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특위 임명장 남발... ‘당 간부화’ 통해 위기 극복 노린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이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임명장을 수여하는 데 대해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당은 최근 불거진 당 인사 계파 논란에다 ‘도로 친박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당 지지율이 황교안 대표 취임 전으로 돌아가며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특위 신설과 임명장 수여가 다음 총선을 앞두고 ‘당 간부화’를 통해 계파 논란을 방어하고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설’에 ‘위원장 교체’ 두 달간 13번 임명식... 원내대표까지 합세

황교안 대표는 특별위원회에 앞서 대규모 특보단을 구성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28일 국회에서 당대표 특별보좌역 32명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특보단에는 이진복 특보단장을 비롯해 원내의 홍철호·최연혜·정태옥 의원 등과 안효대·윤두현·이윤후 등 원외 당협위원장이 임명됐다. 또한 김우석 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남주홍 전 국정원 제1차장·서필언 전 행안부 제1차관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선임됐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려운 과정에서도 특보단에 함께해 줘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저와 함께 힘을 모아 이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 역할들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보단이 통합의 가교가 돼 주기 바란다”며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가 하나 될 때는 늘 이겼고, 분열되고 나뉠 때는 늘 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취임 후 ‘원조 친박’인 한선교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이헌승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에 민경욱 의원을 대변인으로 추경호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친박계를 주요 보직에 임명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특보단에게 ‘통합’을 첫 번째로 강조했듯이 지난해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부터 이어오던 당내 계파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복당파’인 김세연 의원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장에, 이진복 의원을 특보단장에 임명했다. 게다가 김 의원과 이 특보단장은 각각 부산 금정·동래로 PK(부산·경남)를 지역구로 두고 있어 황 대표가 지역 균형까지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선교 사퇴·홍문종 탈당한 날 특보단 강화

지난 6월 17일 한선교 의원이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무총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이 임명 3개월 만에 사퇴하고 병명 등 자세한 사퇴 사유가 알려지지 않아 그 배경을 두고 ‘갈등설’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다.

같은 날 홍문종 의원은 한국당 탈당을 선언하고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날 오전에는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로 만장일치 추인되기도 했다. 홍 공동대표는 이틀 전인 지난 6월 15일 태극기 집회에서 “수많은 (한국당) 의원들도 ‘언제쯤 탈당해야 하느냐’ 묻는다. 번호표 뽑아야 된다”며 한국당을 흔들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특별보좌역 8명을 추가로 임명하고 임명장 수여와 함께 회의를 가졌다. 이날 포함된 특보는 문진국 의원, 김성용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현장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류지영 전 의원 등이다. 특히 김현장 씨는 황 대표의 ‘정치 멘토’로 알려져 있다.

황 대표는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다”며 “제가 이제 당에 들어온 지 100일이 지나면서 여러 얘기들이 나오는데 여러분들은 그런 얘기들을 잘 경청하지만 흔들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굳건하게 함께 가고 있다”며 “제가 ‘함께 가고 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를 여러분들이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1야당의 대표면서 ‘정치 신인’이기도 한 황 대표에게 특보단은 더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7년 8월 황 대표의 전임자인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현의 의원들과 전문가로 구성된 25명의 특보단을 구성했다. 당시 홍 전 대표가 대규모 특보단을 구성해 ‘친홍’ 체제 구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의 특보단은 40명으로 홍 전 대표의 특보단과 비교해도 많다.

황 대표는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와 ‘함께’를 강조하며 당내 결속을 강조했다. 이는 대규모 특보단을 출범해 ‘한선교 사퇴’와 ‘홍문종 탈당’으로 인한 당내 분열 불씨를 조기에 진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돌아온 ‘친박’ 계파 갈등 불씨 ‘활활’

최근 한국당에서는 당내 주요 보직을 놓고 계파 갈등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당은 지난 6월 28일 한선교 사무총장이 사임한 지 11일 만에 친박계로 알려진 재선의 박맹우 의원을 임명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사무총장 자리에 3선 중진의원을 앉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론됐던 인물은 이진복·이명수 의원 등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진복 의원이었지만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했다 복당한 소위 ‘복당파’이기 때문에 친박계가 이 의원의 선임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예결위원장)을 두고도 계파 갈등 논란은 계속됐다. 국회는 지난해 7월 16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했고 이중 예결위원장을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나눠 맡기로 했다. 하지만 김재원 의원이 자신은 원 구성 당시 당원권 정지로 인해 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며 경선을 요구했고 황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며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이 됐다. 황 의원은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사무총장과 예결위원장 외에도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민경욱 대변인 등 친박계가 당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도로 친박당’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당 싱크탱크 수장인 여의도연구원장의 김세연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처럼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부인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김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직 교체 논란이 나왔지만 계파갈등으로 인식될 수 있어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논란’이 거세지자 소속 의원들도 쓴소리를 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난 1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과감하게 계파를 벗어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비판하는 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큰 정치로 나아가는 게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재외동포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임명장을 수여한 후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재외동포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임명장을 수여한 후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위’로 지지율 하락과 당내 잡음 잠재우기

한국당이 계파갈등으로 내홍이 커지자 지지율이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 조사한 7월 4주 차 주간 집계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6.7%로 황 대표가 취임한 지난 2.27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2주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43.2%로 2주 연속 상승해 이번 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3월 2주차 조사에서 31.7%로 민주당(36.6%)과 4.9% 차로 좁혀졌다. 5월 2주차 조사에서는 한국당이 34.3%로 민주당의 38.7%와 4.4% 차로 간격을 더 좁히기도 했다. 지지율은 국내외 정치 이슈에 의해 언제든 높고 낮아질 수 있지만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은 일본 수출규제 등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밥그릇 싸움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내홍에 좀처럼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리얼미터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4만9356명에게 통화를 시도한 결과 최종 2512명이 응답을 완료해 5.1%의 응답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내 계파는 없다. 없는 계파를 만들어 공격하는 것은 숨은 의도가 있다”며 “여론조사가 정확하다면 한국당이 ‘세금을 낮출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를 흑자로 바꿀 수 있다’ 등 국민에게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금방 역전한다”고 말해 계파갈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부정했다.

황 대표는 지지율 하락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지지율은 떨어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며 “우리 목표는 2019년 7월 30일이 아니다. 총선이고 대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 우리 당에 친박·비박은 없다.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이 당에 왔냐”며 “보수우파를 살려서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제 머릿속에는 친박과 비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사를 포함한 어떤 의사 결정에도 결코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계파 논란을 일축했다. 황 대표는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올바른 정치행위라고 할 수 없다”며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최근 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개설하고 위원장을 교체해 임명장 수여식이 많아졌다. 황 대표는 지난달 1일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부대변인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재해대책위원회(4일)·지방자치위원회(8일)·국제위원회(11일)·미디어특위(12일)·디지털정당위원회(15일)·일본 수출규제 대책특위(24일)·재외동포위원회(26일)· 등 8번의 임명식을 진행했다. 나 원내대표는 에너지정책파탄대책특위·생명안전뉴딜특위·노동개혁특위(9일)·법률자문위원회(18일) 등 4번이다.

6월에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포함해 경제대전환위원회(4일)·중앙장애인위원회(5일)·정책자문위원회(11일)·노동위원회(14일) 등 6번이다. 이는 특별위원회와 위원회만 합친 것으로 사무총장·홍보본부장 등 당의 요직 인선까지 포함하면 두 달간 23번의 임명장 수여식을 열었다. 이는 ‘당 간부화’를 통해 구성원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당 조직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특위는 말 그대로 현재 사안에 따라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정 시기에 많고 적고를 말하기 어렵다”며 “특위는 해당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위해) 해당 상임위 의원이나 외부전문가들이 특위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최근 집중된 특위 신설과 임명장 수여식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떨어지는 지지율과 ‘도로 친박당’ 등 당내 계파 불씨를 잠재우기 위한 돌파구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특보단 임명과 똑같이 매번 임명식에서 “당에서 역할을 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기념촬영을 잊지 않았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 취임 후 달리 보여준 게 없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황 대표가 여름휴가에서 새로운 구상을 할 거라고 들었다.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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