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2006억 원의 이자수익을 냈지만, 수수료비용 및 영업비용은 2862억 원에 달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427억 원의 이자수익을 올렸지만, 영업 관리비가 669억 원으로 손실액이 컸다.

신선함 부족에 유통업계도 진출 고심

더군다나 최근 시중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문화공간, 휴게공간, 지역 명소로 꾸미며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화 요소를 내보이고 있다. 또 기존 은행권들 사이에서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인터넷전문은행화하려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차임은행의 경우는 해외송금과 현금인출 등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은행 직불카드로 결제 시 결제수수료를 비자에 징수하고 있어 결제에 특화된 모습으로 고객 서비스를 충족시켰다. 여기서 금융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비대면 서비스를 통한 ‘저금리 빠른 대출’만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중소기업 대출이 가능해졌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가계 신용대출로 제한돼 규모 경제면에서 시중은행들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여신심사 인력과 작은 규모 등으로 기업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여신은 대면심사가 필수지만 이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같이 시스템을 바꾸는 건 금융당국 취지에도 맞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장기전으로 갈 때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유통사 및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신선함 없는 부진으로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해주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에도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15년 인터파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터넷은행 참여를 검토하고 올 1월에도 인터넷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하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기대보다 낮은 사업성에 인터넷은행 진출 계획을 접었다. 

위메프도 지난 인가 신청 당시 토스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신한금융이 이탈하면서 토스와의 재도전 기회가 희박해졌다. 인터파크와 키움의 경우도 아직까지 재도전 검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유통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참여하도록 적극 검토·독려 하고 있다. 전요섭 금융위 은행 과장은 지난 10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누구든지 금융위 승인에 따라 의결권 지분 34%를 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적극 독려하지만 금융권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생존하기는 버겁기만 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출 고객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서비스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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