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앞장선 ‘제3지대 신당론’ 내막 추적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거대 양당을 견제할 제3당이 필요하다는 ‘제3지대론’은 매년 선거철마다 대두되는 주제다.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내홍이 연일 불거지면서 이들이 ‘제3지대’로 뜻을 모을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를 구성해 제3지대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탄력을 받아 제3지대가 형성된다면 내년 총선 판도 역시 새롭게 짜일 공산이 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출범기념 세미나에서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등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출범기념 세미나에서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등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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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은 그동안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내홍을 겪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와 대립한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10명의 평화당 소속 의원들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를 조직했다.

대안정치에 뜻을 함께한 이들은 김종회·박지원·유성엽·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 등 총 10명이다. 민주평화당 의원 수가 총 16명(바른미래당 비례대표 2명 포함)인 점에 비춰본다면 과반을 넘는 인원이 합류한 셈이다.

대안정치는 지난달 16일 민주평화당 심야 의총 이후 결성됐으며 이후 같은 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출범기념 토론회를 갖고 행보를 공식화했다.

‘갈팡질팡’ 바른미래당, 신당 합류 윤곽 잡히나

대안정치는 출범 동시에 ‘제3지대론’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경제를 위기 상황에 몰아넣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커져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도 없어 결국 갈 곳 없는 민심이 중간지대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양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그 사이를 표류하는 민심을 건져 올릴 ‘제3지대’와 ‘제3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평화당 발 제3지대론이 떠오를 때마다 함께 거론돼 온 건 바른미래당 의원들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을 겪고 있어 동병상련 처지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일요서울이 제3지대론에 관해 묻자 “당분간 관련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바른미래당 역시 ‘제3지대론’을 의식하면서도 내년 총선까지 시간 차가 있으므로 말을 아끼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안정치 출범 토론회에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하면서 ‘제3지대 신당 합류’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으로, 전남 보성·화성에서 당선된 16대를 제외하고는 광주 동구(20대 총선 당시 광주 동남구을)에서 내리 3선을 지낸 호남계 인사다. 

평화당은 호남에서 강세가 두드러지는 정당이다. 따라서 제3지대론이 불거질 당시 평화당이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과 접선할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박 의원 역시 교류 물망에 올랐었다. 또 다른 인물로는 같은 당 주승용 의원이 거론됐다. 주 의원은 토론회에 공식 참석하지 않았지만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서면으로 축사를 전달했다.

박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국민을 위해서 3지대의 3정당 출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바른미래당에서 전 당원이 함께하는 빅텐트(여러 정치 세력의 세력을 한데 모으는 연합 정치)에 참가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세를 보탰다.

‘공천 티켓’ 얻지 못한 非文 세력 결집하나

다른 한쪽에서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 가운데 민주당 복당이 불허된 무소속 인사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손금주(나주·화순)·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무소속 의원은 올해 1월 민주당 복당이 불허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무소속 인사들이 (제3지대 신당) 합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무소속 인사들의 제3지대 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31일 ‘민주당 복당이 불허된 무소속 인사들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함께하느냐’는 일요서울의 질문에 “당연히 그 분들도 (접촉) 대상이다”라고 시사했다.

다만 제3지대 신당이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과 호남 지역구 무소속 의원 그리고 민주평화당 의원으로 구성될 경우 ‘도로 국민의당’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다분하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제3지대론’을 들고 나서 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바른정당과의 합당(合黨) 여부를 두고 내분이 일어났다.

합당에 동의한 이들은 바른미래당을 창당해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게 됐고, 동의하지 않은 이들은 복당 절차를 밟거나 민주평화당이라는 새로운 둥지로 옮겨 갔다. 

이 가운데 제3지대 신당에 민주당 내 비문 인사가 합류할 수 있다는 가설까지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문 인사들이 강세를 띨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다 보니 공천권을 얻지 못한 비문 세력이 야권 발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고, 제3지대 신당의 경우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 쪽 인사가 합류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때가 되면 민주당 내 비문 세력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은 있다”며 “공식적으로 밝힌 사람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하다”고 틈을 열어뒀다.

유 원내대표는 ‘비문 합류설’에 관해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총선 임박해서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나 전망을 관측하며 합류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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