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가고분군 24호분 최고 지배자급 대형 가야무덤 확인

[일요서울ㅣ합천 이도균 기자] 경남 합천군(군수 문준희)은 지난 25일, 삼가고분군(도기념물 제8호) 24호분 정밀발굴조사 관련 학술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삼가고분 24호분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 합천군 제공
삼가고분 24호분 발굴조사 © 합천군 제공

이날 자문회의에는 문준희 합천군수, 이희준 경북대 명예교수, 류창환 극동문화재연구원장, 홍보식 공주대 교수를 비롯해 경상남도와 합천군 관계자, 군민, 경남발전연구원 조사단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해당 발굴조사는 (재) 경남발전연구원이 맡아 진행했으며 M24호분 발굴현장에서 조사성과 공개 및 학술자문회의를 진행했다.

합천 삼가고분군은 290여기의 봉토분과 수백기의 소형묘들로 이루어진 가야 최대 규모의 고분군 중 하나이다.

그 동안 국도33호선 도로공사에 따른 3차례의 구제발굴조사에서는 널무덤(木棺墓), 덧널무덤(木槨墓), 돌덧널무덤(石槨墓), 돌방무덤(石室墓) 등이 확인돼 1세기에서부터 7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조영된 지역의 중심고분군으로 알려져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고분문화의 최전성기인 5세기 중반~6세기 전반대 삼가집단의 최고 수장층 무덤이 확인되지 않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삼가고분 24호분 발굴조사     © 합천군 제공
삼가고분 24호분 발굴조사 © 합천군 제공

합천군에서는 국정과제인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으로 삼가고분군의 체계적인 보존·정비를 위해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적승격 사업 및 연차적 학술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는 삼가고분군의 중심 분포범위 내에서는 처음 실시하는 학술발굴조사로 고분군의 북쪽 주능선의 중턱에 위치한 24호분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합천 삼가고분군 24호분은 삼가고분군에서 처음으로 조사된 대형분이자 5세기 후엽 ~ 6세기 초를 전후한 시점에 축조된 가야 최고 지배자급 무덤으로 추정된다. 24호분의 규모는 봉분 직경 30m 내외, 봉분 가장자리 기저면에서 최대 높이 5.5~6m 정도의 고대한 봉분을 갖추고 있다. 봉분 내에서 4기의 돌덧널무덤(石槨墓)이 확인됐는데, 24-1호는 봉분의 중앙, 24-2·3호는 봉분의 남쪽 가장자리, 24-4호는 남서쪽 봉분의 상단에 축조돼 있다.

24호분의 봉분 축조에는 다량의 석재와 점토를 사용하고 있는데 봉분 중앙에 위치하는 구획석(혹은 표지석)을 기준으로 뚜렷한 분할성토가 확인된다. 남동쪽에는 다량의 석재를 채워 넣은 듯한 봉분성토가 특징적인데 1998년도 동아대학교박물관에서 조사한 1-A호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4호분의 주 피장자가 안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4-1호 돌덧널무덤은 길이 830cm, 너비 110~120cm, 깊이 170~180cm 정도로 매우 세장한 형태이다. 다듬어진 돌을 이용하여 11~12단 정도 쌓아 올려 돌덧널을 마련했는데, 위로는 길이 200~220cm 정도의 뚜껑돌 11매를 놓고 적색점토를 두텁게 쌓아 밀봉했다.

뚜껑돌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돌덧널의 짧은 벽(短壁)에는 목조가구시설(벽석 위에 목재를 놓아 뚜껑돌의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보조시설)을 설치했으며, 돌덧널과 뚜껑돌 사이에도 점토를 두텁게 쌓았다. 바닥에는 잔자갈을 전면에 깔아 시상(屍床)을 마련했는데, 이러한 형태는 2012년도 국도33호선 도로확장구간에서 조사된 삼가Ⅰ-M2-1호분, M4-1호분과 같이 비교적 규모가 큰 무덤에서 나타나는 요소이다.

이번에 조사한 삼가 24-1호의 내부에서는 굽다리접시(高杯), 뚜껑(蓋), 그릇받침(鉢形器臺), 짧은목항아리(短頸壺) 등의 토기류와 발걸이(鐙子), 운주(雲珠), 금구(金具), 띠고리(鉸具) 등의 말갖춤새(馬具), 쇠창(鐵矛), 쇠도끼(鐵斧), 쇠화살촉(鐵鏃) 등의 무기류, 꺽쇠 등의 부장유물이 다수 발견됐다.

삼가고분 24호분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 합천군 제공
삼가고분 24호분 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 합천군 제공

삼가 24분에서 마구류와 무기류의 부장, 무덤 바닥 전면에 잔자갈을 깔아 마련한 바닥시설 등은 기존 연구성과에 비추어 삼가고분군 내 상위 위계 피장자의 무덤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특히 봉분 성토재의 차별화, 뚜렷한 분할성토, 24-1호 돌덧널무덤의 단벽에서 확인되는 목조가구시설 등은 그동안 삼가고분군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 조사된 봉토분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특히 삼가 24호분의 특징은 여러 기의 작은 무덤이 추가로 조성돼 하나의 봉분으로 합쳐져 큰 봉토를 이루는 형태가 아니라, 단 1기의 매장주체부를 위해 고대한 봉토를 쌓아 올려 축조했다.

이는 삼가고분군에서 조사된 사례가 극히 드문 점과 부장된 토기류가 소가야양식의 것임에 비해 매장주체부의 구조는 함안 말이산고분군으로 대표되는 아라가야고분의 특징적인 목조가구시설을 채용하고 있는 점 등은 5세기 후엽 ~ 6세기 초 삼가고분군 상위 계층의 존재를 방증하는 자료이다.

삼가고분군은 고분의 분포범위와 고총 고분의 규모면에서 경남 서부지역의 가야고분군 중 최대 규모로 고성 송학동고분군, 산청 중촌리고분군과 더불어 가야의 핵심세력들이 축조한 중심고분군이다. 삼가고분군은 합천지역의 대표적인 가야고분군인 옥전고분군(사적 제326호)과는 또 다른 가야 소국으로서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합천군에서는 연차적으로 고분군의 중심 분포범위에 대한 추가 학술발굴조사를 통해 자료를 축적해 조속히 국가사적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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