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소유 ‘간판 없는 건물’서 불법 유흥주점 운영 및 성매매 의혹

대성 건물 5층 입구가 막혀있다. [사진=황기현 기자]
대성 건물 5층 입구가 막혀있다.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YG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최고의 아이돌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 ‘빅뱅’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리더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탑은 같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의경 복무가 중단됐다. 올해 초에는 승리가 전국을 뒤흔든 ‘버닝썬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며 입건됐다. 승리에서 시작된 수사는 전 연예계를 강타한 뒤 그가 속했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까지 다다랐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외국인 투자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입건됐고, 주변 인물까지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억울함을 피력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빅뱅 멤버 대성 소유의 건물에서 불법 유흥주점이 운영되고, 성매매까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YG엔터테인먼트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임대료만 월 1억인데 ‘몰랐다’ 변명 이해 안 돼”
‘버닝썬’ 승리, ‘성접대 의혹’ 양현석 이어…YG 무너지나

대성 관련 의혹은 지난달 25일 채널A가 보도하며 알려졌다. 채널A에 따르면 대성은 지난 2017년 310억 원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강남 한복판 노른자위 땅에 있는 이 건물에서는 매달 추정 임대수익만 약 1억 원 가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건축물 대장에 적힌 용도와 실제 건물의 용도가 달랐다는 점이다. 건축물 대장에는 대성 건물 5층부터 8층까지가 각종 식당과 사진관으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 간판도 없는 이 3개 층에는 접대부를 고용하는 유흥주점들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밤에만 문을 여는 일명 ‘가라오케’라는 주변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이 중 한 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여성 도우미를 고용해 영업하던 중 적발돼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에도 이 건물에서 무허가 유흥주점 4곳이 적발돼 업주와 도우미 등 8명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탈세 논란도 있다. 건물 용도가 사진관이나 식당이 아닌 유흥업소로 등록돼 있었다면 대성은 그동안 훨씬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현행법상 유흥주점이 영업 중인 건물의 소유주는 일반 건물보다 최대 16배 많은 재산세를 내야 한다. 유흥주점이 ‘고급오락장’에 해당해 중과세 부과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성은 자신의 건물에 무려 5개의 유흥주점이 들어서 있었음에도 건물 매입 후 매번 ‘일반사업자’에 맞춰 세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서울 강남구청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은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대성에게 재산세를 추가해 강제 추징할 계획이다. 첫 보도 당시 대성의 부동산대리인 측은 “대성 씨는 건물주일 뿐 영업과 무관하다”며 “매입 당시 받은 사업자등록증 상의 사업으로만 알고 있다. 불법 유흥업소로 확인될 경우 임차인들과의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성, 정말 몰랐나? “가능성 낮아”

하지만 “몰랐다”는 대성의 해명은 다소 의아하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사람의 목적은 ‘투자’다. 고정적인 수익이 들어올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업소들이 입점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다. 수백억대 건물을 매입하면서 어떤 업소가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또 채널A에 따르면 대성은 건물 매입 당시 임차인에게 계약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에는 임차인이 불법행위를 하거나 일반음식점 외 용도로 업소를 사용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드전해졌다. 유흥주점 측은 대성이 업소의 불법 운영 사실을 알고 추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책임 회피를 위해 이 조항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일보에 따르면 대성은 건물 매입 2개월 전 건물주에 대한 성매매 알선죄 적용 여부 등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률자문 회의에 참석했던 A씨는 29일 국민일보에 “대성이 2017년 9월 20일 건물 내 불법 유흥주점 운영이 발각될 경우 건물주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러 로펌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성이 건물을 구입하기 전 부동산 관계자와 은행 지점장 등을 대동하고 로펌에서 상담을 받았다”며 “이 자리에서 성매매 알선 방조죄 등에 대해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성과 친한 연예인들이 유흥주점에 방문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까지 이어지며 불법 영업을 몰랐다는 대성의 주장은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민갑룡 경찰청장 “의혹 확인 중”

의혹이 불어나며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빅뱅 대성 건물 관련 첩보를 수집했고, 여러 의혹이 제기돼 검토해봐야겠다”고 밝혔다. 현재 첩보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확인 중이라고 민 청장은 설명했다. 사건을 맡은 강남경찰서 측은 지난달 30일 경제1과장을 팀장으로 수사과 인력 6명, 풍속계 3명, 마약팀 3명 등을 포함한 12명의 '대성건물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이미 입건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만약 입주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고 대성이 이를 알고 있었을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신의 건물에서 성매매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면서 묵인한 건물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다만 경찰은 지난 3월 이미 대성 건물 입주 업소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조사에서 경찰은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마약 관련 혐의가 확인될지는 미지수인 이유다. 더욱이 보도 후 해당 유흥업소들은 기습적으로 폐업 절차에 나섰다. 실제 기자가 지난달 31일 방문한 대성 건물에서는 1층의 카페와 4층에 위치한 병원 외에는 영업 중인 업소를 찾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모두 눌렸지만 5층과 8층 등은 셔터가 내려간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인근 주민 A(43·남)씨는 “정확히는 모르겠다”면서도 “요즘에는 영업을 안 하는 거 같다. 건물 앞이 조용해졌다”고 설명했다. 업소가 기습 폐업에 나섰다면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행정 절차를 밟기도 애매해진다.

성접대, 마약, 성매매 방조…YG주가 연일 하락세

수사 진척과는 별개로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된 수사가 가수 승리와 비아이 전 대표 양현석을 거쳐 대성까지 오면서다. 적용된 혐의도 다양하다. 승리는 해외 투자자 성매매 알선, 버닝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다. 비아이는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다. 양현석은 성 접대 혐의와 탈세 의혹을 받는다. 특히 양현석·양민석 형제와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지난 3월 시작된 세무조사를 이달 초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피조사기관의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한다. 여기에 대성의 성매매 방조 혐의 등까지 추가되면 YG엔터테인먼트가 사실상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가까스로 2만 7000원 대를 유지해오다 대성 논란이 보도된 이후 이틀 만에 2만 5000원 대로 추락했다. 지난 29일에는 2만 4000원 대까지 떨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31일 다시 2만 5000원 선을 회복했지만,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아 반등 가능성은 낮다. ‘버닝썬 사건’ 발생 전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5만 800원까지 올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회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주가는 해당 주식회사의 안정성을 알려주는 지표다. 불과 반년 만에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것은 YG엔터테인먼트가 그만큼 큰 위기를 맞았다는 방증이다.


양현석 전 대표를 위시한 YG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동안 여러 논란에 억울함을 표시해왔다. 승리와는 곧바로 전속 계약을 해지했고, 양 전 대표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터지는 의혹은 YG엔터테인먼트를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 정말 억울한 사람은 YG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그동안 빅뱅을 사랑해왔던 수많은 팬들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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