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수난사’ 재연되나
- 첫 수사 대상 거론 기업들 ‘전전긍긍’
- 압박수사 진행된다면 기업 경제 활동 위축 우려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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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지난 25일 제43대 검찰총장에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한 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민정수석 후임으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임명됐다. 윤 총장은 기업 수사의 대가로 잘 알려진 만큼 이 둘의 체제가 구축되면 무엇보다 기업들의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된 분위기에다 ‘기업 때리기’가 더해진다면 ‘기업 수난사’가 재연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검찰은 물론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제43대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취임했다. 윤 신임 총장은 이날 취임식을 통해 “우리가 형사법 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의 취임과 함께 후임 민정수석 자리에 대한 관심도 부상했다. 지난 26일 대통령비서실 정무직 인사 브리핑을 통해 후임 민정수석에는 참여정부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임명됐다. 이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김조원 민정수석과 함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정라인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기업 털기’ 준비하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재벌개혁이 또 시작되는 것이 아니느냐”는 분위기다. 한 법조계 인사에 따르면 “윤 총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부패 대응 총량이 줄어들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검찰 특수수사를 여전히 강조한 생각”이라며 “함께 합을 맞추던 검사들도 특수수사를 많이 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기업 범죄 수사 끈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청와대는 윤 총장 지명 당시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지명발표 브리핑을 통해 “윤 지검장은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윤 후보자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각종 비리를 뿌리 뽑는 것과 동시에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히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국내 10대 대기업 중 절반 이상이 서울중앙지검의 직접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자체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 약 2년 2개월간 국내 10대 기업(매출액 기준) 가운데 6개 기업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김진태 의원은 한 매체 보도를 통해 “문재인 정부 들어 10대 기업 중 9곳이, 100대 기업은 절반 이상이 검찰수사에 시달렸다”며 “특히 윤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과도한 적폐몰이 수사로 기업 죽이기를 자행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심 없는 공정한 수사’ 기대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재계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특히 대기업과의 ‘연결고리’가 많은 인물 중 하나다. 2006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비자금 수사를 비롯해 2010년 C&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주도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은 2012년에는 LIG 기업어음 발행 사건과 관련해 총수 일가를 기소했으며, 최태원 SK 회장 형제 기소도 담당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당시에도 윤 총장은 함께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한 2017년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까지 주요 대기업 관련 강도 높은 수사를 진두지휘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취임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진두지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사건 등의 수사 향방에 대한 관심도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삼바·코오롱·효성 등이 윤 총장의 첫 수사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재계는 적폐청산에 이어 또다시 압박수사 등으로 인한 우려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기업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고조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이 기업들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윤 총장의 취임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사심 없는 공정한 수사를 진행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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