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검찰조직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차기 총장으로 내부 인사인 정상명(사시 17회) 대검 차장이 내정됐고, 동기들도 잔류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정 내정자는 ‘노심’과 ‘검심’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절친한 ‘8인회’ 멤버라는 점에서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기에 부동산투기 의혹, 검찰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둘러싼 조직장악력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결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코드’ 인사 정치 쟁점화

정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다름아닌 ‘코드’ 인사 논란. 야권은 정 내정자 발탁이후 “노 대통령 코드인사의 결정판”이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실제로 김종빈 전총장 사퇴이후 후임자로 정 내정자 외에 안대희 서울고검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사시 17회 동기생 3인방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 내정자는 노 대통령의 사시 동기생 친목모임인 ‘8인회’ 멤버로 30년 동안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8인회’란 사법시험 17회에 합격해 1975년 사법연수원 7기로 입소한 이들 중 마음이 맞는 이들 8명이 뭉친 조직이다.

이들은 나이순으로 강의실의 2~4번째 줄에 앉아 동고동락 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어 왔는데, 참여정부 출범이후 현직 대통령이 이 모임 멤버라는 이유로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8인회 멤버로는 노 대통령과 정 내정자외에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김종대 창원지방법원장, 헌법재판소의 조대현 재판관과 서상홍 사무차장, 삼성그룹의 이종왕 법무실장, 법무법인 화우 강보현 대표변호사 등 ‘쟁쟁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정 내정자가 조직 내부의 평가나 업무 능력 여부를 떠나 ‘코드’ 인사로 지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과의 각별한 친분이 장점(총장 내정)이자 최대 악재(청문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따라서 한나라당 등 야권은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정 내정자 뿐 아니라 노 대통령의 ‘코드’ 인사를 집중 부각시키며 정치 쟁점화할 분위기다.

조직장악력 문제

정 내정자의 조직장악력 문제도 청문회장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검찰은 ‘검찰총장 사퇴 파문에 따른 인사폭을 최소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안대희 서울고검장 등 17회 동기 5명이 전원 잔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상 초유의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정 내정자가 구상중인 집단지도체제 운영안은 검찰의 실질적인 수사지휘와 조직운영을 대검차장과 일선 검사장에게 대폭 넘기는 체제다. 즉 정 내정자를 큰 축으로 노 대통령의 17회 사시 동기들이 검찰 수뇌부의 핵심요직을 차지하게 되는 ‘희안한’ 모양새가 갖춰지는 셈이다.검찰 안팎에서는 임승관 부산고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안대희 서울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검찰총장-대검차장-서울고검장-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수뇌부 라인이 ‘17회’로 채워지게 된다.또다른 17회 동기인 이기배 수원지검장과 유성수 의정부지검장도 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수도권 검사장 긴급 대책회의가 ‘17회 동기 모임’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이러한 집단지도체제는 6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검사 동일체’ 및 ‘상명하복’ 원칙을 뿌리째 뒤바꾸는 획기적인 개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수직적 상명하복 체계의 검찰조직 성격상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동기 집단지도체제’를 추진할 정 내정자가 ‘사시 17회의 검찰 요직 독식’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검찰개혁을 이끌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검사 출신이 많은 한나라당도 이러한 무리수(?)를 청문회장에서 문제삼는 동시에 코드 인사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재산 형성과정 추궁 예상

정 내정자 부인의 강릉땅 편법매입 논란은 청문회의 핵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문제가 된 땅은 정 내정자 부인인 오씨가 지난 89년 7월 구입한 강릉시 안현동 201-1번지의 156평(515㎡). 논란의 핵심은 어떻게 서울에 살던 오씨가 지목이 ‘밭’인 강릉 땅을 구입할 수 있었느냐는 것. 농지개혁법에 따르면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민이 아닌 사람은 현지에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실제로 6개월 이상 살 경우에만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고 농지를 살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등록지가 대치동이던 오씨가 이 땅을 산 것은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내정자 측은 “등기부에는 ‘밭’으로 돼 있지만 농지개혁법에서는 실제 경작에 사용하는 토지만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그 땅은 일부 도로로 수용되거나 취락지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당시 부인이 서울에 살면서도 등기를 이전한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농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20년 동안 이 땅에서 채소 농사를 지었다’는 차모씨와 ‘농지매매증명이 필요하다는 등기부 직원의 말에 명의신탁을 거쳐 땅을 샀다’는 인접 땅 주인 용모씨의 편법매입 고백은 정 내정자측의 해명을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씨가 땅을 구입했던 1989년 당시가 전국적으로 부동산투기 붐이 일어났던 시기였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즉 너나할 것 없이 돈이 될만한 땅을 찾아 나서던 시기적 바람을 타고 오씨 역시 ‘대박’을 노린 투기성 매입에 동참했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서울에 거주하면서 농지취득을 한 것은 시공무원이 용지매매 증명을 허위로 발급해 주었거나, 농지매매 증명을 위조했을 개연성, 등기대행 법무사가 등기 공무원하고 결탁했을 가능성 등 3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따라서 야당 측이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경우, 정 내정자는 진위 여부를 떠나 도덕성에 상처를 입고 무거운 마음으로 총장에 취임하는 처지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정 내정자가 새판을 짜는 검찰 수뇌부의 핵심임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정 내정자가 검찰총장의 자리에 오르는 데 넘어야할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거센 폭풍을 앞두고 있는 정 내정자가 국민의 우려를 딛고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데 장수의 역할을 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정 내정자 부인 오씨 소유 땅 어떤 곳?강릉시 안현동 일대 156평 규모수억대 시세차익 의혹

정 내정자의 부인 오모씨가 89년 7월에 매입한 강원도 강릉시 안현동의 땅은 어떤 땅일까. 이 땅은 총 156평(515㎡)으로 동해안 최대 관광지인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사천, 연곡 방면으로 이어진 해안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당시 농지로 지정되어 있었던 이 땅의 시가는 평당 25만 6,000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내정자는 2000년 공직자 재산등록 당시 이 땅의 공시지가를 4,433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렇다면 현재 이 땅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현재 이 땅의 시세에 대한 의견은 부동산 업자마다 다르다.

어떤 업자는 이 땅이 경포도립공원내 자연취락지구로 묶여 있어 활용도가 낮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1종 근린생활시설 밖에 지을 수 없는 이런 종류의 땅은 기껏해야 평당 50~60만원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전경이 뛰어난 해안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평당 300만원까지 치기도 한다. 관광특수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주변 땅 시세보다는 높게 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보면 이 땅은 현재 5억여원이라는 제법 쏠쏠한 재산가치를 지니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땅의 가치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평균적으로 따져볼 때 평당 100만원 선으로 보면 적정하다는 것이 많은 부동산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즉 오씨의 땅은 16년간 4배 가량 뛰었다고 보면 되는데,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볼 때 이 땅으로 인해 오씨가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오씨가 투기목적으로 이 땅을 구입했는지, 아니면 정 내정자측의 주장대로 당시 건강이 악화된 장인의 노후를 위해 마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2000년 9월 재산신고 당시 4억4,400만원이었던 오씨 명의의 아파트가 현재 11억∼14억원에 달한다는 점, 포항제철, 금호종금, 현대건설, 현대상사 등의 주식을 매매하면서 재테크를 해온 점, 골프회원권과 예금 관리 등 재정살림을 도맡아 해온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정 내정자 부인의 재테크 수완(?)과 관련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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