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유의 고급 일제 승용차 부수기, 일본 제품인 양말에 빨간 줄 긋기, 일본 경제보복 규탄대회, 그리고 각양각색의 불매운동 선언들.

친일이냐, 반일이냐의 공방이 연일 뜨겁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 등 경제보복으로부터 시작된 논쟁이 청와대 조국 수석의 죽창가언급 등으로 반일 감정에 더 큰 불이 붙자 시민사회단체나 국민들의 일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형국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경제보복으로 인한 산업적 피해 우려 등을 거론하면서 차분하게 외교적으로 한일관계를 해결해 나가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아마추어 외교 정권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친일적인 행각을 중단하라팀킬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하였고, 일부 네티즌들은 특정 의원들의 친일 행각을 집중 부각하며 거세게 몰아세우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까지 철없는 어린애 정치”, “한국당은 일본을 위한 엑스맨등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잇따라 불거진 대형 안보 이슈로 정부 여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중국의 영공 도발에 이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로 인한 안보 불안이 더해졌다. 게다가 13년 만에 정찰총국 소속 '직파 간첩' 용의자를 잡아놓고도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민감 사항이라고 쉬쉬했다는 의혹이 더해져 외교안보에 있어 정부여당의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촉발된 한일 갈등을 친일 대 반일프레임으로 유리하게 끌고 가는 듯했던 정부여당 입장에서 러시아 중국의 영공 도발이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수세에 몰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친일프레임으로 코너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은 때마침 안보 국회를 역제안하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를 정면으로 공격하며 전통적인 안보프레임으로 맞서기 시작하였다.

일본과의 경제외교 전면전을 벌이고 있고,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이 이뤄진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기에 갑자기 북··삼각파도에 휩쓸린 정부여당 내부도 당황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친일프레임안보프레임’. 지나친 정쟁으로 인해 닥치고 반일’ ‘닥치고 안보수준의 양극단으로 갈라진 대한민국! 과연 이 양극단 정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야당복운운하며 친일프레임에 기초한 야당심판론에 안주하려는 여당, 매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여당이라면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주변국에 의한 외교안보 불안감이 커져만 가는 시기에 영공이 침략당한 초유의 사건에 국군통수권자도, 집권여당 국회의원도 말없이 지나가는 것은 아마추어적 외교안보 수준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자초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야당은 자극적인 문구와 언행으로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심에서 비롯된 친일프레임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프레임 전환에 대한 노력도 없이 그때그때 현안에 대한 수동적이고 어정쩡한 대응 행보로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을까?

황교안 당대표가 논리적 대응을 강조하며 친일 프레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아버지까지 거론하며 대통령마저 친일파로 몰아가는 정치 공세 앞에, 직관적으로 반일감정이 커지게 된 국민들은 야당에 대한 혐오도 커져갈 뿐이다.

대외의 적으로 인한 환난 시기에는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국난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전통적인 개념도 잊은 채, 비판을 넘어선 비난으로 국론이 분열된 여야의 프레임 전쟁 앞에 진정 웃고 있는 승자는 주변국, 특히 일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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