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박당’ 막기 위해 ‘보수 신당’ 만든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여의도의 시계는 내년 4월 총선에 맞춰져 있다. 각 정당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정치인들도 지역 활동을 대폭 늘려 표밭을 다지는 등 점차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섰다. 총선 대비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 인사들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며 내년 총선 판도를 가늠하는 모양새다. 특히 보수 세력의 경우 흩어진 세를 결집해야 한다는 ‘보수 통합론’이 주목받고 있다. 총선이라는 무대를 두고 ‘빅텐트론’, ‘5인 신당론’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돼 야권 재편론을 향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정치권을 떠다니는 야권 재편론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야권 재개편 시나리오로 '5인 신당론'이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5인 신당론'의 주체로 거론되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최근 정치권에서는 야권 재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로 '5인 신당론'이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5인 신당론'의 주체로 거론되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 박지원 의원 “아직 說이지만…정치권에선 대개 사실로 된다” 주장
- 대다수 인사 “들어본 적 없다”…총선 앞두고 나오는 ‘시나리오’ 중 하나?

모든 정당이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특히 보수 세력은 절치부심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 20대 총선의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보수 대통합이다.

하지만 ‘보수가 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부호를 붙였다. 현재 국회만 살펴봐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당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세 곳이나 된다. ‘보수’라는 큰 틀에 속하지만 서로 결집되지 않고 분산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정당이 구심점이 돼 흩어진 보수 세력을 끌어안는다면 ‘보수 대통합’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은 보수 대통합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으로, 보수 대통합의 구심점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보수 통합 위해 황-안-유 ‘빅텐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에 대해 “나는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결코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치된 목표를 가진 모든 분과 구존동이의 자세로 대통합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시사했다.

보수 통합은 황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될 당시부터 강조해 온 주제다. 당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선 당부터 통합하고 넓은 통합까지 차근차근 확실히 이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보수 대통합론은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최근 황 대표가 ‘통합’ 행보에 방점을 찍으며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황 대표와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단독 회동을 가졌다. 김 의원은 한국당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전현직 당대표 간의 만남은 지난 2월 황 대표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보수 대통합 방법론 등 관련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내 대표적인 비박 인사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와 함께 바른정당에 몸담았다.  이후 바른정당 내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설로 갈등이 불거졌을 때 김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당한 반면, 유 의원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뜻을 모아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최근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 내홍이 격화돼 한국당과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당 발 보수 통합’에서 김 의원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풀이다. 

게다가 또 다른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오는 9월 귀국이 예정돼 있어 ‘황-안-유 빅텐트(여러 정치 세력을 한데 모으는 연합 정치)론’이 주목받고 있다.

황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당 외연 확장, 보수 통합을 위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황 대표는 ‘KBS 수신료 거부(K-수거) 챌린지’의 다음 주자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꼽았다.

K-수거 챌린지는 한국당이 KBS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관련 보도에 한국당 로고가 사용된 것에 반발해 실시한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캠페인이다.

이후 오 전 시장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목하면서 황 대표의 의견에 세를 보탰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정계개편과는 무관하게 가는 것”이라며 “캠페인 다음 주자 선정은 한국당 사람으로 한정된 게 아니라 주요 인사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역시 “과대 해석”이라며 “오 전 시장과 오 원내대표 두 사람 간의 친분이라는 특수한 상황 가운데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 대표는 또 지난달 11일에는 천안함 폭침에 희생된 장병을 추모하는 ‘천안함 챌린지’에 동참해 다음 참가자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지목했다. 오 전 서울시장과 원 제주지사 모두 바른정당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5인 보수 신당설’에 정치권 “실체 없는 말”

‘황-안-유 빅텐트론’에 이은 또 다른 야권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5인 신당론’이다. 김무성 의원, 유승민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일컫는다.

5인 신당론은 지난달 31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로 친박당’에 강경 대응한 황 대표의 발언과 관련 “황 대표의 리더십이 없는 것”이라며 “남경필·원희룡·김무성 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던 이들의 신당 창당설이 나오기 때문에 당황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 의원은 다음 날인 지난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이 같이 주장하면서 “아직까지는 설이지만, 대개 정치권에서 저런 설이 나오면 사실로 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에 따르면 앞서 거론된 5명이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되는 것에 반발해 자신들이 정통 보수라는 의미에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5인 신당론’이 설에 그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제주도청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그 이야기가 실체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야권 관계자 역시 이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단언했다. 

이 최고위원은 “세력 대 세력이라면 진지하게 논의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라며 “실질적인 움직임이나 (이 설에 대한) 내부 동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향후 보수 세력에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전까지는 야권 재편론에 대한 시나리오가 파다할 것으로 여겨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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