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 핵심인물 3人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체제 출범 후 처음으로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동기 기수인 23기들이 전진 배치됐다. 동기가 총장이 됐을 경우 옷을 벗던 검찰 내 관행에서 탈피하고, ‘집단지도체제’를 공고히 구축하겠다는 윤 총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가 이날 단행한 대검검사급 검사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에 따르면 23기 검사장들이 검찰 내 핵심 보직을 꿰찼다.

 

‘인보사’ ‘전직 대통령’

재판 책임질 배성범

 

‘검찰 넘버 2’로 불리며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은 배성범(57) 광주지검장이 수장을 맡게 됐다.

경남 창원 출신의 배 지검장은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뒤 형사부와 특수부, 조사부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지난 2017년 대검찰청 강력부장을 맡은 뒤 부산지검·창원지검·광주지검 검사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 원대 분식 회계 의혹 및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수사 등 각종 기업 관련 중요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사법농단’ 의혹 등 사건에 대한 재판 공소 유지 등도 함께 맡고 있다. 국내 주요 사안을 처리해야 할 막중한 역할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주어진 셈이다.

지난달 31일 첫 출근한 배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반칙적 범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국민께서 바라시는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오전 10시 30분 열린 취임식에서는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질책 어린 시선은 여전히 엄중한 게 사실”이라며 “국민께 확고한 믿음을 주는 검찰이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 지검장은 이어 “우리(검찰)의 업무 처리가 정치적 중립과 사회적 공정의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충분한 믿음을 드리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점들을 아프게 새기고,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에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반칙적 범죄’에 집중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민생을 해하는 범죄를 지적한 것이다.

배 지검장은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침해하는 선거범죄, 공공적 영역에서의 부패·비리, 부정·탈법으로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거나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 소비자 신뢰 악용 및 합의된 법적 절차 도외시 등을 반칙적 범죄의 예로 꼽았다.

배 지검장은 다만 중소기업 등이 대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죄필벌(重罪必罰)’, ‘경죄관용(輕罪寬容)’의 정신을 되새겨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배 지검장은 또 “기계적인 법 적용에 따른 형식적 결론 도출에 만족해선 안 된다”며 “사건의 실체를 고민하고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상응하는 검찰권 행사로 그 과정 및 결과에 대해 국민께서 공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개혁 책임자 강남일

 

윤 총장을 보좌할 대검찰청 차장검사에도 동기가 배치됐다. 이날 강남일(50) 검사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서 대검 차장검사로 보임됐다. 윤 총장의 지근거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현안을 관리해야 할 위치에 놓인 것이다.

강 실장은 경남 사천 출생으로 대아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윤 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이지만, 강 실장이 나이는 여덟 살 더 어리며 법대 후배이다.

서울지검 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강 실장은 법무부와 대검 등 여러 조직을 거치면서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굵직한 기업 비리 수사를 맡아 ‘특수통’으로 불리는 윤 총장과 닮은 면모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1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강 실장은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을 수사한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강 실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로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또 지난 2013년에는 대출 가산금리를 편법으로 인상해 300억 원대 이자를 챙긴 외환은행 전·현직 임직원들과 1100억 원에 달하는 불법 대출을 저지른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들을 수사해 기소했다.

지난 2014년에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스마일저축은행에 불법 대출을 지시해 은행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상호저축은행법 위반)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2011년 10월~12월 미래저축은행 증자대금과 대출금 상환 등을 위해 스마일저축은행에 245억5900만원 상당의 차명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미래저축은행 증자대금이나 충남 아산골프장인 ‘아름다운CC’ 인수대금, 특수목적법인 명의로 빌린 저축은행 대출금의 원리금과 이자 등을 갚기 위해 5차례에 걸쳐 매번 수십억원대 부당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 전 회장은 특히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업체 명의로 100억 원을 대출해 줘 해당 은행의 증자대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이 대주주 또는 임원에 대한 신용공여나 다른 저축은행과의 교차 대출을 통한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국회에 파견돼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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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법대 후배’ 이성윤

검찰 인사·예산 책임

 

검찰 인사·예산 등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는 이성윤(57) 검사장이 맡았다.

이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23기로 윤 검찰총장과 연수원 동기다.

지난 2004년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과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을 지냈고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맡고 있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근무 시기는 노무현정부 시절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다.

2014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에 근무하면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 검사장에 대한 검찰 내 평가는 투철한 정의감, 사명감, 집념을 보유하고 강한 업무 추진력을 가진 완벽주의자로 알려졌다. 또 성품이 좋고 공사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등 엄격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인사가 조직 안정 차원에서 단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파격 승진한 점,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형님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받는 점 등을 종합해 봤을 때 검찰 내부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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