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 벼르는 홍준표·이완구·오세훈·김병준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지난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출발한 황교안호(號)가 흔들리고 있다. 당내 주요 보직을 둘러싼 계파 갈등 논란에 이어 한일 갈등 속 ‘토착 왜구’란 지적을 들으며 당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다. 게다가 당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어 다음 총선의 ‘필패’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흔들리는 와중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홍준표 전 대표·이완구 전 총리·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잠룡’들이 빈틈을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로 여의도 복귀 후 당권을 잡고 대권까지 노린다고 전망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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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방, “험지 출마” 한목소리... ‘역할론’ 내세워 세력 구축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밝힌 YTN의 의뢰로 실시한 7월 5주 차(7월 29일~8월 2일) 주간 집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4주 차 주간집계 대비 1.7% 하락한 41.5%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은 2주 동안 계속된 하락세가 멈추고 2.1% 상승한 28.8%로 조사됐다.

한국당은 보수층에서 59.5%로 60%에 근접했으나 민주당이 진보층에서 65.4%로 60%대 중반을 유지하며 핵심이념 결집도는 민주당이 앞선 상황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리얼미터는 19세 이상 유권자 5만1123명에게 통화를 시도한 결과 최종 2511명이 응답을 완료해 4.9%의 응답률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다.

이번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인한 ‘무력시위’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한국 제외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당의 지지율을 크게 상승시키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당은 당 주요직을 둘러싼 계파 갈등·한일 갈등 속 ‘토착 왜구’ 지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해 왔다. 현재 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는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도로친박당처럼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딱히 부인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이 선명하게 ‘개혁노선’을 표방해야 한다.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며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변화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라고 지적했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미래를 의논해 총선 승리와 나아가 다음 대권을 노려야 하는 제1야당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당내 잡음을 해결하지 못하는 황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 체제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취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흔들리자 ‘빈틈’을 노리는 인사들이 있다. 바로 홍준표·이완구·오세훈·김병준 등 4인방이다. 이들은 현재 당권·대권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한 번씩 요직을 ‘맛 봤던’ 처지이기 때문에 언제든 틈을 파고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전 대표 [뉴시스]

홍준표 “의미 있는 지역 출마” 한국당 차기 대선주자 2위

앞서 거론한 한국당 잠룡 4인방 중 가장 턱밑에서 황 대표를 쫒아오는 이는 홍준표 전 대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일 발표한 7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홍 전 대표가 응답자 전체에서 4.5%p를 받았다. 황 대표는 19.6%를 기록해 홍 전 대표와의 격차가 크지만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2월 이후 5개월 만에 10%대로 떨어졌다.

홍 전 대표는 범여권·무당층과 보수야권·무당층에서도 황 대표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보수야권·무당층에서는 8%로 4.1%를 기록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2배 가까이 차이를 벌리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고 하니 출마지역을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 하나 채우기보다는 의미 있는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나는 그동안 험지에서만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때 당시 지도부에서 보수정당에서 당선된 일이 없던 송파갑 지역에 출마하라고 해 당선됐고, 강북 험지인 동대문을에서 3선을 해 국회의원 4선을 모두 험지에서만 보냈다”며 “2012년 경남지사 보선으로 민주당에 뺏겼던 경남지역을 되찾아 왔고 탄핵 대선 때는 4%도 안 되는 무너진 당을 이끌고 24.1%을 받아 당을 재건했다”고 언급했다.

홍 전 대표의 출마지로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버티는 수성갑이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하지만 이곳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출마가 거론되고 있어 출마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홍 전 대표가 수성갑에 출마해 자신의 후임인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경선에서 탈락한다면 그의 정치인생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현재 원외에 있지만 원내 의원들보다 더 많은 발언을 하고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자신의 페이스북을 이용해 하루에도 여러 개의 게시물을 올려 지지자들과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지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정당만 한국사회의 주류가 바뀐 줄 모른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국민들 뇌리에 ‘페족’이 된 줄도 모르고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인 양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의 말 속에는 한국당이 최근 ‘도로 친박당’으로 불리며 계파 갈등을 보이는 데 대해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 전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도 자신이 말한 대로 험지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단숨에 대권후보로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인생 마지막 총선이 될 것이기 때문에”라고 적었다. 그가 마지막 ‘선거’가 아닌 ‘총선’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고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가늠할 수 있다.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달 19일 충남 천안 축구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천안시 중앙위원회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완구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완구, 고심 끝 천안갑 출마로 충청 품나

새누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이완구 전 총리는 다음 총선에서 천안·세종 등 가장 많은 지역구의 출마가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출마 지역을 천안으로 굳힌 모양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19일 천안 중앙위원회 워크숍에서 “현재 충청권 의석수는 한국당이 12석, 민주당이 15석을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출마해 이 비율이 뒤집혀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나 혼자 당선되는 것보다 내 출마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겠다”고 밝혔다.

천안은 충남 정치 1번지로 꼽힌다. 이 전 총리는 천안(갑·을·병) 중에서도 천안갑으로 출마할 확률이 높다. 현재 한국당 천안갑 당협위원장이 공석이고 천안을에는 신진영 당협위원장이 천안병에는 이창수 도당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지난 1월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된 장소도 천안갑 지역구다.

또한 천안갑 지역구 의원인 이규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8월 한 도의원 예비후보로부터 ‘충남도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식사비 등 명목으로 45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 모두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4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의원이 대법원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확정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고 천안갑은 ‘무주공산’이 된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충청지역에서 동반 당선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지역구를 고민하고 있다”며 “천안이 충남부터 세종, 대전까지 (정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다음 총선에 출마해 충남 지역에 많은 동반 당선자를 배출한다면 그는 충청의 ‘대망론’, ‘역할론’ 등을 업고 지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충청 출마에 대해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감이 크다. 비전 있는 정치인이 없었는데 이 전 총리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천안에서 정치한다고 하면 (충남이) 새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시스]

오세훈, 당대표 출신 추미애 김병준, 與 대선후보 김부겸 저격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다음 총선에서 5선의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버티는 광진구을에 출마하기 위해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약 4개월 전에 광진구을 선거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했다. 사무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사무실에서 변호사 일과 일정조율 등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인 오 전 시장은 거리에 빨간 파라솔을 치고 당원 모집에 열중하고 있다. 사무실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변호사 일보다는 지역 일정으로 보내고 있으며 (당원 모집은)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잠시 쉬고 있지만 그동안 계속해 왔다”고 전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27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에 이어 2등을 차지했다.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황 대표를 앞서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앞서 언급한 7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 전체에서는 나 원대대표에게 뒤졌지만 범여권·무당층과 보수야권·무당층에서는 모두 앞선 결과를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등 보수야권에서 보수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진구을에서 당대표 출신인 추 의원을 잡는다면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범여권까지 아우를 수 있는 오 전 시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리얼미터는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1123명에게 접촉해 최종 2511명이 응답해 4.9%의 응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황 대표의 전임자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 출마가 점쳐진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6월 4일 입국해 기자들과 만나 “기왕 정치 현실에 발을 디뎠는데 발을 빼기가 쉽겠나”라며 “여러 사람의 기대도 있고 어떤 역할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잘못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대구로 향했다. 그는 영남대학교 대구캠퍼스에서 열린 특강을 마친 후 기자들의 다음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고향은 경북 고령군으로 이곳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한 특강에서 “다시 태어나도 고향에서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구 수성갑은 장관 출신의 여권에서 대권 후보로 떠오른 김부겸 의원이 버티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곳 출마가 거론되지만 최근 대구 방문이 잦은 김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김 의원을 잡고 수성갑을 탈환한다면 당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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