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 외국인들은 한국인은 머리가 좋고 열정이 많으며, 감성이 풍부하고 끼가 많다고 평가한다.
예술적인 면만 봐도 그렇다. BTS 등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질 않은가. 
그러나 이들은 한편으로는 한국인이 이성에 비해 감정이 너무 앞서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좋은 예라고 한다.
이들의 지적대로 광우병 사태의 본질은 광우병 자체에 있지 않았다.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든 게 본질이었다.
그러니까 촛불시위는 일종의 약자 혹은 피해자 코스프레라 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발현돼 광우병의 진실을 가리기보다는 앞 뒤 가리지 않고 감정부터 표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 없었다. 냉철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현직 대통령을 직에서 물러나게 만든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역시 따지고 보면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든 게 본질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언론보도 내용의 진실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이성이 먼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이런 한국인의 특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다시 집권하는데 성공한 집단이 지금의 진보세력들이다.
당시 집권여당의 분열과 같은 어부지리 효과도 있었지만, 이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국민감정 폭발로 이어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조기대선에서 승리한 진보세력들은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또 하나의 회심의 카드로 승리했다. 북한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인 신북풍이 그것이다.
집권세력은 정권 출범 후 자의든 타의든 한반도 전쟁 분위기를 최고조로 만든 뒤 ‘평화’를 외치며 상황을 일순에 반전시켰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더니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는 등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은 것처럼 포장됐다. 그런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세상에 전쟁 좋아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집권세력이 주장하는 평화가 무슨 평화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도 하지 않은 국민들은 이 땅에 정말로 평화가 온 줄 알고 환호했다. 그리고 그 환호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연결됐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집권세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친일파 프레임’으로 보수세력들을 옭아매려고 하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과 대북 카드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그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이겨야 하고, 친일 얘기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국민감정에 가장 강력하게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부르고 이순신 장군의 12척 전선을 등장시킨다. 여기다 언변으로 거란에게서 강동6주를 되찾은 고려시대 서희까지 들먹인다.
시대를 막론하고 한국판 ‘어벤져스’는 모조리 나올 판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열광하지 않겠는가.
이런 와중에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제세력들은 통합은커녕 서로 잘났다고 분열하고 있다. 감정보다 이성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 보수가 되레 감정을 앞세워 자기네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진보세력들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성보다는 국민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파격적’인 카드를 또 내밀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말이다.   
보수세력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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