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제품 질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고 봐서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다. 한 겨울 내의대신 입을 수 있는 히트텍과 한 여름에 잠옷 대용으로 입는 에어리즘만 애용해온 정도. 이런 내 취향과 상관없이 유니클로 매장은 어딜 가더라도 항상 붐볐다.

지난 평일 오후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밥 먹으러, 쇼핑하러 몰려나온 인파 중에 누구도 유니클로 매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 적막한 유니클로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용기마저 필요해 보였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일본여행도 줄줄이 취소하고 일본맥주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론의 지지도 뜨거워 불매운동에 국민 6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화끈한 국민성, 뿌리 깊은 반일정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화이트 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일본의 이런 결정은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형국이 될 것 같다.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선전포고였다면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공격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제전쟁이 확전되면 양국은 1945년 해방이후 74년 만에 다시 적성국으로 대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경제전쟁 선전포고를 했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신호탄으로 양국 간의 관계는 심정적 적성국으로 에스컬레이팅(escalating, 확대·증가)될 것이다.

일본의 경제전쟁 선포에 맞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면서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게임이론으로 경제주체들이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경쟁하고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에 대한 경제학 이론이다. 희대의 천재로 불리는 존 폰 노이만이 게임이론의 기초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이론에서 가장 승률이 높다고 알려진 팃포탯 전략은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고 반드시 보복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강공에 맞서 우리도 강공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이론은 또 다른 천재인 존 내시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내시 균형이란 개념을 내놓으면서부터 이론적으로 정합성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존 내시는 일반인들에게 영화뷰티풀 마인드에서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미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이다.

내시 균형은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가정하고 최적 전략을 선택할 때 균형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시 균형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과 일본이 속한 글로벌 분업체계라는최적의 상태을 깨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 된다.

일본이 확전을 선택하면서 양국은 당분간 고대 함무라비 시대에나 어울리던 방식으로 팃포탯 전략에 따라 공방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일이 승패가 갈릴 것 같지는 않다. 일본도 한국도 존 내시가 말한 균형점을 회복하기 위한 뷰티풀 마인드가 필요하고, 결국 새로 찾은 균형점에서 새로운 한·일 관계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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