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칼레도니아] 두 번째 여정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이름조차 낯설기만 한 남국의 섬. 뉴칼레도니아에 흠뻑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 없다. 순수함으로 가득한 대자연은 여행자에게 다정하고, 서서히 스며든 프랑스 문화는 섬을 또 다른 의미로 흥미롭게 한다. 남태평양에 떠 있는 푸른 섬. 뉴칼레도니아에서 천국의 조각을 맛봤다.

도시를 끼고 있는 휴양지

한 나라의 수도를 상상할 때 전혀 기대하지 않는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는 누메아. 도시라고 부르기에도 다소 어색하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반짝거리는 요트들과 도로를 따라 심어져 있는 늘씬한 야자나무 가로수, 언덕 위에 그림처럼 들어선 주택들이며 아침부터 바닷가를 따라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출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특히나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을 매일 겪고 사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뉴칼레도니아의 본섬이라고 할 수 있는 라 그랑 떼르는 동서로 50킬로미터, 남북으로 400킬로미터 남짓한 크기다. 마치 바게트 빵처럼 생긴 섬의 남쪽 끄트머리에 수도 누메아가 있는데, 본섬에 거주하는 총 인구 16만 명 중에 10만 명이나 수도에 모여 사는 만큼 뉴칼레도니아에서는 누메아가 제법 북적거리는 도시다. 남부가 발전했다면, 반대로 섬의 북쪽으로 갈수록 인간의 발걸음이 잦지 않아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태초의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여행자로서 누메아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도시를 끼고 있는 휴양지’라고 해야겠다. 로컬 사람들의 삶이 이뤄지는 도심을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는 남국의 휴양지다. 도시 어디에서도 바다가 멀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을 정도. 사방이 해변으로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그중 단연 가장 붐비는 곳은 앙스바타 해변이다. 럭셔리한 호텔과 레스토랑, 바, 상점, 카지노 등 놀거리가 밀집한 지역으로 도심에서도 차를 타고 가도 단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여행자와 현지인 구별할 것 없이 즐겨 찾는 누메아의 핫플레이스다. 이 해변은 오후가 되면 바람이 강하게 불곤 하는데, 카이트서핑과 윈드서핑하는 이들의 물결로 알록달록 장관이 펼쳐진다. 앙스바타 해변에서 직접 수영도 하고 스노클링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스노클링을 하려면 일로까나르가 환상이다. 앙스바타 해변에서 수상택시로 5분이면 닿는 곳. 섬 한 바퀴를 걸어서 도는데 1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바다 너머에 있는 누메아의 도시 풍경을 멀찌감치 바라보면서 만끽하는 휴양의 맛이라니. 현지인에게도 특별한 의미겠지만, 여행자에게도 별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앙스바타에서 이어지는 시트롱만은 역시 해변 그 자체를 즐기기에도 좋지만, 레스토랑과 바, 클럽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나이트라이프를 놓칠 수 없다면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싱그러운 산책 코스

이토록 아름다운 누메아를 자신들의 도시라고, 또 집이라도 부르며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궁금하다면 꼬꼬띠에 광장을 중심으로 누메아 도심을 산책해보자. 어렴풋이 이들의 삶이 눈에 보일 것이다. 덩치 큰 나무들의 녹음이 짙게 드리운 꼬꼬띠에 광장은 수도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꼬꼬띠에’가 프랑스어로 ‘야자나무’를 의미하듯 너른 광장을 차지하고 서있는 나무들이 싱그럽다. 음악당, 분수대, 관광안내소가 있고, 직사각형의 광장 주변으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줄이 이어진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벤치에 앉아 쉬어가거나, 점심시간에 간단하게 도시락을 먹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제법 도시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높이 25미터짜리 종탑 2개가 우뚝 선 생조셉성당은 눈에 띄는 도시의 랜드마크다. 1988년에 건설한 성당으로 내부는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 설교단, 제단, 고해성사실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컬러풀한 원피스의 전통 복장을 곱게 차려입고 성당에 오는 카낙 여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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