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1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를 앞두고 마지막 담판에 나섰으나 서로 기존 입장만을 재확인한 채 합의에 실패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오전 8시 47분(현지시간·한국시간 10시 47분) 방콕 그랜드 센타라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요청을 분명히 했으나 특별히 반응이 없었다"면서 "그것이 실제 내려진다면 한일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를 배제할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강 장관은 "내일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원인이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거였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일본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지소미아 연장을 재검토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한일 안보협력 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고 거듭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지만 일측의 반응은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면서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화이트리스트가 배제될 경우 현재까지와는 다른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매우 우려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양국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이 고민을 해왔지만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간극이 더 커졌다는 점을 설명하며, 경제산업성(경산성) 등 관계기관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상황을 보면 현재로서는 각의 결정을 추진하기 때문에 상황이 상당히 엄중하고 강경화 장관이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얘기했듯 화이트리스트 배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당국 간 최대한 절차적으로 일본 측에 자제를 촉구하고 중단을 촉구하고 메시지를 발신했는데 일본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단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상당히 쉽지 않다"면서 "일본은 기존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1+1(한국기업+일본기업) 기금안'이나 강제징용 해결방법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양측이 잘 알고 있고, 향후 협의는 어쩔 수 없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성과에 대해 "일단 우리로서는 엄중하게 메시지를 다시 전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로서는 충분히 명분에 입각해서 의견을 전달한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 책임 등에 대해서는 우리 쪽이 아니라 상대편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마지막으로 충분히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에 따른 일본 측 반응을 보면서 대응 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산케이(産經)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자민당 선대위원장은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결정될 지와 관련해 "100%"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지난 6월28일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이후 한 달 여 만에 마주 앉았다.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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