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점 사업 뒷심 부족에 업계 '발동동'...개편 추진 주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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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잔여 임기를 1년 앞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인사권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사의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사의 표명으로 금융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들조차도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이 허다한 현 금융 상황에서 최 위원장마저 자리를 내놓으면 그나마 유지되던 정책들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임 인선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좌초'라는 불편한 단어를 꺼내기도 한다.

 핀테크 활성화에 찬물 ...데이터경제는 숙제로 남아
 갑작스러운 퇴진에 총선 출마설도...본인은 거듭 부인

우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업적을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보험업계의 핀테크 활성화에 물꼬를 텄다. 핀테크란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간 각종 규제에 막혀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지난 6월 21일 대구광역시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 피움(FIUM) 랩’ 개소식에 참석해 "하반기에는 핀테크 기업이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케일 업(scale up·고성장 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하는 등 핀테크 업계의 물꼬를 텄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핀테크 산업 지원을 위한 금융권의 노력과 함께 정부 또한 핀테크 금융혁신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며 "해외에서 검증된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 전략적 맞춤형 규제완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 단계별로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험자본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고,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은 물론 해외 네트워킹 기회 마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 핀테크 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해 업계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건강관리서비스의 시행도 최 위원장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인 헬스케어의 기반이 되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서 보험사의 업무 영역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정책 표류->업계 악영향 우려

보험설계사들이 상품 판매 수당으로 받아가는 수수료개편 추진도 최 위원장의 주요 이력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들 사업이 주춤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부분의 사업군이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다보니 후임 인선이 이루어진다해도 최 위원장만큼의 힘과 추진력을 갖출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종구표' 금융정책으로 주목을 받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는 뒷심이 떨어지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최 위원장이 공을 들여온 데이터경제 활성화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경제 3법'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2월에 신용정보법 입법공청회를 한 이후 국회에서 전혀 진전이 없어 안타깝다"며 "데이터 규제 정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G20 정상회의에서 출범한 오사카 트랙에서는 국가간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을 촉진하는 방안과 빅데이터 활용 시 과세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며 "결국 국가간 데이터 유통을 어떻게 할지가 핵심이 될 텐데 우리는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데이터 활용에 대한 최소한의 정합성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데이터 활용 관련 법제화를 맞추고 한발 더 나아가 국경간 데이터 이동을 이미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최소한 데이터 활용과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를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3법 논의가 미뤄지면서 금융소비자와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무엇보다도 금융소비자가 절실하게 원하는 혁신서비스의 출현도 지연되고 있다"며 "여전히 금융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과 결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많은 스타트업들의 성장 사다리를 박탈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법이 지연될수록 스타트업들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측면에서도 큰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3번째로 큰 시장인 EU 거주자의 정보를 국내 업체들이 활용하려면 EU의 적정성 평가가 필수"라며 "적정성 평가 전제인 효율적인 개인정보 체계 구축이 데이터3법에 들어가 있는데 그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내년에는 새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외부자문기구인 외부평가위원회 교체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후보군이 드러나면 외평위 교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차기 금융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

총선 차출, 경제부총리 발탁 등 거취 주목

최 위원장의 거취도 화제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오는 10월께 자리를 사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조금 이르지만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총선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총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차기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 장시간 호흡을 맞춘 경제관료인 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합이 좋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최 위원장은 이날 "김상조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계실 때 두 부처간에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업무 협조가 굉장히 잘 됐다"며 "시장 규율 형성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두 부처가 앞으로도 긴밀히 협조하며 일할 수 있도록 두 부처의 수장도 호흡을 잘 맞춰 일하실 분들로 임명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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