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n 여행이야기] 살기 좋은 비엔나, 그들의 일상 속으로 [첫 번째 여정]
[Go-On 여행이야기] 살기 좋은 비엔나, 그들의 일상 속으로 [첫 번째 여정]
  • 프리랜서 함희선 기자
  • 입력 2019-08-05 15:16
  • 승인 2019.08.05 16:20
  • 호수 1318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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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ging Out Like A Local In Vienna]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은 비엔나.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까? 뭐하고 노는지도 궁금했다. 여정의 대부분을 로컬 라이프를 탐하는 데  공들인 이유다. 비엔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오래된 커피 하우스의 낭만, 그리고 눈과 입이 즐거운 맛까지. 합스부르크 왕가의 찬란한 유산만큼이나 흥미로웠던 비엔나의 매일을 담았다.

[Viennese Life] 비엔나 로컬 라이프 살기 좋은 도시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여행지 좀 추천해주세요.” “다음에는 어디로 떠나고 싶어요?” 직업상 자주 듣는 질문들이다. 언젠가부터 ‘한 달 살기’가 유행이 되면서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살아보고 싶은 곳은 어디죠?” 그 대답을 여기에 적어보자면 인도네시아 우붓의 논밭에서 요가하며 살거나 매일 핀란드의 호숫가 사우나에서 땀 흘리고, 이탈리아의 시골 농장에서 올리브 열매를 따며 지내보는 것이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나 그리는 희망사항일 뿐, 누가 진지하게 물어본다면 대답은 달라진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미국의 컨설팅업체 머서가 매년 발표하는 ‘살기 좋은 도시’에서 10년 연속 1위에 오른 도시가 바로 비엔나다. 77위에 이름을 올린 서울, 그 옆 인천에 사는 사람으로서 비엔나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아닐 수 없다.
비엔나에 가기 전 나의 관심은 오로지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눈부신 문화에만 쏠렸었다. 방이 1441개나 된다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여름 별궁 쇤부른 궁전에 가고, 황실의 회화전시장이었던 벨베데레궁전에서 그들의 품격과 고상한 취향을 똑같이 누려보고, 또 645년 역사의 합스부르크 왕궁 호프부르크를 속속들이 둘러보겠노라 노래를 불렀다. 환상에 보답하듯, 예상대로 비엔나는 압도적이었다. 눈물이 찔끔 날 뻔했던 순간만 수 차례. 제1구 인네레슈타트는 기대했던 클래식한 풍경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바로크부터 아르누보 스타일까지 찬란하고 고고한 건축물들의 파티 사이에서 눈처럼 새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말들이 끄는 마차가 나를 향해 달려올 때면 마치 꿈속인 듯 아득해졌다.
이토록 꿈결 같은 비엔나의 과거.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편을 비집고 들어온 풍경은 비에니즈의 평범한 매일이었다. 관광지를 섭렵하는 동안 힐끔힐끔 관찰했던 그들의 일상은 유달리 여유로워 보였다.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여유와 낭만. 진심으로 부러웠다. 클림트와 에곤 쉴레와 같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푹 빠져들었던 비엔나의 감수성은 어떤 것일까? 이들의 삶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그린 비엔나

정신없는 대도시 생활에서 초록빛만큼 위로가 되는 존재는 없다. 비엔나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녹색 도시’다. 공원의 개수만 세어 봐도 2천 개. 봄이 찾아오면 왕궁정원 폭스가르텐에만 400종류의 장미꽃이 만발한다. 햇살이 좋은 날의 장소 비엔나 사람들은 너도나도 밖으로 뛰쳐나가 자연 속으로 몸을 내던진다. 초록빛을 좇는 이들에게 최고는 프라터다. 규모가 장장 뉴욕 센트럴 파크의 2배, 비엔나의 푸른 심장이다. 다들 일할 시간인 평일 대낮에 갔을 때도 공원을 관통하는 4.5킬로미터 남짓한 인기 산책로 하우프트알레는 조깅하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풀 냄새를 맡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덩치 큰 포플러 나무와 밤나무 너머로 빨강 회전관람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제시와 셀린이 키스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지. 로맨틱 영화가 아니더라도 프라터 공원은 이들에게 사랑이고 또 낭만이다. 회전목마부터 초현대적인 롤러코스터까지 총 250개의 놀이기구들을 갖추고 있어 로컬들이 프라터 공원으로 쏟아져 나오는 주말에는 아주 시끌벅적해진다.
꿀벌들도 그래서 비엔나를 사랑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을 테다. 깊은 숲에 가까운 공원이며 누군가의 정원, 도로변의 풀밭 할 것 없이 녹음으로 뒤덮인 이 도시를 벌들이 사랑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 비엔나 관광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여름 동안 비엔나에 머무는 꿀벌의 숫자가 2억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훈데르트바서 박물관 건물 옥상에서 만난 도시 양봉가 토마스 젤렌카 씨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다. “약 500개의 벌 집단이 비엔나에 살고 있답니다. 저와 같은 양봉업자는 한 6천 명 정도 되고요. 국립 오페라 극장이나 시청사, 미술사 박물관 옥상에도 벌집이 있답니다. 아, 인터컨티넨탈 호텔 옥상에도 있죠.” 꿀벌이 있어야 식물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법.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4년 안에 멸망한다고 하지 않았나. 비엔나 녹음의 또 다른 비밀은 꿀벌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시의 양봉가들이 수확한 꿀과 밀랍으로 만든 초에는 자연과 공존하는 비엔나의 뜨거운 계절이 달콤하게 새겨져 있다. 

낭만의 도나우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푸른 도나우는 비엔나의 오아시스다. 구시가지의 중심 슈테판 광장에서 지하철로 7정거장만 가면 금세 목가적인 풍광을 드리운 알테 도나우가 나온다. 범람하던 옛 물길을 틀어 새로운 노이에 도나우를 만들었고 원래 도나우 강이었던 이곳 ‘올드’ 도나우는 유원지가 됐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을 달래주는 친구 같지만, 비엔나 사람들에게 알테 도나우는 놀이터다. 마치 여름처럼 무더웠던 지난 5월의 끝자락, 강가에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계절을 벌써 찾아 나선 헐벗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엔나 사람들은 보트를 빌려서 도나우 강을 한갓지게 탐험하거나 강변의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수상 테라스가 있는 알테 도나우 강가의 레스토랑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도나우 강과 연결되는, 잘 정리된 운하 도나우카날은 강렬하고 거친 그라피티가 양옆 벽 위에 휘몰아친다. 비엔나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사실 충격적이었다. 고상하고 우아하기만 할 줄 알았던 도시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거친 스트리트 문화. 게다가 비엔나에서 가장 클래식한 분위기의 구시가지 옆에 딱 붙어 흘러가기까지 한다. 도나우카날을 따라 들어서 있는 노천 바와 라운지가 특별한 이유는 비엔나 트렌드의 핫 스폿이기 때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한낮의 활기찼던 풍경을 싹 바꿔 신나는 DJ 음악과 글래머러스한 칵테일로 채워진다. 물론, 청신한 대낮에 산책하기도 훌륭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스트레스를 푸는 비엔나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 도나우카날로 향할 것. 

프리랜서 함희선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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