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명장' '미스터 디테일' 별명..."일본 깰 전략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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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지난 23일(현지시각) 진행됐다.

이날 WTO 이사회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2일 "일본의 조치는 통상 업무 담당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무리가 많은 조치"라며 "일본의 주장에 대해 준엄하지만 기품있게 반박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손꼽히는 통상외교 전문가다. 1984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제네바대사관 참사관, WTO 세이프가드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최근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한일 분쟁에서는 WTO의 1심 판정을 뒤엎고 극적인 승소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정부는 통상적으로 일반이사회에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현안을 잘 아는 김 실장을 책임자로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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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고위급 대화 제안을 거부했다.
지난 25일 정부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정부 수석 대표로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오전 회의 종료 직전 안건이 상정됐을 때 발언에 나서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 체제를 위협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 옆자리에 앉은 야마가미 신고 일본 외무성 경제국장의 경력을 소개하고 그와 직접 대화할 수 있게 의장이 한국 정부의 의사를 전달해 달라고 했다.
이에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대사가 대신 마이크를 잡았으며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라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 했을 뿐, 대화 제안은 끝내 승낙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이후 외신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일본이 (스스로)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자신의 행동에) 눈을 감고 있고, 피해자들의 절규에도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조치 발표 후 20일 동안 일관되게 직접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의 조치는 명백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 상대인) 야마가미 신고 국장은 마이크를 잡을 용기도 없었다"고 일갈한 뒤 "회의에서 대화 제안에 답을 하지 않고 있고, 대사가 오후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면서 진실된 직접 대화를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산물 분쟁 '역전승' 이끈 주인공

현재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서고 있는 김 실장은 WTO 통상 현안 등 다자통상 및 WTO 분쟁 대응, 대(對)한국 수입규제 업무 등을 관장하는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이끌고 있다. 1984년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양자·다자 통상과 관련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제네바대사관 참사관, WTO 세이프가드위원회 의장 등 WTO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WTO 통상법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

지난 2월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으로 부임한 뒤 4월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분쟁에서 1심 패소국이 역전승을 거둔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2015년 5월 일본이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부당하다’며 WTO에 한국을 제소한 이후 지난해 2월 열린 분쟁해결기구 1심 판결에서는 한국이 진 바 있다.

김 실장은 서울 대성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주 이란대사로 일했다.

한편 이날 김 실장과 설전을 벌일 일본 측 수석대표는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이었다.

일본은 이 자리에서도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보복 조치가 아닌 국가안보 차원의 관리라는 것을 재차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규제 조치가) 안보를 위한 수출 관리제도의 적절한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재검토로, 전문가가 들으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실장은 WTO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지난 4월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1심을 뒤엎고 한국 승소를 이끌어냈다고 평가된다"며 경계감을 보였다.

김 실장은 2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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