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n 여행이야기] 누메아, 프랑스 향기 가득한 도시
[Go-On 여행이야기] 누메아, 프랑스 향기 가득한 도시
  • 프리랜서 함희선 기자
  • 입력 2019-07-29 14:23
  • 승인 2019.07.29 14:27
  • 호수 1317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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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레도니아] 세번째 여정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누메아, 프랑스 향기 가득한 도시 

이름조차 낯설기만 한 남국의 섬. 뉴칼레도니아에 흠뻑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 없다. 순수함으로 가득한 대자연은 여행자에게  다정하고, 서서히 스며든 프랑스 문화는 섬을 또 다른 의미로 흥미롭게 한다. 남태평양에 떠 있는 푸른 섬. 뉴칼레도니아에서 천국의 조각을 맛봤다.

 

릴로 메트르, 거북이가 사는 섬 
수상 방갈로에서의 하룻밤

“당신은 운이 좋군요! 릴로 메트르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건 꿈같은 일이죠.” 누메아의 모젤항에서 릴로 메트르 섬으로 향하는 배에 함께 탔던 현지인의 말이다. 이미 누메아 자체만으로 충분한 느낌인데, 다들 왜 근교의 섬에 열광하는 걸까. 게다가 뱃길로 겨우 15분 떨어져 있을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 싶을 테다. 릴로 메트르는 누메아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지만, 막상 가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벌컥 들이키면 이온음료 맛이 날 것처럼 상큼한 물빛의 바다, 유유자적 해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스노클링에 빠져  있는 사람들, 눈앞에서 거짓말처럼 헤엄쳐 가는 어마어마하게 큰 바다 거북이까지 감탄을 부르는 장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바다의 소’로 불리는 듀공도 릴로 메트르 섬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줄무늬 물뱀과 갈매기를 비롯한 온갖 토착 새들까지 가히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낮에는 자신들의 보트를 타고 피크닉을 즐기러 온 현지인들로 해변이 나름 붐비지만,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해질 무렵이면 섬은 적요의 시간에 돌입한다. 릴로 메트르를 차지하고 들어선 에스카파드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밤을 보내는 투숙객들만이 온전히 섬의 밤을 누린다. 바다 위에 S자 모양으로 흩어져 있는 수상방갈로는 뉴칼레도니아에서 유일한 것이다. 낮에는 실컷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깨끗한 바다에서 놀고, 밤에는 별빛 아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 아침에는 새소리에 눈을 떠 섬을 한 바퀴 빙 둘러 산책하면 호사도 그런 호사가 없다. 수상 방갈로의 테라스에 가만히만 앉아 있어도 신선놀음이다.

info
에스카파드 아일랜드 리조트
릴로 메트르 섬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에스카파드 아일랜드 리조트. 가든 방갈로, 비치 방갈로, 오버워터 방갈로 등 3개 타입 방갈로 58개가 낭만의 시간을 선물한다. 자연 속에 파묻혀있는 작은 섬에도 불구하고, 해변에서도 와이파이가 될 정도로 불편함 없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레스토랑, 바, 수영장, 스파가 있고, 카약과 스노클링 장비도 빌릴 수 있다. 하루 4~5차례 누메아와 릴로 메트르 섬을 오고가는 셔틀 배는 무료다. 

일데뺑, 뉴칼레도니아의 보석 
아로카리아가 자라는 파라다이스

로와요떼 군도의 우베아가 일찍이 일본 작가 모리무라 가츠라의 소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의 배경이 된 터라 ‘천국’이라는 단어는 우베아에게 전부 빼앗기고 있지만, 일데뺑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면 절로 입에서 ‘천국’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눈앞의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하지 못하고 “아, 진짜 말도 안 돼!”라는 말만 속삭이게 된다.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빛으로 사방이 뒤덮여 있는 섬. 물빛도 하늘빛도 영롱하거니와 그와 대조적인 울창한 숲의 초록빛도 강렬하다. 바다는 당연하고, 그 짙은 색을 뿜는 뉴칼레도니아의 토착종이 섬의 유별난 분위기에 힘을 더한다. 여행자들이 일데뺑을 마주할 때의 첫인상은 1774년 제임스 쿡선장이 뉴칼레도니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새하얀 비치와 에메랄드빛 바다를 뺀 나머지 색깔은 아로카리아의 초록빛이 점령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전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처럼 무성하고 거칠게. ‘일데뺑’이라는 이름도 ‘소나무 섬’이라는 뜻이다. 남국의 소나무라니 어찌 그 조화가 묘하지 않을 수 있나. 야자나무 위로 뾰족뾰족 곧게 솟아오른 아로카리아는 일데뺑의 스카이라인, 실루엣의 주인공이다.

예상했을 테지만 뉴칼레도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섬의 타이틀은 일데뺑의 것이다.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면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누메아에만 머물다가는 이는 없고, 반드시 하루라도 일데뺑을 일정에 넣는다. 앞서 뉴칼레도니아에 대해 설명했듯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 오히려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 더 있다기보다는 그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내버려둔 듯해 놀라울 따름이다. 섬의 중심지 바오 마을도 우리나라 읍내만도 못한 규모다.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는 행정시설과 병원, 우체국, 학교 등이 띄엄띄엄 눈에 띌 뿐. 소박한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정도다. 이런 환경에 놓이게 되면 이방인으로서 일데뺑이 원래 지닌 영혼마저도 지켜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사명감이 생긴다. 한때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흔적도 없이 들렀다가 다시 사라져야 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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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데뺑 가는 법
에어칼레도니 항공의 국내선을 이용하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모든 국내선은 라 투톤타 국제공항에서 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마젠타 공항에서 운항한다. 한편, 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모젤항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현재 주 3회수, 토, 일 운항 중이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
일데뺑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오롯이 바다 때문이다. 우선, 비현실적이다. 말로 표현을 하기 쉽지 않다. 그린부터 청록, 하늘, 에메랄드, 터키, 파랑, 남색까지 팔레트에 있는 온갖 물감을 다 동원해도 그릴 수 없는 환상적인 빛깔의 바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심지어 투명하기까지 해서 물속 바닥의 모래 알갱이마저 다 셀 수도 있을 것 같다. 섬을 둘러싼 바다 중에 오로만은 전설적이다. 섬의 동쪽 바다에 거대한 돌들이 파도를 막아 형성된 천연 수영장으로 빛의 각도에 따라 투명한 바다가 다시 에메랄드빛이었다가 찬란한 터키색이 되기도 한다. 그 변화만 관찰해도 황홀경에 빠진다. 그 속은 더 환상이다. 무릎 높이를 살짝 넘기는 바닷속은 스노클링 장비 없이 맨눈으로 수면에서 봐라만 봐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너무 리얼해서 수족관이라는 착각까지 들겠다. 총천연색의 산호와 열대어를 보고 싶다면 바다 쪽으로 가까이 조금 더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야 하지만, 돌들이 막아놓은 천연 수영장인 터라 파도 없는 잔잔한 바다에서 안심하고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스노클링만큼이나 감동스러운 순간은 오로 풀장까지 걸어가는 오솔길 트레킹이다. 잘 닦인 도로가 아니라 야자나무와 아로카리아가 무성한 숲을 걷고, 또 물길을 따라 걷는 일이라서 마치 탐험가가 된 것처럼 나무 냄새 맡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게 즐겁다. 아마도 바다만 줄곧 본 터라 숲이 반가운가보다. 한눈을 팔거나 길을 잃지 않는다면 근처 주차장에서 20~30분 거리다. 상황에 따라 1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오로 풀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르 메르디앙 호텔 출발해도 비슷하다. 숲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짠하고 오로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로 삐쭉 솟은 아로카리아 나무가 빙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영장. 참고로 오로만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레스토랑이나 화장실도 없고, 심지어 휴지통도 없다. 게다가 먼 숲길에 표지판도 한두 개뿐. 운 좋게 앞뒤로 여행자들을 만나면 따라가는 방식이다. 덩그러니 아름다운 바다만 있다고 보면 된다. 세상과 동떨어져 유유자적 물놀이를 즐길 태세로 스노클링 장비며 도시락이며 싸서 짐을 잔뜩 둘러메고 오로만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얼굴은 꽤 신나 보인다.   

 

프리랜서 함희선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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