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 살던 전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0일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 살던 전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섬 저도(猪島)를 방문했다. 저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장소로,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대통령 별장 청해대(靑海臺)가 세워진 곳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 휴가지로 쓰여 왔다.

이번 방문은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국내 관광 활성화에 힘쓰고 저도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포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오는 9월 시범 개방을 목전에 두고 대통령이 직접 들러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겠단 뜻도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방문에는 문 대통령과 전국에서 온 국민 100여명과 저도에 거주했던 마지막 주민 윤연순 씨 등이 갔다. 청와대 측에서는 주영훈 경호처장, 박상훈 의전비서관,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등이 함께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저도 개방과 관련해 “여름휴가를 여기서 보낸 적이 있는데, 아름답고 특별한 이곳을 대통령 혼자 지낼 게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며 “군사시설에 대한 보호 장치, 유람선 선착장 등의 시설이 갖춰질 때까지는 시범개방을 해나가다, 준비가 갖춰지면 전면적으로 개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대통령 별장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또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내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실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며 “거제시와 경남도가 잘 활용해서 이곳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특히 남해안 해안 관광의 중심지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저도의 마지막 주민 윤연순 씨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 후박나무로 기념식수를 했다. 

43만여㎡ 규모인 저도는 진해와 부산을 사수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0년대부터는 군 기지로 사용됐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지로 공식 지정한 후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 거제시로 환원됐지만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시 대통령 별장으로 재지정하면서 현재는 국방부 소유로 해군이 관리를 맡고 있다. 민간인의 거주와 방문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13년 여름휴가를 저도로 갔다. 당시 자신의 SNS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휴가지 사진을 게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저도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 뒤 환원 작업을 해 왔다.

이에 정부는 저도를 오는 9월부터 1년 동안 일반인들에게 시범 개방할 예정이다. 군 소유 대통령 별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은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충북 ‘청남대’(靑南臺)를 개방한 뒤 16년 만의 일이다.

시범개방 기간 중 매주 5일(화, 수, 금, 토, 일)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고, 매일 관광객 600명만을 대상으로 여객선을 2차례 운항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향후 관리 방안과 관련해 국방부, 행정안전부, 해군, 거제시로 구성된 ‘저도 상생협의체’에서 논의해 처리할 방침이다. 

저도에는 대통령 별장 외에도 군 휴양시설과 9홀짜리 골프장, 백사장 등이 있다. 또 섬 전체에 해송과 동백이 자생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16일 지자체와 협의한 뒤 최종적으로 공개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저도 인근의 산책로, 전망대, 해수욕장 및 골프장 전체 등에 대한 공개를 살펴보고 있다.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와 수행원·장병 숙소, 군함 정박시설 등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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