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측, 교단 재판국의 ‘김 목사 청빙 무효 결정’ 불수용

김삼환 원로목사. [뉴시스]
김삼환 원로목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명성교회 목회 세습이 교단으로부터 무효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재판국 판결은 국내 교회에서 관행처럼 여겨 온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개신교계는 평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명성교회 측은 재판국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습이 아닌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항변이다. 교단 재판국에 또다시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과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에 따라 법원에 소송을 낼 여지도 있다.

서울동남노회 재심 재판 자체가 위법···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74)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46) 위임목사의 담임목사직 청빙에 대해 무효라고 지난 6일 판결했다. 예장 통합 재판국은 당초 전날 오후 7시경 재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심리가 길어지면서 자정경 판결이 나왔다.

앞서 지난 2017년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 청빙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비롯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이 판결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했다. 청빙은 교회법에서 개교회나 총회 산하 기관이 목사를 찾는 행위다.

지난달 16일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이 이 신청에 대해 재심을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미뤘다.

김삼환 원로목사

개신교 얼굴로 통해

김 원로목사가 1980년 세운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만 1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다. 김 원로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 등을 역임한 개신교의 얼굴로 통한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 통합은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가 해당 교회의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성교회가 불법으로 부자세습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취임이 세습 아닌 정당한 승계라며 반박하고 있다. 김 원로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흘러 김하나 목사가 취임했으니 세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2년 전 재판국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를 불법세습으로 규정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등 개신교 시민단체들은 불법으로 개신교 전체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명성교회 장로들

사역 중단 없다

이번 재판국의 판결에 따라 명성교회는 교회가 속한 예장의 서울동남노회 지휘 아래 담임목사를 새로 청빙해야 한다.

그러나 새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가 사실상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명성교회의 교단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앞서 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 사태 이후 분쟁을 겪다가 지난달 25일 총회 수습전권위원회가 주최한 수습노회를 통해 임원을 선출했다. 명성교회 측과 대립해 온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측은 수습노회를 보이콧한 바 있다.

노회에서 선출된 최관섭 목사는 지난 2017년 노회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청원결의를 받아들일 당시 노회장이었다. 이번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은 노회의 결의를 뒤집은 셈이다.

서울동남노회는 지난 7일 재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동남노회는 재심 재판은 재판 자체가 위법하고, 재판 절차나 과정 및 그 결론에 있어 총회 규정과 원칙을 무시함으로써 그 불법성이 너무나 중대명백하므로, 위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동남노회는 소속 교회와 목회자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총회재판국의 청빙무효 재심판결은 그 재판절차나 내용 및 결론에 있어서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재심 재판은 사유 없이 이뤄진 것이므로, 총회헌법을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명성교회 측은 지난 6일 김하나 담임목사가 위임목사로서 사역을 중단 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단 재판국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명성교회 장로들은 입장문에서 명성교회의 후임 목사 청빙은 세습이 아닌, 성도들의 뜻을 모아 당회와 공동의회의 투표를 통한 민주적 결의를 거쳐 노회의 인준을 받은 적법한 절차라며 부자간 담임목사 세습이라는 재판국 판단에 반대했다.

반면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이번 판결을 두고 세습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제103회 총회결의와 준엄한 법의 가치를 따른 총회 재판국의 판결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환영했다.

한편 명성교회 측이 또다시 재판국에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보이고, 사회법에 따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여지도 있는 만큼 교회 세습 반대파와 명성교회의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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