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기업들 탈 일본 본격 시동...외신도 ‘주목’
- 정부도 기업 활력 제고 지원 위해 팔 걷어붙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b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일본이 지난 1일 반도체 소재(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가 안팎이 떠들썩하다. 이를 두고 수출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재계는 물론 정계도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 또한 일본계 기업 브랜드 상품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를 두고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정계 역시 일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며 경쟁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국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소재가 일본의 수출 규제로 공급받지 못하게 되자, 한국 기업도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활로 모색에 나섰다.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의 생산 감소 등 피해가 예상되지만, 현재로서는 한국 기업이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타격 입은 기업 없어

삼성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장기화에 대비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이재용 부회장은 긴급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통해 일본 업체와 만나 해외 공장 물량을 우회 수입하거나 다른 조달처를 확보했을 수 있다고 알렸다.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3개 소재(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긴급 물량 확보에도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보도가 이뤄진 뒤 지난 17일, 걱정과 달리 삼성전자는 국산불화수소를 반도체 생산공정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산 불화수소에 대한 신뢰도 및 정합성 테스트를 끝내고 최근 국산 불화수소를 D램 생산 라인에 투입했다. 국산 불화수소 투입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외에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일부 기업이 제3의 공급처와 구체적 계약까지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증권보는 지난 16일 ‘중국 산둥성의 화학기업인 빈화(濱化)그룹이 일부 한국 반도체 업체에 불화수소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빈화그룹이 ‘여러 차례의 샘플 테스트를 거친 뒤 한국 기업과 본격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며 한국 기업들이 끊임없이 빈화그룹에 수주를 넣고 있다’고도 전했다.

제37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 17일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차별화된 핵심 역량 확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선제 투자해서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부품 국산화 추진

정부도 일본 수출규제 대응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 등 5당 대표들과 함께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모색에 나섰다. 그러면서 수출규제에 대한 대처와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도 당부했다. 물론 이를 두고 여야의 입장 차이는 보였지만,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 원칙은 함께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도 이달 중 마련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고자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고 핵심부품 국산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최근 일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규제 철회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포함한 국제 공조 ▲부품·소재·장비산업에 대한 국산화 등 산업경쟁력 강화 대책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12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관련 추경 증액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계획도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이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됨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방침”이라며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조치가 공론화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는 데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국민도 불매운동 계속

일본의 수출규제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인한 ‘경제보복’이라는 분위기에 국민들의 분노도 좀처럼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일본계 기업의 브랜드 상품 불매 운동이 계속되는 추세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54.6%로 국민 절반 이상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만에 6.6%p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일본 기업 브랜드에 대한 목록이 공유되기도 하고, 이를 대체할 제품까지 알려주는 사이트가 개설‧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 붓는 격’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니클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닷새 만에 발언에 대한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다케시 재무책임자는 지난 11일 한국의 불매운동과 관련해 “불매운동의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으며,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발언을 해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패스트리테일링은 발언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앞으로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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