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체력단련에 장병 사기 저하…골절상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윤의철 7군단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의철 7군단장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과도한 수준의 체력단련을 실시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장병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육군 7군단. 7군단은 군단장 윤의철 중장의 지휘 하에 ‘전 병력 특급전사화’를 목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체력이 필수인 군인에게 ‘특급전사’ 달성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7군단이 이 과정에서 특급전사를 달성하지 못한 병사의 휴가를 제한하거나 수면 시간을 제한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어났다. 앞서 일요서울 역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취재를 진행했는데, 당시  육군 측은 일요서울에 7군단의 이러한 체력단련이 ‘정상적인 지휘활동’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들이 7군단에서 병역 의무를 하고 있다는 어머니들은 이러한 육군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장병들 “하루하루가 지옥…자살하고 싶다” 청원
육군 “기본권 제한 사실 없어… 부상자 현황 일일 단위 모니터링”

현재 7군단 모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는 A장병은 지난달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7군단 좀 살려주십시오’라는 청원을 게시했다. A장병은 첫 문장부터 “죽고싶다”며 군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군 생활을 하는 것인지, 노예 생활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A장병은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며,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대한민국 건아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소명감도 정도껏이지, 고작 30~40만 원 월급 주면서 네이비실(미 해군 엘리트 특수부대)보다 높은 수준의 체력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은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전우와 친구들이 완만한 군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는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자신을 보며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라고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장병을 포함한 7군단 소속 장병들이 가장 괴롭게 느끼는 것은 단연 체력단련이다. 현재 7군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체력단련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든 수준으로 전해졌다. 일부 장병은 오전 체력단련 시 장이 꼬이거나 구토를 하는 것이 두려워 아침 식사도 거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식사를 거르는 것이 규정상 금지돼 있어 억지로 먹은 뒤 헛구역질과 구토를 참아낸다고 A장병은 호소했다. 또 운전병의 경우 체력단련 때문에 운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장병은 “저를 이 부대에 보낸 국방부가 얄밉고 억울하며 자살하고 싶다”고 정신력에 한계가 왔음을 드러냈다. 이어 “7군단 예하사단의 제 동기는 매일 18km를 뛰고, 13km만 뛰는 운 좋은 날이 있으면 기뻐한다고 한다”며 “그 친구는 발바닥이 완전히 망가져서 MRI를 찍고 환자가 됐다고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A장병에 따르면 이 같은 체력단련은 간부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A장병 부대의 행정보급관은 고혈압이나 정형외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죽도록 뛰어야 한다고. 그는 “특급전사가 아닌 인원은 비율 달성에 방해만 된다며 눈칫밥을 먹는다”며 “저혈압이 있는 저는 뛰다가 블랙 아웃이나 호흡곤란이 온다”고 토로했다. A장병은 마지막으로 “오늘 저희 부대의 실제 기온은 33도로 폭염주의보였지만, 본부는 27도라고 발표했다”며 “매일 이런 수법으로 정상일과와 체력단련을 계속한다”고 토로했다.

“휴식 시간 부족…부상자 발생”

앞서도 말했듯 군인에게 체력단련은 필수다. 적군을 압도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은 곧 전쟁에서의 승리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군대를 전역한 군필자들도, 현재 복무중인 장병들도 일정 수준의 체력 훈련에 대해서는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는 육군에서 규정하고 있는 체력단련 기준이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휘관 재량’이라는 미명 하에 이 규정을 넘어서 과도한 체력단련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7군단이 목표로 하는 ‘전 병력 특급전사화’가 이에 해당한다. 특급전사는 장병 중 상위 1%만이 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에서부터 꾸준한 운동을 통해 단련된 장병의 경우 특급전사 기준이 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장병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체력이 부족한 장병에게 급격한 운동량을 부과해 억지로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휴식 시간이 부족해도 문제가 생긴다.


7군단 예하 사단에서 복무중인 한 장병의 어머니 B씨는 일요서울에 “우리 아들 부대는 비전투부대라 체력단련은 다른 7군단 예하 부대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라면서 “(그럼에도) 체력단련과 일과로 심신이 피로하고,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만성피로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7월 23일 피로골절처럼 근육과 뼈가 약해진 상태로 뜀걸음 마지막 바퀴를 끝낸 후 다리에 힘이 빠져 발목을 접질렸다”면서 “이로 인해 ‘좌측 족관절 외측 복사뼈 골절’이라는 6주 진단을 받고 지금 반 깁스를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B씨는 또 “경과를 보고 5주간 통 깁스를 한다”며 “아들은 체력이 약해 뜀걸음 때마다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심장이 아프고, 어지럽고, 숨 쉬기도 힘들고…체력단련 때문에 다음날을 두려워하는데 사고가 나서 많이 속상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B씨의 아들은 재활치료까지 총 3개월여를 고생해야 한다.


또 다른 장병의 어머니 C씨는 “군 당국이 (쏟아지는) 기사로 인해 압박을 느꼈던 모양”이라며 “약간의 태세 전환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씨는 “그러나 현재도 특급전사의 압박은 여전하고, 유례없는 야전 6주 훈련까지 (도입하며) 병사들의 고통은 극에 달해 있다”며 “어떤 병사는 탈영할까 무서워 스스로 신병위로휴가도 미루고, 죽고 싶다고 해 부모들이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호소했다.

“획일화된 기준을 요구하는 건 가혹행위”

끊이지 않는 7군단 논란에 대해 육군 측은 “해당 부대가 ‘특급전사를 미달성했다’는 이유로 휴가나 외출, 외박 등의 기본권은 제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육군 규정상 체력단련 등 교육훈련은 온도가 아닌 온도지수를 고려해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의 판단 하에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력단련 중 발생할 수 있는 환자에 대비해 부대별로 응급대기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 역시 일요서울에 “18km 뜀걸음을 하는 부대는 찾지 못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어 “골절상을 입은 사례는 장거리 뜀걸음이 아닌 240m 왕복 달리기를 하던 중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국군양주병원에서 수술 후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온도를 속였다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온도와 온도 지수는 다르다. 군은 온도지수를 기준으로 훈련 여부를 결정하는데, (온도지수는) 기온과 습도 등을 모두 고려해 발표한다”며 “온도 지수가 29.5도 이상이면 훈련을 안 하는데, 지난 4일 온도 지수는 28.6이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부상자 현황에 대해서는 일일 단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고, (부상이) 경미할 때는 의무 시설이나 군 병원 외진을 보내 정상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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