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은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의 종말을 의미한다. 북핵은 남과 북의 군사력 균형을 붕괴시키고, 한반도의 자유민주통일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간첩 타령이냐”고 말하는 좌익 인사들이 현 정권의 핵심이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핵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간첩의 위험성이다. 간첩 하나의 활약이 십만 대군의 가치보다 클 수 있다. 전쟁의 역사는 간첩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에서 간첩의 위험성을 찾아보자. 백제 개로왕 21년. 고구려 장수왕이 군사 3만을 거느리고 한성(위례성)을 포위했다. 개로왕은 기병 수십 기를 이끌고 성을 빠져나왔지만 생포되어 아차산으로 끌려가 참수 당했다. 개로왕은 장수왕이 백제에 보낸 간첩 승려 도림(道琳. 바둑의 천하 고수)의 꾐에 빠져 화려한 궁실을 짓고 토목공사를 벌려 재정이 바닥나고 민심이 이반해 전쟁에서 패한 것이다. 이후 백제는 수도를 위례성에서 웅진성으로 천도하게 된다.

장수왕에 이어 신라의 대장군 김유신은 신라 출신으로 백제 좌평인 임자(任子)의 집에서 종살이하던 조미압(租未押)을 이용해 임자를 포섭했다. 김유신은 “신라가 망하면 자신이 임자에게 의탁하고, 백제가 망하면 임자가 자신에게 의탁하자”는 묵약을 맺은 후 임자를 통해 백제의 고급 정보를 입수했다. 이어 나당연합군이 660년 백제의 사비성을 공격했고, 백제의 700년 사직은 간첩으로 인해 문을 닫고 말았다. 정말 오랜만에 대남공작업무를 지휘하는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는 직파 간첩을 잡았다고 한다. 지난 7월 24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북한에서 직파한 간첩 용의자 1명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 밝혔다. 북한 직파 간첩을 잡기는 2010년 1월 고 황장엽 선생을 암살하기 위해 내려온 공작원 동명관(45)과 김명호(45) 이후 9년 만이다. 2010년 이후 직파 간첩은 7명이 더 있었다.

이번에 검거된 간첩은 서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국적을 세탁한 뒤 재입국해 승려 신분으로 위장해 암약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첩을 체포한 관계 당국은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다. 김정은의 눈치를 보는 현 정부의 친북정책 때문일까.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2013년 129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20명에 지나지 않았다. 50%가 넘던 기소율도 문재인 정부 들어 30%대로 떨어졌다. 간첩은 여전히 내려오는데 검거는 되지 않고, 검거된 자는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라는 이유로 기소가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간첩 천국이 되고 말 것이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도 공안통이 퇴조하고 특수통이 약진했다는 보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으며 우리 안보 태세는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전쟁이 한·미·일 3각 동맹 체제의 균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 틈을 이용해서 북·중·러가 공동전선을 구축해 ‘연합도발’을 하고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위 이틀 후부터 계속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도발을 했다. 지난 7월 23일 독도 영공과 방공식별구역(KADIZ)을 휘젓고 다니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안보를 흔들어대고 있는 러시아·중국과 보조를 맞춰나가는 모습이다.

건국 이래 우리 영공이 처음 뚫렸는데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국 정부를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나라’라고 만만하게 본 러시아는 “한국 공군이 공중난동을 부렸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문 정부는 일본을 향해서는 “의병이라도 일으켜야 한다”며 기세등등하더니, 중·러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다. 중·러의 ‘선의(善意)’에 기대는 이런 식의 굴욕외교로는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결국 ‘북한=핵보유국’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구심이 커져간다.

문 정부는 2017년 10월 중국에게 약속한 ‘사드 추가 배치, 미 MD(미사일 방어) 참여, 한·미·일 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 원칙’은 주권까지 내준 큰 패착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의 주권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결기로 지켜야 한다. 경제가 흔들리고 안보가 무너지고 외교가 비굴해지면 국가가 쇠망하고 주권을 침탈당한다. 평화는 말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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