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며 갔는데...소비자들 두 번 울리는 부동산 앱

[부동산앱 캡처]
[부동산앱 캡처]

 

"방이요? 어제 나갔어요" , "삭제를 못 했네요"… 변명도 각양각색

2분기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건수 2만여 건...처벌은 과태료 부과 뿐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부동산 허위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전국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는 2만여 건. 지난해 같은 분기 주택 거래량은 오히려 17% 줄어든 반면 오히려 17% 줄어든 반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허위매물은 오히려 16%가량 늘었다.

하지만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허위매물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은 더뎌 보인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허위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채택했지만 처벌은 과태료 부과에만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허위·미끼 매물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성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정보 앱 품질 설문조사에서 3명 중 1명이 허위·미끼 매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례도 다양하다. A씨는 허위매물 때문에 헛걸음한 사연을 밝혔다. 지난 2일 직방(부동산 앱)을 통해 집을 알아본 뒤 중개사와 시간 약속을 잡고 서울에서 인천까지 갔다. A씨는 도착했지만, 중개사는 연락도 되지 않았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B씨는 중계사와 약속을 잡고 갔지만 도착하니 “방이 나갔으니 다른 방을 보여주겠다”고 해 울화가 치밀었다고 호소했다.

허위매물 여전히 많아...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장에 나가 봤다. 부동산 앱에 나온 매물을 보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 그 방 어제 나갔어요”와 “지금은 그 가격이 아니라서… 깜빡하고 삭제를 못했네요”였다. 

다른 부동산 앱에도 허위매물이 등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허위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C부동산이 올린 ‘넓고 깨끗한 집’을 봤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집이었다. “방 보고 연락했는데 이 집 정말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중개사는 “방은 진짜 있다. 하지만 실제 매물 가격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짜리 방이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사실 광고사진이다. 과대광고로 쓰기 때문에 그런 퀄리티에 이런 가격대는 사실 없다”고 말했다. 직접 광고 사진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D부동산이 올린 매물의 경우는 풀 옵션 기준에 신축이었고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1만 원이었다. “집 직접 보고 싶은데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아, 그 집 보여드릴 순 있는데 융자가 낀 집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어 “융자가 80% 낀 집이라 나중에 보증금 못 돌려받는데 괜찮겠느냐. 만약 장기로 살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5만 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E부동산의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2만 원의 방도 있었다. “혹시 방 직접 볼 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사실 그 방 세입자가 있는 방이다. 세입자는 보증금 1억4000만 원에 공과금까지 해서 월세 40만 원을 내고 있다”라며 “세입자가 계약 기간이 한 달이 남았는데 지금 사정이 생겨 한 달을 그 집에 못 살아 한 달 살 사람을 구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집을 계약하게 되면 집주인과 계약이 아니라 세입자와의 계약이기 때문에 보증금은 운이 나쁘면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중개업자는 “관악구 근처 알아보시는 거면 다른 부동산도 다 그렇다”고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버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제 그만할 때 

현재 부동산 허위매물 실태는 예전 중고차 허위매물 사례와 매우 비슷해 보인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차를 팔던 중고차 딜러들이 부동산으로 옮겨 방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네티즌들은 중고차 시장 허위매물의 나쁜 점을 부동산 시장이 세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업 17년 경력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허위매물에 관련해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한다”며 “손님을 끄는 것은 좋다. 항상 부동산 시장이 불경기라 그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허위매물을 올린 후 그 매물을 보고 오는 손님들은 무슨 죄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한편 허위매물 관리 실태에 대해 한 부동산앱 관계자는 “하루에 1만여 건의 매물이 올라온다. 인력의 한계가 있어 부동산에 다 전화하고 확인할 수는 없어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며 “다방은 매물관리팀을 통한 일일 검수, 사용자 신고 시스템 등을 통해 허위매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 실소유자 검증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방주인 매물을 확대하는 등 신뢰도 높은 매물을 올리는 공인중개사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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