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재차 손학규 거취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는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며 단일대오를 형성해 압박하고 있다. 손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측근을 독일로 보내 안철수 전 대표에게 SOS를 쳤지만 문전박대 당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안 전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 함께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손 대표와 한배를 타고 있는 호남 의원들은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천정배 등 비당권파와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윤곽은 9월에 드러날 전망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9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17.04.03. 뉴시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9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17.04.03. 뉴시스

- , 보수통합마저 역부족 절감끌여들여 외연확장 노림수
- 한국당 출신 바른정당계와 제 3지대 세력 확보 후 과 연합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9월로 보고 있다. 9월은 안철수 전 대표가 떠난 지 1년이 돼 비자 갱신을 위해서라도 국내에 일시 귀국하는 달이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지율 10%를 이루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밝힌 시점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당권을 두고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와 비당권파인 유승민·안철수계가 재차 갈등을 빚으면서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내홍의 발단은 손학규 사람인 주대환 혁신위가 출범했지만 혁신위원 다수가 손학규 대표의 재신임안을 당 최고위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로 인해 주 혁신위원장은 임명장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반발해 사퇴했고 혁신위원장이 공석이 된 사이 혁신위는 재신임안을 최고위에 상정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최고위 안건 상정을 거부하고 오히려 유승민·이혜훈 의원이 혁신위 배후에서 손 대표의 거취를 묻는 재신임안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 윤리위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또한 손 대표는 공석인 당 윤리위원장으로 안철수 사람으로 알려진 안병원 전 국민의당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했다. 사실상 이이제이전략으로 안철수 측근으로 하여금 안 전 대표와 단일대오를 취하고 있는 유 의원의 징계를 맡긴 셈이다.

손 대표 측근 독일보냈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승민계의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면서 회의에 불참했다. 손 대표가 유 의원에 대해 진상 조사를 안철수 측근의 손에 맡긴 것에 대해 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간 이상기류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손 대표는 한때 안철수 측근으로 있던 장진영 대표 비서실장을 독일에 보내 안 전 대표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측에 따르면 장 비서실장은 독일까지 먼 거리를 갔지만 안 전 대표의 얼굴도 못 보고 문전박대당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장 비서실장은 627개인적인 일정이라고 일축하며 네덜란드, 독일에 가 각 나라의 정당을 돌아보려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간다아직까지 안 전 대표를 만날 계획은 없다. 독일까지 갔으니 전화로라도 인사 정도는 드리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와 아무런 교감을 나누지 못하고 오면서 손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몹시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 전 대표가 손학규 대표의 장 비서실장뿐만 아니라 당권파 내 안 전 대표 지인들의 연락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손 대표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철수계 인사들이 손학규 책임론을 재차 제기하면서 두 인사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725일 유승민계의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안철수계 핵심인 이태규, 권은희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60여 명의 전현직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은 비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32명의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은 손 대표는 자진 사퇴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4.3 재보선 패배 지도부 리더십 붕괴 혁신위원장의 사퇴와 혁신위원 단식농성 혁신위 외압 논란 등에 손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에서는 9월이 당의 진로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권파의 한 인사는 “9월이 되면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손잡고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 내지 세 결집을 위해 뛰쳐 나갈 수 있다안 전 대표 역시 민주당이나 호남 의원들에게 더 이상 기대하는 바가 없어 결국 총선 전후로 한국당과 함께할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당 관계자 역시 현재 주요 당직을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교안 친박 체제로 총선을 치르면 백전백패라며 내년 총선에서 연합공천, 무공천 등을 통해 안철수·유승민 세력과 당대당 통합전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당과 안유 세력이 총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경우 차기 대선 전에는 황교안-안철수 투톱체제로 보수진영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 전 대표의 경우 당 대 당으로 안 전 대표와 함께 한국당에 복당하기보다는 혈혈단신 무소속 신분으로 있다가 대선 직전에 참여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 투톱체제 1차 고리는 연합공천 등 선거 공조

특히 황교안-안철수 투톱체제에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722일 여의도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나경원 한국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같은 당 소속 2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이날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이제 자유 우파가 힘을 모아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고 우리가 그리던 자유롭고 번영된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자유 우파의 약점이 행동할 줄 모른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 의원이 행동하는 자유 우파의 모델이 돼 줘 기쁘다. 제가 사람을 잘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언로(言路)가 막혀 있고 자유 우파의 목소리가 막혀버린 이 때에 이 의원이 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반문(反文) 연대가 큰 틀 안에서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이 의원과 같이 싸울 날이 금방 올 것이라 생각한다. 총선과 2년 후 정권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421일 기자들과 만나 당장 자유한국당 입당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말이 나오지만 그건 아니다문재인정권 폭주를 막기위한 보수 단일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며 몇몇 선택지를 놓고 생각하는 단계라고 했다. 이틀 전인 19일에는 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가능하면 바른미래의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서 배지를 달았지만 당(당시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활동하다가 바른정당과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을 거쳐 재차 손학규 대표 리더십을 비판하면서 탈당해 현재 무소속으로 있다. 특히 그는 2016년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과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나갔다고 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은 친문 패권 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20175.9대선 직전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탈당한 후 본격적으로 반문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런 이 의원이기에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계를 한국당과 함께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의 배경이 된다.

현재 바른미래당내 파벌 양상을 보면 손학규 당권파 진영에는 김관영, 김성식, 김동철, 박주선, 주승용, 이찬열, 임재훈, 장정숙, 박주현, 이상돈, 최도자, 박선숙, 채이배 의원 등이 있다. 반면 유승민계로는 유 의원을 포함해 하태경, 오신환, 유의동, 이혜훈, 지상욱, 정운천, 정병국 의원 등 8명이다.

그리고 안철수계로는 이태규, 권은희, 김삼화, 김중로, 이동섭, 신용현, 김수민 의원 등 7명이 있다. 결국 안철수계 7명과 유승민계 8명 등 15명 의원들이 9월경에 당을 뛰쳐나갈 것으로 당권파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바른미래당 분열 시점에 맞춰 민주평화당 내 정동계를 위시한 당권파와 박지원·천정배 중심의 반당권파 역시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반당권파에서는 717일 발표문을 내고 우리 10명의 국회의원들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화당 심야의총 이후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대안정치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극복하고 한국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고 했다. 이들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제3지대에서 대안정당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특히 대안정치는 바른미래당이 분열돼 손 대표를 비롯해 당권파만 남게 될 경우 이들과 함께 제3당을 창당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민평당 의원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구 의원 14명으로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박지원, 유성엽, 윤영일, 이용주, 장병완, 정동영, 정인화, 조배숙, 천정배, 최경환, 황주홍 의원이 있다.

이 중에서 대안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으로는 유성엽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종회·박지원·윤영일·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동영·김광수·김경진·조배숙·황주홍 의원이 빠졌다.

대안정치소속 한 인사는 “14명의 의원 중 정동영 의원을 제외한 13명의 의원이 우리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경우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동영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조배숙 의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입당이 무산된 무소속 이용주·손금주 의원 역시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함께 함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당 반당권파와 바미당 당권파 현역만 28?

이럴 경우 15명의 현역 의원에 손학규 대표 진영의 13명 의원과 합칠 경우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이 넘는 28명으로 3당으로서 위상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 724일에는 대안정치 소속 유성엽 원내대표와 호남계인 주승용·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과 손학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문병호 전 의원이 회동해 제3지대 신당 창당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호남계와 민주평화당 반당권파가 뭉치는 한편 바른미래당 반당권파와 한국당이 연합전선을 펼치면서 보수대통합 흐름과 제3당 출현이 예고돼 내년 총선 경쟁 구도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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