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또 가격 인하… 오비맥주 숨은 의도는
‘카스’ 또 가격 인하… 오비맥주 숨은 의도는
  • 신유진 기자
  • 입력 2019-08-02 17:09
  • 승인 2019.08.08 17:54
  • 호수 1318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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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테라’견제인가 ‘재고떨이’인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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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도매업중앙회 “일방적 행위…주류거래질서 혼란 초래”

창고에 맥주 쌓여 있어… 재고는 어떡하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오비맥주가 ‘카스’의 출고가를 인상한 지 100여 일 만에 한시적으로 출고가를 15%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가격 인하는 “도매상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반길 것 같던 주류도매상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재고처리를 위해 오비맥주가 물량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주류도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오비맥주의 할인에 반발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앙회는 도소매 유통업체와 일절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할인하는 행위는 주류 거래질서에 혼란을 주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갑질 행위라고 비난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신제품 ‘테라’ 출시를 앞두고 ‘카스’ 출고가를 올렸다. 당시 주류도매상은 울며 겨자먹기로 카스를 구매해야 했다. 시장에서 카스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었고  신제품 ‘테라’는 출시 전이라 시장 반응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할인해준다는 데 문제 있나 

그런데 최근 오비맥주가 갑작스럽게 카스의 출고가를 인하하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카스의 출고가 인하는 도매나 소매 단계에서의 가격 할인이 아닌 맥주 회사가 자체적으로 출고가를 낮춘 것이어서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할인 행사에서 카스 500ml 병맥주는 1203원에서 1147원으로 4.7% 인하했다. 생맥주의 경우 20L 카스 생맥주 1통(케그)은 기존 3만3443원에서 2만8230원으로 약 15% 내렸다. 다른 경쟁업체보다 최소 2200원에서 최대 8700원까지 저렴해진 것이다.

업계는 이번 오비맥주의 가격 할인 이유를 하이트진로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테라는 첫 판매를 시작한 지 100일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하면서 맥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맥주 최대 성수기인 7~8월에 테라의 상승세를 저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의 물량 떠넘기기라는 비난도 있다. 주류 도매상은 7~8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대량의 물량을 보유하는데 지난 3월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방침을 앞두고 대량으로 물량을 구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오비맥주가 가격할인 정책으로 물량을 밀어내 매출을 올리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한국주류도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 관계자는 “맥주 수요가 가장 높은 8월을 앞두고 도매상들은 창고에 있는 재고까지 모두 판매가 되는데, 출고가를 낮추면 이 가격에 맞춰 재고를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며 “중앙회는 오비맥주가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한다면 업소에선 할인된 가격을 원할 것이다. 그러면 기존에 받아 온 재고 처리가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8월까지 특별할인 기간이 종료될 경우 도소매 업체들은 또다시 물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두 번의 밀어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비맥주가 노리는 점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중앙회는 지난달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비맥주 한시적 가격 인하에 대한 중앙회의견’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중앙회는 오비 맥주가 도소매 유통업체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 할인을 해 주류거래 질서에 혼란을 주고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 성명서를 내고 향후 오비맥주 측과 모든 협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성명서에는 오비맥주 영업 선전품(홍보물, 포스터 등) 거래처 배부 중단, 오비맥주 주관 후원 협찬 행사 불참, 오비맥주 빈병, 생공통, 파렛트 등 반납 거부 등이 담겼다. 이는 도매상 측에서 오비맥주에 제공하던 도매활동 자체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에만 세 번째 가격 변동… 혼란 야기 

이에 본지는 오비맥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한편 오비맥주는 올해에만 세 차례나 가격 변경이 있었다. 4개월 동안 한시 인상·인하를 반복한 것이다. 지난 4월 가격 인상 당시 업계에선 “오비맥주 종량세 발표를 앞두고 미리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세제 개편으로 맥주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길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선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말 당시에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제조사는 국세청의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 주류도매상을 상대로 “마지막 리베이트”라며 할인가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음식점 업주들은 적게는 50짝, 많게는 100짝 이상을 들여놓았다. 업주들은 창고에 맥주가 쌓여 있다고 토로했다. 

4월 당시 1203원에 받은 물량이 아직 소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고가가 낮아져 소매점 입장에서는 도매상에 인하된 출고가만큼의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도매상 입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액만큼 손해는 도매상들이 감당하기 때문이다. 계속된 인상·인하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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