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18번 치렀는데 한기총으로 들어온 후원금 단 한 건

반박 기자회견 연 전광훈 목사 [뉴시스]
반박 기자회견 연 전광훈 목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63)가 지난달 29일 횡령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한기총 조사위원회는 횡령·사기·공금착복 및 유용 혐의로 전 목사를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막말 등으로 물의를 빚어 왔다.

 

경찰 "사문서위조행사은행법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조사 중"

전 목사 "임기 시작 전부터 한기총 재정이 바닥이었다" 전면 부인

 

한기총 조사위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지난 2월 15일 열린 취임식부터 6개월간 18차례의 행사를 여는 동안 후원금을 본인 명의 또는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계좌에 입금했다.

조사위는 “한기총으로 개설된 통장에 들어온 것은 단지 ‘이승만 대통령 대학 설립기금’ 60만 원이 전부”라며 “한기총으로 들어와야 할 거액의 후원금과 기부금을 자신의 단체로 받은 탓에 한기총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이 몇 달째 밀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순 한기총 조사위원장은 “전 목사는 ‘비대위’라는 명칭으로 한기총을 음해하고 어지럽혔던, 징계 및 제명된 사람들을 모두 살렸다”며 “그런 상황에서 전 목사는 한기총 통장으로 입금해야 할 후원금을 다른 계좌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왕정시대가 아니다.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자른다고 했다”며 “(김정환 재정소위원장·목사 해임 통보 등) 대표라고 해서 문자 하나로 임명하고 해임하는 자세는 잘못됐다. 한기총에는 임원회를 거치는 등 분명한 규정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5일 한기총은 “한기총에 분탕을 일으킨 자로 김정환 목사에 대해서도 오늘부로 한기총의 모든 직책을 해임하고 제명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김 목사는 “(횡령 의혹 관련) 후원금은 행사 규모에 따라 다르다. 들리기로는 큰 액수가 거론됐는데 가늠할 수 없다”며 “그 의혹을 풀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전 목사 취임 이후 한기총은 5개월간 사무실 임대료를 밀리고 직원들에 대한 임금도 미지불 상태다.

 

한기총 “후원금 모금 사실 없다”

 

한기총 측도 같은 시간대 혜화경찰서를 찾아 반박자료를 냈다. 이들은 ‘전 목사 임기 시작부터 한기총 재정이 바닥이었다’, ‘오히려 후원금 대비 지출 내역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성령세례심포지움 등 한기총 주최 행사에서 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없다’ 등의 내용으로 조사위 주장에 반박했다.

이에 대해 조사위는 “적자인지 흑자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단 한기총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그런 행정처리가 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안 됐기 때문에 한기총이 어려움을 낳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전 목사는 이날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임기 시작부터 한기총 재정이 바닥이었다”며 “후원금 대비 지출 내역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사 비용을 자신과 자신이 담임목사인 사랑제일교회가 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조사위원회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전 목사는 김 목사를 지난 28일 해고했다. 문자로 해임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 접수하는 한기총 조사위 관계자들 [뉴시스]
고발장 접수하는 한기총 조사위 관계자들 [뉴시스]

전광훈 목사 ‘문재인 하야’

‘기독교 정당 설립’ 등 논란

 

지난 2월 취임한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의 하야 주장 등 교리와 상관없는 정치 이념지향적 발언들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전 목사는 수차례 기독교 정당을 설립, 총선을 통한 원내 진출을 시도했다. 이런 행동은 정교분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선교은행을 설립하겠다며 신도들로부터 기금을 받아 착복한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은행법 위반·사문서 위조·횡령 등 혐의로 고발을 당해 전 목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달 12일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한 교계 관계자는 전 목사를 지난 3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4월에는 은행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혜화서에 수사 지휘를 내렸다.

지난 2014년 한국 교회 빚을 탕감하자는 명목으로 전 목사가 ‘한국교회선교은행 주식회사’를 설립했는데, 정부의 인가 없이 ‘은행’이라는 상호를 사용해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게 고발인의 취지다.

아울러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할 당시 소속 교단 경력증명서 등을 위조하고, 전국 신도들로부터 자금을 모았으나 돈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혐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평화나무 측은 “선교카드를 만들어서 수수료를 모아 선교은행을 설립하려고 했다”며 “2006년부터 시작해 2014년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은행지점장 교육도 받고 광고도 대대적으로 하면서 가입을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은행’이라는 상호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에 대해서도 전 목사는 “속한 교단에서 정식으로 떼어서 제출한 것”이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을 했었는데 여기서 갈라져 나간 곳 중 같은 이름을 쓰는 교단에 ‘전 목사에게 서류를 떼어준 적 있나’ 등의 질문을 하니 거기 사람들은 없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 목사는 지난 6월 5일 한기총 명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까지 하야하고 정치권은 4년제 중임제 개헌을 비롯, 국가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4월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아울러 19대 대선 때 교인들에게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2005년에는 한 집회에서 “빤스 내리라고 해서 그대로 하면 내 성도”, “전교조 안에 성(性)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1만 명 있다”라는 내용의 설교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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