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를 찾아서] 저자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 역자 안미란 / 출판사 민음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기억이란 저장소. 단 몇 초의 사실을 평생 소장하기도 하고 기억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지만 망각이란 단어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기억이란 저장소를 더듬어 독자의 기억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잘못된 기억이나 망각, 기억술과 같은 고차원적인 개념을 다루면서 인간 기억에 대한 유의미한 예시들을 흥미 진진하게 들려주는 신간 ‘해마를 찾아서’가 출간됐다. 

급격하게 진화한 뇌과학 분야라든지, 신경 과학, 인지 심리학의 발전은 기억이라는 미스터리한 영역을 뚫고 지나가 과학적 분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노르웨이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책은 현대의 기억 연구에 위대한 기여를 한 실험과 연구 성과를 짚어준다. 기억이란 정의부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인간의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지에 이르기까지 기억을 효과적으로 불러내기 위한 훈련법을 다루기도 한다.

더불어 허위기억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나타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망각의 경로를 짚어 주도적인 뇌과학의 심리를 꿰뚫어 준다.

이 책의 두 저자인 신경심리학자 윌바 외스트뷔와 언론인이자 작가 힐데 외스트뷔 자매는 “기억이라는 존재가 발견된 때부터 MRI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독심술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관한 여행을 했다. 이들은 뇌 절제술 후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게 된, 기억 연구의 최대 공헌자 헨리 몰레이슨, 그 어떤 것도 잊어버리지 않는 솔로몬 셰레셰프스키의 경우를 책에서 다뤘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책이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뇌과학이나 기억에 대한 책들과 차별성을 지니는 것은 기억에 대한 특별한 시선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억에 관한 많은 염려를 한다. 기억을 더 잘하고 더 유능해지려는 이유다. 우리 역시 기억을 최적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하지만 다른 면을 생각해 보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겉모습을 넘어서 인간의 정신으로부터 뭔가를 계속해서 갈구한다. 외모만 완벽해서 되는 게 아니라, 생각도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기억 자체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저자들 자체도 기억의 속성 자체가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한다. 기억의 특징은 무수한 망각이며 매일같이 오류를 범하며 살아가는 것 자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실제로 독자들이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실들은 망각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또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들은 기억 속에서 태연하게 사라지곤 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가장 빛나는 특별한 기억의 진주들도 망각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제자리에서 남는 건 중요한 요소와 큰 틀이라고 강조하며 나머지는 인간의 기억이 우연하게 재구성되고 그러한 재구성이 기억의 진면모라는 사실을 들려준다. 

책에서는 “현대 뇌과학적 연구 실험의 성과로부터 얻은 기억의 기술과 조언들은 일상생활에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불완전성은 기억의 속성이므로 완벽한 기억에 대해 우리가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억에 대해 자신이 없는 사람들, 트라우마나 우울증을 앓는 이들을 비롯하여 기억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 또한 우리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장마다 과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해부학에서 시작하여 활동 중의 뇌를 관찰하는 첨단 영상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억 연구에서 가장 유의미한 실험들을 이야기체로 풀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기억의 본성과 작동 방식을 인상 깊게 파악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3장에서 다루는 우리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과 트라우마에 대하여 지적해준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개인적인 기억과 네거티브, 회고 절정, 사건 기억, 일기 , 회고록 같은 것들을 다루기도 한다. 노르웨이 대표 소설가인 린 울만을 인터뷰 하면서 구성적 기억에 대한 정의를 다 잡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허위 기억이 머릿속에서 인지하는 과정을 다룬 부분 또한 인상적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위해 허위 기억의 최고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편집자인 에릭에게 거짓된 기억을 박아보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 부분을 다루기도 했다. 노르웨이 경찰 수사관이며 인권연구가인 아스비외른 라클레프에게서 로프터스와 다른 사람들의 연구 결과가 어떻게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 도입되도록 영향을 미쳤는지 듣기도 했다.

저자들은 책에서 기억의 일부로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과 좋은 기억을 만드는 방법을 덧붙이는 일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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