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사이 대규모 산업 성행...현금 꼼수에 “아는 사람은 안다”
- 수익 급급해 법규도 위반? 소비자는 ‘속수무책’
- 무시할 수 없는 1천억 원+α 시장 ‘아이돌굿즈’

전자상거래법 위반사 중 한 곳인 ㈜101익스피어리언스의 아이돌굿즈 ‘큐비’
전자상거래법 위반사 중 한 곳인 ㈜101익스피어리언스의 아이돌굿즈 ‘큐비’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최근 인기 아이돌의 이미지를 캐릭터화 하거나 모델로 삼은 상품인 아이돌굿즈 판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사업자 대부분은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아이돌굿즈(Idol goods)는 인기 아이돌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하거나 모델로 삼아 제작한 상품을 뜻한다. 과거에는 HOT, 젝스키스와 같은 1세대 아이돌을 중심으로 브로마이드나 책받침 등의 굿즈가 성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티셔츠, 화장품 등 생필품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아이돌굿즈의 주된 소비층이 과거에는 10대의 어린 학생들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초등학생부터 30~40대까지 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돌 굿즈 시장은 유통업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이돌굿즈의 구매자들은 대부분 해당 상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인기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 또한, 굿즈 판매자들이 한정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 구매자들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모른 걸까 노린 걸까

공정위의 아이돌 기획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 운영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는 총 8개(㈜101익스피어리언스, ㈜스타제국, ㈜에이치엠인터내셔날, ㈜와이지플러스, ㈜컴팩트디, ㈜코팬글로벌,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플레이컴퍼니)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들에 대해 시정명령(4개 사업자의 경우 공표명령 포함)과 함께 과태료(총 31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사업자의 표시 의무 위반 행위 ▲상품 및 거래 조건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 위반 행위 ▲미성년자의 계약에 대한 법정 대리인의 취소권 미고지 행위 ▲청약 철회 방해 행위 등의 이유에서다. 

우선 사업자 표시 의무 위반 행위는 8개 사업자 모두 해당했다. 사이버몰 운영자는 소비자가 사업자의 신원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사이버몰의 초기 화면에 자신의 신원 등 정보를 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보를 누락한 것이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 제공에 관한 고시’ 에서 요구하는 상품 정보에 관한 사항 일부를 제대로 표시·광고하거나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와이지플러스는 사이버몰 상품 판매 화면에 상품의 교환에 관한 사항만 고지하고, 청약 철회(반품, 환불) 등의 기한·행사 방법 및 효과에 관한 사항은 별도로 표시·광고하거나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미성년자의 계약에 대한 법정 대리인의 취소권 미고지 행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두드러졌다. 아이돌 팬덤의 주 연령층이 10대~20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자상거래법 규정을 잘 알지 못해 구매 후 실제 피해를 입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컴팩트디를 제외한 7개 사업자 모두 사이버몰을 통해 미성년자와 거래 계약 체결 과정에서 ‘법정 대리인이 그 계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성년자 본인 또는 법정 대리인이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와이지플러스를 제외한 7개 사업자가 전자상거래법에서 보장하는 소비자의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을 단축해 고지하거나, 청약 철회가 가능한 사유를 임의로 제한해 고지하는 등 청약 철회 방해 행위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온라인 유통·판매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가 한두 건도 아닌 데다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대형 사업자들이 해당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며 “의도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식의 판매를 하려한 것인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아이돌굿즈 판매 사업자들의 위법 행위를 적발·시정해 업계 전반의 전자상거래법 준수와 주요 소비층인 10대 소비자들의 피해 예방에 기여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취약 소비자층’이라고 볼 수 있는 어린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관련 판매업자들의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게 됐다”며 “지속적인 위반 여부 감시와 적발 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치도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소득세 문제는

이번 아이돌굿즈 제작·판매 사업자들의 적발만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성행하는 굿즈 산업이다. 아이돌 멤버의 이미지나 이름, 또는 그룹을 상징하는 CI등을 무단 도용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고화질 장비 등으로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이용해 굿즈를 제작·판매한다고 해도 정식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현금 거래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평소 아이돌 굿즈를 많이 구매·수집하는 윤모씨는 “공식 굿즈 상품보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개인 판매하는 비공식 굿즈의 종류가 다양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소량 제작 상품인 경우가 많아 흔하지 않은 디자인인 만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집 초반에는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는 판매자의 말에 의아해하다가도 ‘자신이 소장하기 위해 만들었고, 그 김에 몇 개만 나눔식으로 판매한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며 “워낙 사례가 만연하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만큼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법적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한 법률 전문가는 소득세 납부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제재 가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전문가는 “현행 소득세법이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소득은 원천을 알 수 없으므로 과세소득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소득원천설을 따른다”며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고 해당 금액이 많으면 부가가치세, 소득세 납부 대상이 되는데, 사실상 이에 대한 검토는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해 간단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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