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김제동’ 등 폐지‧인력 축소 나서 ‘비상경영체제 돌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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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공영방송의 몰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KBS 얘기다. 최근 복수의 언론을 통해 발표된 ‘KBS 비상경영계획 2019’ 문건 내용을 살펴보면 KBS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롭게 양승동 사장 체재로 변화를 꾀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문제는 향후 재정 상태 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인력, 프로그램 등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승동 사장 체재로 변화 꾀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태

내년 적자예상액은 올해보다 높은 1346억 원

 

‘KBS 비상경영계획 2019’ 문건에는 최근 5년간 광고수입, 향후 5년 손익계산서를 비롯해 비핵심‧비효율사업 조정, 프로그램 효율성 강화, 인사‧복지제도 개선, 신재원 창출 및 제도 개선 등 4가지 비상경영계획 등이 담겼다.

문건에 따르면 KBS의 광고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 2015년에는 5025억 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328억 원까지 줄었다. 올해 광고수입 예상액도 약 2631억 원이다.

KBS는 올해 약 1019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 적자예상액은 올해보다 높은 1346억 원이다.

KBS가 앞선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 상태로는 KBS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사기획 창’ ‘추적60분’

통합한다?

 

비핵심‧비효율사업으로 법인카드 전표 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종이전표 대신 전자전표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비효율사업으로 지목한 KBS24뉴스는 2020년부터 페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동포상 폐지와 함께 매년 108억 원이 들어가는 교향악단 지원금도 조정하기로 했다.

프로그램 효율성 강화 방안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프로그램을 정리하겠다는 뜻이다. 핵심 프로그램은 살리거나 통합하고 나머지는 폐지될 전망이다.

현재 ‘시사기획창’과 ‘추적60분’을 통합하는 안, ‘아침뉴스타임’을 폐지하는 안이 논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고액 출연료 등으로 많은 논란이 됐던 ‘오늘밤 김제동’도 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김제동 소속사 아침별은 “김제동이 1년여간 이어 온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가을 개편을 앞둔 9월 초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동도 “오늘 하루 여러분들이 잘 지냈는지 따뜻한 안부를 여쭤보기 위해 만든 방송이었던 만큼 1년여 간의 수많은 밤 동안 함께하기 위해 출연해 주신 시민과 각 분야 전문가,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수고해 스태프들, 지켜봐주셨던 시청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방송의 닫는 말이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오늘밤 김제동’이었듯 방송이 끝난 이후로도 여러분들의 내일이 더 나은 내일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방송까지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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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공채 줄이고

경력‧특별채용 확대?

 

인사‧복지제도 개선 안에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관련 채용규모를 적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인력 채용을 줄여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뜻이다. 대신 경력‧특별채용을 확대하고 채용시기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KBS 측은 하반기 추가 인원채용을 중단하면 연 107억 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확대해 연 94억 원에 이르는 예산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이같은 발표에 KBS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충격과 절망의 비상경영계획, 결국 이렇게 KBS는 죽는가?’라는 제목의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노조는 “오늘(15일) 내놓은 KBS 비상경영계획은 그야말로 충격과 절망 그 자체였다. 사측은 KBS 올해 사업 손실이 1000억 원이 넘어가고 내년 후반부터는 은행 차입금에 의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것은 향후 5년간 누적 손실이 6,500억 원이 넘는다는 전망이다. 광고도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콘텐츠 수익도 비관적이어서 비용을 줄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라고 말했다.

또 “비상경영계획은 결국 양승동 사장의 경영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자 그동안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모두 나온 노동자 농락의 끝판왕이다”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이번 비상경영계획은 KBS 공영방송의 가치를 깡그리 무시했다. 회전문식 인사와 불통으로 일관하는 의사결정이 이렇게 회사를 망가뜨렸는데도 노동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다”라며 “회사는 비상계획안을 발표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희망과 비전은 사라졌고 언 발에 오줌누기식 계획만 난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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