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의도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5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국회를 가장 자주 찾는 인사가 됐다. 특히 경기도와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공동주최 정책·입법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면서 일하는 도지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지사는 이 과정에서 경기도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과 스킨십을 넓히면서 정책을 통한 세력화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받고 있다. ‘비주류 대권주자로서 설움을 겪은 이 지사는 이해찬 당대표의 적극적인 방어 속에 정책 홍보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물 재난 시 구조요청 비상전원 확보 의무화'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주당 정성호, 유승희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2019.07.29. 뉴시스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물 재난 시 구조요청 비상전원 확보 의무화'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주당 정성호, 유승희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2019.07.29. 뉴시스

- 정책 홍보성 토론회 통해 비문 현역 의원 줄 세우기
- ‘킹메이커이해찬 지원 속에 광폭 행보 이어가

지난 516일 법원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재명 지사의 대국회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후 큰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 지사는 무죄판결이 나고 2주 후인 530일 국회를 찾아 토론회에 참석했다.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는 토론회장이었다. 경기도, 경기연구원, 경기도의료원과 19명의 국회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사실상 경기도 정책 홍보의 장이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 지사의 핵심 보건정책 중 하나로 지난해 10월 경기의료원에서 시범 실시해 현재 6개 병원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전국확대를 위해 국공립병원 수술실에 CCTV를 우선설치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상황이다.

5, 6, 7월 매월 한 차례 토론회 개최세 과시

통상 국회 토론회는 한 명의 국회의원이 주최하는데 이 지사는 경기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복수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공동주최 국회의원의 명단을 보면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양주)을 비롯 김경협(부천 원미갑), 김상희(부천소사), 김성원(동두천연천), 김영진(수원병),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설훈(부천원미을), 소병훈(광주갑), 손금주(전남 나주화순), 손혜원(마포을), 신창현(의왕·과천), 오제세(충북 청주서원), 유승희(성북갑), 이용득(비례대표), 임종성(광주을), 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 정춘숙(비례), 제윤경(비례), 조응천(남양주갑) 등 국회의원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624일에도 이 지사는 국회를 찾았다. 이날은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경기도형 버스 노선입찰제 정책토론회날이었다. 역시 경기도가 주관하고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는 정책홍보성 토론회였다.

이날 참석한 현역 의원들 역시 530일 공동주최한 인사들과 겹쳤다. 공동주최 명단을 보면 권미혁(비례), 권칠승(화성병), 김경협, 김두관(김포갑), 김민기(용인을), 김병관(성남분당갑), 김병욱(분당을), 김영진, 김진표(수원무), 김철민(안산상록을), 김한정(남양주을), 박정(파주을), 백혜련(수원을), 설훈, 소병훈, 송옥주(비례), 신창현, 안민석(오산), 유승희, 윤후덕(파주갑), 이상헌(울산북구), 이용득, 이원욱(화성을), 이종걸(안양 만안), 이학영(군포을), 임종성, 전해철(안산상록갑), 정성호, 정재호(고양을), 정춘숙, 조응천, 조정식(시흥을), 표창원(용인정), 홍의락(대구 북을) 34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눈에 띄는 인사로는 김진표 의원과 전해철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이해찬 당 대표와 경선에서 이 지사의 자진 탈당을 요구한 바 있고 전 의원은 이 지사와 경기도지사 경선을 치르면서 혜경궁 김씨고발건으로 앙금이 쌓인 관계다.

이 지사는 730일에도 국회를 찾았다. 이번에는 건물 내 재난 시 구조요청 비상전원 확보 의무화 토론회장이었다. 이날 토론회 역시 경기도가 주관한 토론회로 경기도가 이동통신 3,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정전 등 비상상황에서도 이용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비상전원 확보를 위한 협약을 맺은 후 개최한 토론회다.

역시 공동주최 국회의원이 28명이 참여했다. 다수가 624일 토론회 공동주최 의원들과 겹쳤다. 명단을 보면 정성호·백혜련·김영진·김성원·김한정 의원외 강창일(제주갑), 권미혁, 김민기, 김병욱, 김철민, 김한정, 박정, 변재일(청주청원구), 설훈, 소병훈, 손혜원, 신창현, 오제세, 유승희, 이상헌, 이용득, 이원욱, 이학영, 임종성, 정춘숙, 제윤경, 조응천, 조정식 의원 등 28명이다.

경기도 지역구 의원 37명 중 29명이 3차례 걸친 토론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5, 6, 73차례 참석자 면면을 보면 경기도 지역구 의원 중 10명 이상이 이 지사가 참석한 토론회를 개최할 때마다 참석했다.

특히 경기도에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관심이 높았다. 비례대표 출신인 정춘숙 의원은 경기도 용인병에, 이용득 의원은 성남 중원에, 권미혁 의원은 안양동안갑, 송옥주 의원은 화성갑에서 총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어 사실상 이 지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한솥밥을 먹던 인사들도 있다. 정성호 의원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제윤경 의원은 대변인을 맡은 이 지사 사람이다. 김병욱·김영진 의원 역시 이 시장 맨으로 통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에서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 지사가 경기도 발 정책토론회를 통해 홍보도 하고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 확장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경기도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는 토론회를 현역 의원들과 공동주최하는 것도 그렇고 명단이 친이재명 사람들이거나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이 다수라 도지사로서 최대한 장점을 살려 이재명 리스트를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도지사 중 가장 자주 여의도를 찾는 인사가 이 지사인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 지사 광폭 행보뒤에 이해찬 있다?

이 지사가 여의도에 보폭을 넓히는 데는 이해찬 당 대표가 한몫했다. 이 대표는 재판이나 경선 과정 등 결정적인 순간에 이 지사를 지원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가 여러 가지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경기도 행사나 현장점검 등 명분을 내세워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한 지난 612일에도 이 대표는 이 지사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고 74일에는 이 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를 방문해 경기도의 폭염 취약 현장 점검에 동행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를 방문 지역으로 정해 경기도가 좋은 정책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차기 대권주자인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714일에는 이 대표가 2주 만에 다시 경기도 반도체 산업현장을 이 지사와 함께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두 인사 간 부쩍 가까워졌다는 게 당내외 평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친문 주류와 비주류 간 공천 갈등이 불거질 경우를 대비해 비문·비주류 대권주자인 이 지사를 사전 단속하기 위해 친밀한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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