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 청와대 회동 직후,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창 밖을 보며 단둘이 대화하는 장면의 사진이다. 90초간의 짧은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황 대표에게 일대일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수(領袖)회담은 단체나 조직의 우두머리가 만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결론을 맺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영수는 옷깃과 옷소매라는 뜻인데 옷 중에서 옷깃과 소매 부분이 두드러져 보이고 남의 눈에 잘 띈다는 데서 비롯된 표현으로, 수많은 사람 가운데 특출난 사람 즉,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과거에는 여당 총재를 겸했던 대통령이 국가적 현안이나 정치적으로 타결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 야당의 당대표와 마주 앉는 영수회담을 통해 담판을 시도하곤 했다.

그러나 역대 영수회담의 대부분은 긴급한 현안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한다든지, 결과적으로 명분쌓기 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영수회담은 결과물이나 성과를 떠나 그 자체가 여야 최고 지도자들이 실질적으로 소통하는 정치적 행위라는 점에서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대통령과 마주 앉은 여야 대표들의 정치적 몸값대통령 급으로 높아지는 정치적인 부대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각 당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돌파하는 용도로 적절히 활용되기도 하였다.

영수회담은 누가 먼저 제안하느냐에 따라, 또 다자간이냐 일대일이냐에 따라 곧잘 회담의 형식을 갖고 신경전을 펼치곤 해왔고, 회담 이후의 뒷말로 당이 내분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이번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다자간 회담을 한국당에서 거부하고 역으로 일대일 제안을 다시 청와대가 거부하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회담이 성사되기도 했다.

국내 문제로 정국이 잔뜩 꼬여가다가도 대북 문제나 외교관계 문제가 불거질 때에는 오히려 영수회담을 통해 서로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곧잘 등장하는 말이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이 초당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는 말이었지만, 물밑 이면에서는 각 당의 입장에 따른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곤 한다.

대일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영수회담이 일대일 영수회담으로 발전할 경우, 가장 큰 의제는 추가경정예산처리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회동 직후 추경 처리 등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일 무역보복 건에 대한 대처와 국민 경제에 있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가 점점 더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담소자약의 여유로운 미덕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담소자약(談笑自若)은 위급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태연하게 평소처럼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로운 태도를 비유하는 삼국지(三國志) 오서 감녕전(吳書 甘寧傳)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서로의 당리당략과 내부적인 문제들로 복잡하지만, ‘담소자약의 여유를 갖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결론을 도출해야만 하는지를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서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영수회담의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신용한 서원대학교 교수/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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