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이어 2차 보복 강행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정령(시행령) 개정안을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3분부터 각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 관리에서 우대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도록 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이날 통과됨에 따라 담당 장관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서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일본 정부가 시행 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면 오는 23일이라도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발동한데 이은 것이다.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기업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일본산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제시하는 수출통제 목록은 15개 항목, 218개 품목이며 모두 1100여개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주력 상품인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4분기에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반도체 생산 불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외에도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공작기계, 정밀화학 및 미래 산업인 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직섬유, 석유, 석유·정밀화학, 차량·항공기·선박 등 48개 품목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90%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공작·정밀기계 등의 일본산 부품은 전체의 30∼40%를 차지했다.

대응 방안 논의

이에 따라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일본에 대항할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에서는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제, 예산, 제도 등을 아우르는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의 주무 부처인 산업부도 다자?양자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제사회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들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한편 일본 정부가 '화이트 국가'로 지정한 국가를 제외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동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는 미국과 영국 등 27개 나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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