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다 큰 ‘대왕문어’ 먹방에 선정적인 콘텐츠 진행하기도

CNN이 지난달 27일 한국의 인기 아동 유튜브 콘텐츠 ‘보람채널’의 흥행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사진=CNN 인터넷판 보도내용 갈무리]
CNN이 지난달 27일 한국의 인기 아동 유튜브 콘텐츠 ‘보람채널’의 흥행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사진=CNN 인터넷판 보도내용 갈무리]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일부 아동 유튜버가 그야말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이러한 행보를 따라가려는 아동 유튜버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부 부모들이 아이를 이른바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거리낌없이 하는 사람을 지칭)’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다. 아이들이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닌, 부모의 이익을 위해 아동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아동학대로까지 추정하는 양상이다. 일부 아동 유튜버들이 식고문성 콘텐츠, 선정적인 영상 등을 공개했기 때문. 사회적 합의로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일부 아동 유튜버 대박소식에 너도나도 시장 진입

국제아동보호단체 사회적 합의로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최근 5살 아이 엄마 A씨는 아이가 시청 중인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눈에 보더라도 초등학생이 채 안 된 여자 아이 두 명이 대왕문어 다리를 통째로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 영상을 보고 나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보다도 커 보이는 대왕 문어를 말이다.

찬반 엇갈려

최근 아동이 주인공인 아동 유튜브 제작이 각광을 받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이나 아동용 화장품 리뷰, 장난감 리뷰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콘텐츠로도 짭잘한(?) 수익을 얻는 데다 최근 유명 아동 유튜버 보람튜브의 가족기업이 95억 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하는 등 성공사례가 등장하면서 아동 유튜버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동 콘텐츠로 고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애테크(아이+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모들은 아동 유튜브 채널 운영을 본업으로 삼겠다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정적인 콘텐츠와 식고문성 먹방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성공사례로 분류되는 보람튜브는 지난 2017년 부모가 딸에게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연기를 시키고,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게 하는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았다.

뚜아뚜지TV’는 지난달 110kg 대왕문어 다리를 여섯 살 쌍둥이에게 통째로 먹이는 영상을 촬영해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다. 나이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진행했다는 비난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뚜아뚜지TV 부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삭제했다.

시선은 엇갈린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말한 거면 욕먹을 일이 아니지 않느냐”, “아이의 안전은 부모가 알아서 잘 챙길 것이다등의 아동 유튜버 찬성 측 반응과 부모의 욕심으로 강요성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 같다”, “위험한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대 측 반응이 엇갈리는 것이다.

7살 아이 엄마 B씨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기도 빠르고, 습득력 또한 놀라울 정도다. 아이 엄마들과 얘기해 보면 애들이 다들 유튜버를 한다고 난리더라.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A씨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돈에 대한 그릇된 욕망 때문에 아이들을 사지(死地)로 몰고 있는 것 같다. 애들이 뭘 알겠는가. 부모가 시키면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정말로 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출하더라도 유치원을 다니는 정도면 판단력이 형성되지 않은 나이다. 아동 유튜브 채널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만 가지고 강요한다면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35살 아이의 엄마인 C씨는 애들이 유튜버를 꿈꾸고, 출연하기를 원해서 지지해 주는 부모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아이가 어느 정도 본인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나이는 돼야 한다. 내 기준으로는 초등학생 정도라며 유튜브라는 게 휘발성으로 영상을 찍고 올리면 끝이 아니라 지우더라도 영상이 돌아다니는 영구적인 성격이 있다 보니 본인이 그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그럼에도 유튜버가 될 것인지 판단하는 나이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몇 번이고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정말로 유튜버가 되기를 원하는 아이라면 지지해 줄 수밖에 없는 게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기 힘든 아이들을 내세워,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은 부모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본다면서 당장은 돈을 벌고, 아이에게 스타성을 안겨줄 수 있으니 좋은 측면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가 커 가면서 위험성마저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심스러워하는 게 맞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도 같은 상황 겪어

아동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조회 수와 광고 시청률 등으로 돈을 버는 유튜브 수익 구조상 사소한 일상생활까지 촬영할 정도로 많은 영상을 제작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시도하게 된다는 우려다.

국제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우리 단체에도 새로운 문제로 분류되는 주제다. 아동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찍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동의를 했더라도 불특정다수에게 보일 수 있다는 의미를 잘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결이 있다면서 또 어떤 의도로 했든 간에 결과적으로 상업적 수익이 발생하면 노동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밤 10시가 넘는 시각에 아동을 촬영한 콘텐츠로 수익이 발생하면 이것을 아동이 야간 근로한 형태로 봐야 하는지 등이다. 영국에서도 보람튜브 등 국내와 비슷한 사례로 법규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한 곳에서만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정부는 정부 역할이 있을 것이고, 시청 지도를 하는 부모들의 역할도 있다. 1인 미디어의 경우에는 제한이나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서 어떻게 할지, 강제할 것인지 등 방법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오는 9월 논의를 나눌 만한 학자분들을 모셔서 포럼 형식의 논의의 장을 열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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