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뉴시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자신이 배후로 지목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수사정보를 유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에 대한 보복을 지시했다고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기관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친정부 성향 터키 방송은 당시 사우디 영사관 관계자들이 카슈끄지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운반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빈 살만 왕세자에게 타격을 줬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사우디 왕실을 향해 카슈끄지 살해 배후를 공개하라고 압박에 나선 바 있다.

MEE가 입수한 사우디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정책센터의 지난 5월 24일자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터키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자 분노했고 사우디 내부에 대(對)터키 투자 중단, 터키 방문객 제한, 터키 상품 수입 제한, 이슬람 사회에서 터키 역할 축소, 터키 야당과 언론을 통한 흔들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정부를 압박하고 흔들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 보고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의 카슈끄지 암살사건 수사를 돕기 위해 정보를 주기는커녕 자신의 선거를 위해 정보를 유출, 빈살만 왕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우디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정치화, 국제화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시도는 실패했고, 반격에 나서야 할 때라고 적시했다.

실제 사우디 당국은 최근 터키산 섬유제품과 화학물질, 과일, 채소 등을 실은 터키 트럭과 컨테이너의 자국 반입을 제한했다. 올해 터키를 방문한 사우디 관광객도 27만6000명에서 23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국 메카에서 열리는 이슬람 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에르도안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지 않은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인지하고 그의 부친인 살만 국왕과 직접 의사소통을 통해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익명의 터키 고위 관리는 전했다. 그는 “사우디 지원을 받는 소셜 미디어와 국영 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터키에 대한) 보이콧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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