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이 되기보다는 더비(Derby) 경주에 출전시킬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가 되고 싶다.” 영국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이 남긴 명언이다. 마주(馬主)로서의 명예와 자긍심, 마주의 사회적 위치를 상징해주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양 마주에 비해 국내 마주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사회적 역할이 다소 뒤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경마의 급성장과 사회적 인식 확산, 경마에서의 마주 역할 강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마주에 대한 관심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엄격한 마주 자격, 마주가 누리는 각종 특혜 등을 감안하면 국내 마주들도 이제 어엿한 사회지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법 제2조는 “경주마를 소유하거나 소유할 목적으로 한국마사회에 등록한 자”를 마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마주는 자기 소유마를 경마에 출주시킬 수 있는 유자격자를 말한다. 따라서 마필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여 마주가 되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사전에 마사회에 등록하여야 마주가 될 수 있다.

특별관람석 이용 등 특혜

현재 마주는 개인·공유·법인마주 등 3종류가 있다. 개인마주는 개인이 단독 명의로 경주마를 소유하는 형태이고, 공유마주는 2∼3명이 공동명의로 경주마를 소유하며, 법인마주는 법인 명의로 경주마를 소유하는 형태이다. 마주의 자격은 한국마사회법 및 관련규정상 마주제한 대상자가 아니어야 하며, 경주마 구입과 경주마 위탁관리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을 구비해야 한다. 이처럼 엄격한 절차를 통과하고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마주는 경마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중요성에 의해 경마일 특별관람석 이용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경마일 관람대 6층에 위치한 마주전용관람실과 마주전용주차장, 마주간 모임 및 교류의 장인 경마회관 이용 자격이 부여된다. 또 마주들의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된 마주협회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해외 선진경마 견학에 참여해 해외견문과 마주간 친목을 넓힐 수 있다. 여기에 경주마 소유권자로서 소유경주마 위탁 조교사와의 개별면담권과 위탁 마방을 출입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이밖에 마주협회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골프·등산모임과 각종 문화행사 등에 참여하여 다양한 사회 저명인사들과의 교류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대상경주와 특별경주 시상식 개최시 소유 경주마가 해당경주에서 우승할 경우 마주로서 참여할 수 있다.

각계각층 유명인사 포진

한국마사회가 국정감사 자료로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실에 제출한 ‘마주 현황’에 따르면 9월말 현재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마주는 모두 59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서울 마주는 451명이었고, 제주 마주는 146명이었다. 종류별로는 개인마주가 대부분이었다. 서울 마주의 경우 개인마주는 422명이었고, 공유(11)와 법인(18)은 소수에 불과했다. 마주들의 직업은 정·관·재계를 비롯한 학계 언론계 법조계 연예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두루 망라돼 있다. 정계 인사로는 16대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강용식 전 의원을 비롯해 김광수 김식 김노식 김봉조 김영수 김채겸 변웅전 신영균 오경의 우근민 이정무 조한천 지대섭 등 전직 의원들이 주류를 이뤘다. 관계는 군 출신들이 많았다.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오자복씨와 이상훈씨를 비롯해 국방부 차관 출신인 신치구씨,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인 김도윤씨, 육군보안사령부 감찰실장을 역임한 김인영씨, 제21사단 부사단장 출신인 박성환씨, 육국군수사령관 출신인 배일성씨,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정진태씨 등이 대표적이다.고위 공직자 출신으로는 엄삼탁 전 병무청장, 이연택 전 총무처장관, 오일랑 전 대통령경호실 안전처장, 정관용 전 내무부장관, 신완수 전 서울지방병무청장, 최상섭 전 네덜란드 대사, 황수웅 전 국세청 차장 등이 마주로 등록돼 있다. 경주마 구입과 위탁관리 등 경제적 조건이 작용했던 탓일까. 마주명단에는 재계(개인사업자 포함) 인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 신규 마주로 선발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을 비롯해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웅세 한미재단이사장, 김주성 코오롱그룹 부회장, 이부용 대림그룹 부회장, 김진구 신창건설 회장, 안덕기 삼성그룹 고문, 이경우 삼성증권 부사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정주호 대우자동차 국내담당 사장, 권오학 임광토건(주)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학계 인사로는 김민하 전 중앙대총장, 맹원재 전 건국대총장, 심상필 전 홍익대총장 등이 대표적이고, 법조계 인사는 이영욱 전 법무차관, 김정기 전 대전지검 부장검사, 홍성운 전 전주지법원장, 한광세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박상선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이 마주로 등록돼 있다. 언론계에서는 윤세영 SBS 회장, 신동호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최상태 전 서울경제 편집국장, 김용상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영화배우 김명자(예명 김지미)씨와 김희라씨, 탤런트 김영철씨, 프로바둑기사 조훈현·장수영씨 등도 마주 명단에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단독입수 2004년 마주 수득 상금랭킹 100위
마주 성적은 기업 서열순이 아니다

“마주 성적은 기업 순위와는 무관하다.” 지난해 마주 수득상금 내역은 마주들의 성적과 기업 순위는 무관함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2004년, 2005년 마주별 상금순위 및 현황’에 따르면 박용오(191위) 정몽규(276위) 이웅렬(316위)등 내로라하는 재계 상위그룹 회장들은 10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한 반면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등은 우수한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말을 경주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올릴 경우 순위에 따라 상금을 가져가는데 100위권 안에 들어간 마주들은 1억원대 이상의 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내역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금 랭킹 1위는 김익영 한국경영컨설턴트협회 부회장으로 4억7,200여만원을 획득했다.,

이어 김덕환 삼부토건(주) 기획담당 전무(3억7,400여만원), 이수홍외 1인(3억1,500여만원), 이종무 부국상호신용금고 대표이사(3억1,500여만원), 정일권 호주ITTI재단 이사장(3억1,300여만원) 등이 각각 2,3,4,5위를 차지했다. 2002년도 상금랭킹 1위였던 윤흥열 전 서울신문 사장은 지난해 2억3,500여만원을 획득, 종합순위 10위를 마크했다. 정계 인사 중에서는 지대섭 전 의원(6위, 3억700여만원)과 김채겸(37위, 1억4,400여만원) 전의원이 유일하게 100위권에 들었다. 관계 인사로는 박요선 전 육본예산처장(24위, 1억6,300여만원), 오일랑 전 대통령경호실 안전처장(59위, 1억2,100여만원), 강태은 전 대통령 경호실 기획처장(80위, 1억100여만원), 최상섭 전 네덜란드 대사(87위, 9,100여만원), 박양호 전 감사원 사무차장(91위, 8,900여만원) 등이 100위권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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