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문재인 대통령 겨냥한 ‘대적’, ‘위협요소’ 등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적이라 생각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힐난했다.

황 대표는 지난 26일 대전 당원교육 행사에서 계파 갈등 논란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당의 내분에 대해 “우리의 대적, 우리가 이겨야 할 상대방은 문재인(대통령) 그리고 민주당”이라며 당내 결집을 독려한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28일 당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영공 침범, 독도 도발로 사면초가·고립무원인 대한민국, 동네북 신세가 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한국당 지도부의 강경 발언이 연일 쏟아지자 이 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당원교육행사에서 ‘우리의 대적, 이겨야할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적이라 생각한다는 게 있을 수 있나”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와 더불어 나 원내대표를 향해 “문 대통령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국군통수권자를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이야기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당을 이끌어가는 두 사람이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이끌어가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기 전 자청해 발표한 것으로, 이 대표가 추가발언까지 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권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몰린 한국당이 중·러 군용기 도발,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꺼내들며 정쟁의 중심을 안보 국면으로 뒤집으려 하자 이 대표가 한국당의 약점인 ‘막말 프레임’으로 맞수를 둔다는 풀이가 제기된다.

한국당도 반격에 나섰다. 한국당은 이 대표의 과거 막말을 거론하며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정당한 항거를 비난하기 전에 국민을 적으로 간주한 품격 없는 발언부터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능인 한국당 상근부대변인은 ‘대적’ 발언 논란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삼권분립에 입각한 국정운영의 파트너이자 견제의 대상, 정치적 승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지 이해찬 대표 과거 발언처럼 ‘궤멸시켜야 할 세력’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보수를 불태워 버리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극단적 투쟁의식에 기반한 정치관을 가진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전체주의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야당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방향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을 ‘이적행위’ 운운하며 적으로 돌려왔던 여당은 이제 정치, 외교, 심지어 민생 사안까지 ‘전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과거 자신들의 뜻과 다른 국민들을 향해 ‘비국민’ 운운하며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전체주의를 강화한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현재 여당이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며 “이해찬 대표는 분노를 국민에게 돌리는 전체주의 정치를 멈추고 과거의 한국당에 대한 막말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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