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주류소비 문화, 다양한 업태로 소비자 공략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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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의 창업 통계를 보면 사업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 중에 하나가 호프 전문점이다. 이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커지고 성희롱 논란으로 ‘미투’가 확산하는가 하면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회식이나 술자리가 줄어든 것이 큰 이유다.

특히 마트 등에서 다양한 세계 맥주를 구매해서 마시는 홈바의 확산, 수제 맥주의 확산도 호프 전문점이 줄어드는 데 한몫했다. 주점 시장의 변화 양상에서 주류의 왕자인 ‘맥주’ 관련 창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주류시장의 주종별 점유율은 맥주가 45.6%, 소주가 37.8%, 탁주가 13.4%, 기타 4.0%이다. 전체적으로 주점 수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맥주 창업이 여전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잦은 소비횟수, 음식과 술을 함께 팔 때 테이블 단가를 올리기가 손쉽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고 인건비 시대에 주점은 일반 음식점과 비교하면 영업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인건비율이 낮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다른 술과 달리 맥주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는 여름철이다. 그 때문에 맥주 관련 창업은 여름철이 인기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 업태들이 등장해 창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 스몰비어 가고 살얼음 맥주가 온다

몇 년간 큰 인기를 끌었던 스몰비어에 뒤이어 등장한 주점 트렌드는 살얼음 맥주이다. 
창업시장에서 살얼음 맥주의 선두주자는 ‘역전할매맥주’이다. 이밖에 ‘달빛맥주’ ‘김복남맥주’ ‘1도씨맥주’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했으며 스몰비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청담동말자싸롱’ 등 기존의 맥주전문점에서도 대중적으로 살얼음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역전할매맥주’의 경우 상호에 맞게 고전적 분위기로, 약 2년 전 등장해 살얼음 맥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살얼음 맥주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차갑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국내 맥주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가장 맛있는 맥주 온도는 섭씨 영상 4도라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더 찬 맥주를 선호한다. 많은 맥주 공급자들이 얼음이 목 넘김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다양한 방안을 찾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컵을 영하 26도까지 얼리는 살얼음 맥주다.

맥주는 얼음이 있으면 마시기 불편한데 컵을 얼림으로써 입에 닿으면 부드럽게 녹는 정도의 차가움을 구현한 것이다.

거기다 저렴한 안주 가격대와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분위기와 가성비를 한꺼번에 갖추었다. 덕분에 여성 고객이 80%를 차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 수제 맥주의 보편화

맥주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또 다른 트렌드는 ‘수제 맥주’다. 수제 맥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주점 시장의 메가 트렌드다.
 
2018년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633억 원으로 2016년(311억 원)보다 약 2배 성장했다.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맥아의 경우 한 해 5000t 정도가 수입된다. 

국내 최대 규모인 28개 발효조에서 한 달에 30여 종의 맥주를 생산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비롯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트레비어, 화수브루어리,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크래머리 등이 수제 맥주로 유명하다.

2003년도 울산에서 시작된 트레비어는 대표적인 한국의 1세대 수제 맥주 회사다. 양조장은 울주 언양에 있는데 호피라거, 둔켈, 페일에일 등 10여 종의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RFID칩을 내장한 팔찌로 자판기처럼 생긴 수제 맥주탭에서 직접 맥주를 선택해 원하는 만큼만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레비어’는 2018년 기준 직영점 1개와 가맹점 6개 해서 모두 7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트레비어의 경우 규모가 있어서 다른 수제 맥주 전문점에 비해서 창업비가 다소 무겁다. 

2014년 50여 곳에 불과했던 국산 수제 맥주 양조장은 지난해 100여 곳으로 늘면서 국산 맥주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유통업계도 동참하면서 효과가 배가되고 있다. 예컨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부터 ‘광화문’과 ‘제주 백록담 에일’ 같은 자체 브랜드(PB) 수제 맥주를 국내 양조장과 협업해 만들어 팔면서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 국산 맥주의 반격

수제 맥주와 세계 맥주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국내 맥주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몇 년 전부터 편의점을 중심으로 ‘종류에 상관없이 4캔에 1만 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과 다양한 ‘맛’을 강조하는 수입 맥주의 판매 전략이 히트하면서 2013년에 4.4% 점유율에 불과했던 수입 맥주는 2018년 18%(추정치)로 치솟았다. 5년 내 40%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견도 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51년 만의 주세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종가세로 운영돼 수입 맥주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주세제도가 종량제로 변환되면서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가게 됐다.

물론 맥주 소비가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동안 국산 맥주의 천편일률적인 ‘맛’ 때문에 외면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닐지 모른다.

여기에다 하이트진로에서 지난 3월 출시한 ‘테라’가 돌풍을 몰고 있다. 테라는 출시 101일인 6월 29일 기준 누적판매 334만 상자(330㎖ 기준), 1억139만 병 판매를 달성했다. 

테라의 성공 비결은 ‘원재료 차별화’와 ‘선택과 집중’ 두 가지로 요약된다. 테라는 100%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맥아를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탄산만을 100% 담은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다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한 라거(lager)에 집중하고 그 강점을 극대화했다.

수십 년간 변화 없던 맥주시장에서 수입 맥주가 ‘라거’ 일변도의 흐름에 새 물결을 일으켰고 이어 다양한 수제 맥주와 살얼음 맥주 같은 서비스의 변화가 더해졌다. 또한, 국산 맥주의 반격이 지속적인 시장 변화를 이끌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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